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결론부터 말해보죠. 안시성주 양만춘은 허구의 인물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태종의 수십만 대군을 물리친(실제 병력이 얼마였는지도 모릅니다. 적게 잡으면 10만에서 많게 잡으면 50만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안시성주는 실존 인물이 맞으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왜 안시성주를 양만춘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가?
여기에 황당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먼저 삼국시대의 역사를 가장 정확히 기록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따르면
"총명하며 세상에 다시 나오기 힘든 영웅인 당태종을 물리치다니 그 성주는 호걸로 보통의 인물이 아닐진데 그런 영웅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으니 실로 애석하다" 이렇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삼국시대의 기록이 워낙 빈약한 부분이 많지만 그나마 가장 그 기록을 연구하고 집대성했던 김부식도 모르는 안시성주의 이름이 어떻게 양만춘으로 전해졌을까요?
어째서 고려 시대의 김부식이 모르던 이름을 조선시대의 많은 학자들이 알게 되었고 단재 신채호 선생도 양만춘이라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민족의 대영웅이라고 칭송 했을까요?
여기에 무시무시한 함정카드가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그 함정카드는 바로 당서연의(唐書演義)라는 책입니다.
연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소설입니다.
명나라때 사람인 웅대목이라는 작가가 삼국지연의 처럼 정사를 바탕으로 당태종의 시대를 쓴 소설인데
여기서 웅대목은 이름을 알 수 없던 안시성주에게 양만춘 이라는 이름을 부여한겁니다.
이건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겁니다. 대영웅 당태종을 물리친 엄청난 인물인데 이름을 몰라요.
그렇다고 소설에 이름을 모르는 안시성주라고 쓰면 얼마나 김이 빠집니까?
그러니 이 이름없는 대영웅에게 양만춘 이라는 이름을 부여한겁니다.
그런대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시기에 중국을 드나들던 조선인들을 통해 당태종을 물리친 안시성주가 양만춘이라는
이름이었다는 것이 사실인양 전해져 버린거죠.
그때 조선 사람들의 심정은 아마 '아 우리 민족에 이런 대영웅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름도 모르고 있었구나. 어서 널리 알려야겠다'
였을 겁니다.
그리고 이후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에 들어온 명나라 군인들을 통해 양만춘 이라는 이름은 더더욱 퍼지게 됩니다.
이때 파견된 명나라 장수중에 오종도란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쓴 책이 태종동정기라는 책이었습니다.
말그대로 당태종의 행적을 적은 책이었는데................알고보니 이게 당서연의를 보고 실제 기록처럼 적은 일종의 표절? 혹은 독후감
같은 책이었다는거였죠.
그런대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걸 또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걸로 덜컥 믿어버린겁니다.
그렇게 참으로 황당하게도 그 무엇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은 이 대영웅 안시성주는
양만춘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는 그걸 이제 역사로 받아들이고 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