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정선]
'연기 본좌' 김명민의 위기다. 출연작의 연이은 실패로 '믿고 보는' 수식어가 아닌, '믿고 거르는' 수식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명민은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물괴(허종호 감독)'로 17일까지 6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가장 중요한 개봉 첫 주 주말 50만 명이 안 되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물괴'의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 명인데, 일각에서는 누적관객수 100만 명 달성도 힘들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추석 극장가를 정조준해 야심차게 등장한 것과는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특별 출연과 우정 출연을 제외하고, 김명민은 총 17편의 주연작 중 6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물괴'가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다면, 18편 중 12편이 흥행 실패작이 된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는데, 5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478만 명을 동원했다. '1억 배우'·'쌍천만 배우'라는 새로운 별명을 가진 배우들이 생겨날 때, 김명민은 흥행 면에서만큼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김명민은 누구나 인정한 연기 본좌다. 연기로는 관객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문제는 김명민이 아닌 영화다. 김명민의 명 연기로도 커버가 어려울 정도로 그의 출연작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일각에서 '믿고 거르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연이어 출연작이 흥행에 실패하자 김명민은 시나리오 선구안을 지적받고 있다. 좋은 시나리오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친한 이가 출연을 부탁하면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다작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톱스타들이 출연을 거절했던 작품들도 스스럼없이 선택하곤 한다. 이에 대해 김명민은 "톱 배우들이 거절한 작품을 많이 했다. 운이 좋게 잘된 적도 있다. 어차피 작품이라는 것은 여러 배우들에게 제안이 들어가지 않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쉽사리 제작에 돌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괴' 또한 과거 정우성이 출연을 고사한 작품이다.
'물괴' 후 '장사리 9.15'로 일찌감치 차기작을 정했다. 1950년 UN군과 맥아더의 지휘 아래 벌어진 장사리 전투를 그린다. 이 영화 또한 오랫동안 표류하다 곽경택 감독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으며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를 캐스팅하며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명민에게 '장사리 9.15'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여러 가지 좋은 조짐을 안고 관객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다. 김명민은 "곽경택 감독님이 새롭게 연출을 맡으며 완전히 달라진 시나리오를 받았다. 재밌고 좋았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