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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중화요리 4대 문파를 중심으로 본 중식 무림 역사.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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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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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리 경성 약사(略史)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았다

전사(前史)


한국에서 화교 100년사는 고스란히 중화요리 100년사다. 1883년 인천 개항 직후 화상(華商)이 상륙하면서 중화요리도 들어왔다. 자장면의 원조라는 인천의 공화춘(共和春)도 ‘산동회관’이란 이름으로 1905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중국인을 위한 요리였지만 일제 강점기엔 일본인이 가장 큰손님이었다.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 즉 화교는 해방 이후 자장면·짬뽕 등 한국식 청요리를 개발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60년대부터 본토식이랄 수 있는 북경요리·사천요리·광동요리 등이 잇따라 상륙했고, 이윽고 중식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외식 메뉴가 됐다. 다음은 그 반세기를 되짚은 일종의 약사(略史)다.

一 춘추전국시대

때는 60년대 중반. 강호(서울)의 중식당은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군웅할거 중이었다. 프라자호텔 앞의 ‘대려도’, 소공동의 ‘아서원’, 광화문 우체국 뒤의 ‘태화관’, 피카디리극장 근처의 ‘대명관’ 등 중식당은 장안을 대표하는 주요 세력이었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명동의 ‘중화각’, 을지로 입구의 ‘중화반점’, 남대문의 ‘하나장’, 충무로의 ‘동해루’, 국일관 골목의 ‘대관원’까지 각자의 맛을 추구하며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상태였다. 이 중에서 아서원은 재벌가 며느리의 신부수업 장소로, 대명관·태화관은 직장인의 회식 및 유흥 장소로 명성이 자자했다.

二 ‘강호의 평화’ 깨지다


세력 분할로 인한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60년대 말 등장한 반도호텔 중식당 ‘용궁’ 때문이었다. 용궁은 홍콩에서 유명 주방장을 초청해 칸톤요리(홍콩식 광동요리)를 선보였다. 한국에 홍콩 스타일의 중식이 처음 소개된 순간이다. 칸톤요리는 눈으로 보면 화려하고 입에 넣으면 경쾌했다. 이후로 강호엔 한동안 칸톤 스타일이 대세를 이뤘다.

곧이어 ‘외백’이 출현했다. 외백 또한 홍콩식 얌차이(딤섬)를 앞세워 위세를 떨쳤다. 외백은 400평이 넘는 대림상가 4층 전체를 홀로 사용할 만큼 규모가 컸지만 작은 접시에 음식을 나눠 담는 신무공을 펼쳤다. 외백의 룸은 코스 요리를 즐기려는 유명 연예인과 정·재계인으로 날마다 가득 찼다. 고급 요리의 향기와 고량주 잔 부딪치는 소리가 식당 밖까지 울려 퍼졌다. 이 무렵 외백은 홀 웨이터만 30명, 요리사는 40명을 거느렸다.

간판도 없이 ‘그랜드 호텔 7층’으로 불렸던 극장식 중식당 역시 홍콩 스타일의 업소였다. 홀에선 몸매가 드러나는 치파오를 입은 미녀 웨이트리스들이 요리와 술병을 들고 춤을 추듯 서비스를 했다. 무대에선 작곡가 박춘석이 피아노를 쳤고, 패티 김이 노래를 불렀다. 늦은 밤엔 스트립쇼도 열렸다. 최고급 중화요리와 고량주, 음악과 향락이 넘실대는 이곳을 가는 날이면 장안의 남자들은 ‘홍콩 간다’는 은어를 썼다.

三 난세에 뜬 영웅


정부의 화교 억제 정책으로 중식 전성시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요리사 상당수가 미국과 대만으로 이민을 떠났고, 젊은 요리사 사이에선 관광비자를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는 게 유행이 됐다. 한국을 떠난 건 요리사만이 아니었다. 중식당을 운영하던 화상도 가게와 집을 팔아 한국을 떴다. 강호엔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영웅은 난세에 나타나는 법이다. 74년 성격파 요리사 파본항은 부산 출신 오학지를 오른팔로 삼고, 유옥하·유배무·순세민 등 내로라하는 장안의 고수들을 모아 남산에 ‘희래등’을 열었다. 파본항의 비기(秘器)는, 사천요리에 일본식 중식을 가미한 이른바 퓨전 중식이었다. 세련되고 담백한 맛에 중원은 흥분했다. 희래등의 성공에 힘입어 강호엔 다시 활기가 돌았다. 종로 3가에 ‘향백’과 ‘금문도’가 차례로 문을 열었고, 희래등은 넘쳐나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바로 옆에 ‘동보성’을 열었다.

사대문 밖에 부촌이 속속 들어선 70년대 중반 이후 강호에도 새바람이 불어왔다. 동부이촌동의 ‘홍보석’은 신흥 강자였다. 당시 초호화 주상복합빌라로 화제가 됐던 리벌브맨션 1층에 자리 잡은 홍보석은 동부이촌동에 사는 연예인과 신흥 부자의 아지트로 기세를 올렸다. 단박에 세력을 확장한 홍보석은 76년 대우빌딩 지하로 거점을 옮기며 절정기를 맞이했다. 주방장으로 전격 발탁된 정전승은 당시 3대 칼판장 중 하나로 꼽혔던 기교파 왕춘량과 호탕한 성격으로 여러 후배를 거느렸던 이종복을 앞세워 강호를 점령했다. 주은리·강수명·필가부·왕육성 등 쟁쟁한 요리사들은 하나같이 홍보석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맹장들이다. 

四 ‘강남 시대’ 그리고 ‘전설의 시대’


74년 퍼시픽호텔의 ‘야상해’ 오픈을 시작으로 75년 사보이호텔, 77년 프라자호텔, 79년 신라호텔·롯데호텔 등이 중식당을 열면서 바야흐로 호텔 중식당의 시대가 열렸다. 특히 명동 사보이호텔의 ‘호화대반점’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호텔 시대를 진두 지휘했다.

특급호텔 중식당의 출현 이후 대세는 강남으로 넘어갔다. 강남의 ‘만다린’과 ‘만리장성’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거에 강호를 접수했다. 늘봄공원(현 늘봄예식장 자리) 맞은편의 만리장성은 오픈 당시 요리사만 45명이 넘었다. 강남 아파트 한 채가 4000만원이던 시절 만리장성은 하루에 손님 2000명을 받고 매출 45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화려했던 강호도 세월의 변화는 견뎌내지 못했다. 대형 경양식집이 시내 중심가에 들어서면서 가족 회식 메뉴는 자장면·탕수육에서 돈가스·생선가스로 바뀌었다. 대형 갈비집이 성황을 이루면서 직장인 회식문화도 달라졌다. 고급 일식당이 은밀한 만찬을 기대하는 고위층 고객마저 앗아갔다.

중식 요리사를 지원하는 젊은 화교의 숫자도 줄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국내 대학에 조리학과가 속속 개설되고, 중국 본토에서 전문 조리 인력이 유입되면서 장안의 중식당엔 화교·한국인·중국인이 뒤섞였다. 이제 온전히 화교만으로 구성된 주방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명문 주방파도 생겨나지 않는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이름도, 진작에 칼을 내려놓았다. 이미 세상을 뜬 거물도 여럿이다. 이젠, 저 먼 옛날의 전설일 따름이다. 

[출처: 중앙일보] [커버스토리] 이들, 중화요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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