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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덬후에게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김준수니학 박사의 글 일부 (끌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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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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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견을 담은 글이니까 당연히 모두가 공감할 순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덬질 자체에 대해 다시금 여러가지로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부분들 모아봤음



1. 빠순이의 세계관(1)

난 진짜 무조건적인 사랑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부모도 초인은 아니다) 하물며 모니터로 만난 가상 인간 관계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 있나. 빠순이들은 오빠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도 않고 오빠의 무조건적인 행복을 바라지도 않는다. 심지어 오빠의 성공마저도 조건부다. 빠순이는 자기가 꾸민 세계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오빠가 성공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코어수니들은 오빠를 캐릭터로 조립해서 빨 뿐 아니라 캐릭터화가 된 오빠가 살아갈 세계관도 머릿속에 짓는다. 빠순이들의 세계관 속에서 오빠는 빠순이들과 한 편이고 이 유대를 깨려는 적과 경쟁자들이 다른 편에 도사리고 있다. 빠순이들 스스로 이 세계관 속에서 맡는 역할은 오빠의 헌신적인 조력자다. 빠순이들은 '세계관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오빠에게 헌신하고 오빠와 함께 울고 웃으며 성공으로 향한 길을 함께 걷는다. 이 신성한 동맹을 훼방 놓던 적들과 경쟁자들은 권선징악의 원리에 따라 패망하고 마침내 대업을 이룬 오빠는 개국공신같은 빠순이들에게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것이다.


빠순이들이 오빠의 연애에 발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빠의 여자가 빠순이들 세계관 속의 신성한 유대를 가차없이 깨버리기 때문이다. 오빠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는 빠순이가 아니라 그 여자가 되고 오빠가 가장 고마워하는 뒷바라지의 주인공도 그 여자고 빠순이는 오히려 오빠와 그 여자의 유대에 훼방을 놓는 악역이 되고 만다.





2. 빠순이의 세계관(2)

아이돌 팬덤의 경우에는 '그룹'이라는 게 수니들 세계관의 큰 부분을 이룬다고 생각함. 아이돌 팬들이 오빠가 자기 그룹 멤버들보다 다른 그룹 멤버나 일반인 친구랑 더 친하면 그걸 싫어하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 심지어 딱히 멤버들로 호모질 안 하는 애들도 그래. (중략)


흥미로운 건 아이돌 팬들의 세계관에서 소속사가 차지하는 역할임. 일반적으로 빠순이들 세계관에서 빠순이와 오빠는 늘 찰떡같이 붙어있는 한편인 반면 소속사의 역할은 애매함. 수니들이 소속사 부심 부릴 때는 소속사도 오빠의 원조자 중 하나로서 '우리 편'이 됨. 그러나 소속사가 오빠들에게 소홀하다 싶으면 아이돌팬들은 오빠 + 수니들 vs 소속사 구도를 만들면서 소속사를 악역화함.





3. 김준수니들의 세계관

이번 호텔건은 김준수니들에게 빠순정서법 상의 죄는 아님. 김준수니들에게는 차라리 김준수가 하니랑 연애한 게 빠순정서법 상의 죄였음. 김준수니들 평소 세계관이 '오빠에게는 우리밖에 없다'거든. 사방이 적이고 믿을 사람 하나 없어서 자기들밖에 김준수 지켜줄 사람들이 없다는 거임. 진짜로 온세상이 적이면 그건 사실 니 오빠에게 문제가 있는 거고 니 오빠만 할복하면 나머지 세상이 행복해지는 거 아니겠냐마는 김준수니들이 저 세계관 포기한다고 우리가 대신 김준수 먹여살려줄 거 아니니까 넘어가자.


김준수와 하니의 연애는 김준수에게는 사실은 빠순이들말고 하니라는 예쁜 여친도 있습니다라는 설정을 들이대는 바람에 빠순이들의 세계관에 흠을 내고 빠질 본전 생각나게 만들었음. 반면 호텔 건은 세계관을 위협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견고하게 만듦. 김준수에게 가족이 있긴 한데 못난 가족이거든. 호텔이 가족 사업이었잖아. 그래서 빠순이들은 오빠에게 빨대 꽂고 수습도 못할 일을 벌인 가족들을 패면서 오빠는 암것도 몰랐다, 명의만 빌려주신 거다, 역시 오빠한테는 우리밖에 없고 가족도 믿을 게 못 된다 하고 세계관에 더 열심히 공구리질을 했음.





