"사실 확인도 없이 온라인에 올라온 글만으로 아동 폭행범으로 몰고, 사진까지 올리며 어린이집에서 퇴출하라니…. 아이들을 누구보다 좋아했는데, 정말 끔찍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3일 온라인 맘(Mom) 카페에 올라온 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김포시 어린이집 교사 윤모(여·37)씨의 지인은 17일 기자에게 "맘 카페가 이렇게 무서운 곳인 줄 몰랐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 11일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 원생들과 지역 축제에 갔다. 돗자리를 개고 있는데 한 원생이 다가와 안아 달라고 하자 윤씨는 "다 개고 안아줄 테니 잠시 옆에 있어라"하며 밀었다고 한다. 당일 오후 김포 지역 맘 카페에는 '어린이집 담임이 소중한 아이를 밀쳐 나뒹굴게 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윤씨에 대한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윤씨의 지인은 "마녀사냥도 이런 마녀사냥이 없다. 원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해당 맘 카페는 윤씨에 대한 비난 글을 모두 삭제했다. 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 글이 게시돼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맘 카페를 폐쇄해달라'는 청원이 40여건 올라왔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인테리어·교육 등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인 맘 카페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대형 맘 카페는 회원이 300만명에 이르고, 매일 방문자가 수십만명에 이른다. 언론 수준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기업 광고도 유치한다. 맘 카페는 지역별로 조직돼 있고, 육아 등 관심 있는 주제가 비슷해 회원들이 게시물을 신뢰하는 경향이 크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글 하나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며 "전국 대부분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은 지역 맘 카페에 가입해 글이 올라오지 않는지 실시간으로 살핀다"고 했다.
하지만 교사나 식당 등에 대한 허위 정보가 지속적으로 게시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9월 서울의 한 사립 유치원에는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지역 맘 카페 회원이 '유치원 교사가 아이에게 밥을 억지로 먹이려고 하고, 아이를 혼자 둬 온종일 울게 했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교사 신모(28)씨는 "항의에 시달리던 해당 교사가 글을 올린 어머니에게 전화했더니 '요즘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예민해서 그랬다'며 글을 지웠다"고 했다.
지난 7월 경기 광주 지역 맘 카페에 '아이 10여명을 태운 태권도 학원 차가 경적을 계속 울리며 난폭 운전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학원 이름을 알려 달라' '학원에 항의 전화를 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학원에 항의 전화가 쏟아지면서 원장은 맘 카페에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학원 차의 난폭 운전은 없었다. 오히려 A씨가 자기 차로 학원 차를 가로막고 비켜주지 않는 모습이 나오면서 A씨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이후 맘 카페에는 A씨가 한 회사 대표라는 글이 올라왔고 해당 제품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맘 카페 회원들의 공격에 시달리던 회사 대표는 '저는 A가 아니다'는 글과 주민등록등본까지 공개해야 했다.
맘 카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회원은 식당에서 "맘 카페에 글을 올리겠다"며 공짜 음식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은 "맘 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허위 정보로 대중을 선동하며 여론몰이를 하거나 특정인을 스트레스 풀이 대상으로 희생시키는 일이 관행처럼 벌어지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했다.
권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