4. 미워하지 마세요

내가 엑소 레이가 팬들에게 자기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 들었을 때도 하고 싶었던 소린데 오빠들은 팬들을 자기 미워하는 사람들로 불러서는 안 됨. 설사 진짜로 팬덤 내부의 적이 자기를 공격하고 있을 때도 안 됨. 팬장사의 포인트는 가상의 유대감을 자극하는 건데 "절 미워하시는 분들" "절 미워하지 마세요"이런 표현들은 반대로 선을 그으면서 거리감을 넓혀버려. 저 미워하지 마세요라는 소리 들으면 팬들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쟤가 우리를 적으로 보네라고 생각하게 됨. 이미 걔를 미워하던 내부의 적들은 저런 소리 듣는다고 그 미움이 가시지 않지. 도리어 꼬투리 잡았다고 더 쥐어팸. 그리고 걔를 감싸던 팬들도 우리 애정이 쟤한테는 충분하지 않구나 하고 힘이 빠져.


오빠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팬들의 애미지심을 북돋는 건 어디까지나 오빠의 적이 외부에 있을 때임. 적이 외부에 있으면 팬들은 오빠를 지키겠다고 싸고 돌지. 하지만 오빠의 원망이 자신들에게 향해있다고 느끼면 빠순이의 유대감은 깨짐.





6. 감정 산업

우리는 실제 연애를 할 때 선물이다 데이트 비용이다 치장 비용이다 해서 돈을 잔뜩 들이지만 내 애인이 날 좋아해주는 게 내가 투자한 돈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연애에도 스펙과 조건이 중요하게 작용하긴 합니다만 내가 내 애인을 좋아하고 내 애인이 날 좋아하는 게 그 조건 때문만이라고 믿진 않죠.


유사연애도 마찬가지예요. 빠순이들은 오빠가 자신들에게 웃어주고 늘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게 돈 때문만이라고는 믿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중략) 팬장사의 최첨단을 달린다는 아이돌판에서조차도 앨범 많이 산 순서대로 사인회에 들여보내주진 않아요. 아마도 사인회 참가 인원 일부는 앨범 구매 액수대로 배정을 하겠지만 나머지 일부는 추첨으로 남겨둬서 앨범 한 장만 산 가난한 수니라도 운만 따르면 오빠를 볼 수 있게 해주죠. 그리고 콘서트 티켓 한 장 살 돈도 없는 빠순이라 해도 노오오오력을 하면 방송국 앞에서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밤샘이라도 해서 방청객 신분으로 오빠를 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요. 이 바닥은 돈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어야 환상이 유지가 되거든요. 하다 못해 오페라 가수랑 밥 한 끼 팔아먹는 데서도 추첨으로 뽑는 빈 자리를 남겨두더만요. (중략)


감정 산업의 섬세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진짜로 돈을 내고 감정적 쾌감을 사는 거라 해도 돈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 역시남겨놔야 합니다.





7. 괜찮다는 말

오빠 여러분, 그녀들은 괜찮은 게 아닙니다. 유부남 오빠 공연장에 이미 그 오빠랑 애 둘 낳고 산 부인이 와서 앉아있어도 헐 하고 속으로 짜식음의 시간을 갖는 게 빠순이입니다.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요. 그녀들이 입으로는 괜찮다고 해도 당신들은 여전히 조심하고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중략) 기본적으로 나는 빠순이들이 괜찮은 척 하는 건 잘하는 일이라고 봄. 뭐하러 남의 집 불구경하러 오는 구경꾼들에게 떡밥 줌? 존나 안 괜찮은 상황이라도 믿을 수 있는 진짜 같은편 빠순이들만 모인 데서 눈물 쏟는 게 온동네 구경꾼들이 "빠순아, 열받지? 더 해라, 더 해라!"하고 머리채 잡고 끌고다니는 한복판에서 눈물 쏟는 것보다 훨 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빠들마저 그걸 진짜 괜찮은 거라고 착각하진 말았음 좋겠음.ㅋㅋㅋㅋㅋㅋㅋ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빠순이들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음 오빠들도 거기 맞춰 성의를 보여야할텐데 겉으로 보이는 광경이 괜찮으면 마음 놓아버리는 게 사람 심리라.ㅋ





8. 더 중요한 가치

김준수 씨도 사람인 이상 여기까지 자기 따라와준 수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은 있을 거예요.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사람의 진심이라는 게 별 의미 있는 게 아닙니다. 진심보다 중요한 건 행동이에요. 우리도 살면서 가끔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죄송하고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 순간 그 마음은 진짜예요. 근데 그 중 행동으로 결실을 맺는 게 얼마나 됩니까?(...) 사람의 진심이란 그 사람의 행동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에는 한참 못 미치기 마련입니다. 판이 이미 노오오오력으로 어쩔 수 없게 짜여있다면 더더욱요.


세상의 나쁜 아들, 나쁜 남편, 나쁜 아버지들이 진심이 한 톨도 없어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들도 가끔은 자기 가족이 안쓰럽고 찡해요. 그렇지만 이미 도박에 중독되었거나 이미 바람기를 주체 못하고 내연녀가 생겼다든가 이미 사업병으로 빚을 잔뜩 지고 있다면 마음으로는 미안한 것과 별개로 가족을 나날이 깊은 수렁으로 끌고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나쁜 오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나쁜 오빠들이 빠순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한 톨도 없어서 빠순이들을 고생시키는 게 아닙니다. 근데 오빠들에게는 빠순이들보다 더 중요한 다른 가치들이 있어요. 우리가 생선도 고통을 느끼는 줄을 몰라서 생선을 회쳐먹습니까? 내 입에 맛있는 게 더 중요하니까 생선이 불쌍해도 회치는 거지(...). 내가 연애하면 빠순이들이 지랄하는 건 알겠는데 여친이 더 소중하고 예쁘니까 만나는 거고.





9. 빠순이들의 은어

"오빠의 결정이니 믿고 따른다." 는 "나는 그 결정이 존나 병신같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눈들이 있으니 말을 아끼겠다."의 파라프레이즈다. 어떤 팬덤에서 빠순이들이 단체로 저 문장을 염불외고 있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빠순이들이 진짜 오빠의 결정에 찬성할 때는 그 결정의 어떤 점이 훌륭한지를 구구절절 읊어대지 오빠의 결정이니 믿고 따른다는 소리는 안 한다. 저건 뒤집으면 그 결정을 한 게 오빠가 아니라면 따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소리인지라. 빠순계에는 이런 식의 은어들이 꽤 있는데 예를 들어 "연애가 문제가 아니라..."는 지금 바로 연애가 문제라는 뜻이다. 진짜 오빠의 연애를 문제삼을 수 없는 업계의 빠순이들은 아예 저 문장을 입밖에 내지도 않는다.





10. 자료 창고

팬덤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려면 자료 저장 기능을 하는 웹공간은 필수적입니다. 뒤늦게 유입된 늦덕들도 오빠의 커리어 성장 과정을 복습하며 머릿속으로 영웅 전설 한 편 쓰려면 옛 자료들을 차곡차곡 시스템화한 창고가 꼭 있어야 돼요. 이 창고는 비회원제로 운영되어야 하고요. 방금 흥미가 생겨 검색으로 들어온 머글들을 라이트팬으로 붙잡아두고 라이트팬을 다시 코어팬으로 진화시키려면 "봐라, 이 오빠는 떡밥이 이이이이이이이이렇게나 많다, 너와 네 자손들은 두고두고 꿀을 빨 것이다!!!"라고 꽉 찬 곳간을 보여줘야 합니다.


요새는 유투브가 알아서 떠먹여주는 세상이라 영상 자료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습니다만 그래도 뉴비가 영상들을 보면서 아 이건 오빠가 몇 살 때 하신 거고 오빠가 이걸 하신 다음 저렇게 발전하셨고 하고 연대기 쓰려면 오빠의 행적을 기록한 홈페이지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인터뷰 및 잘나온 짤들도 모아놓고요. 라이트팬들은 인터뷰 없이도 팬질하지만 코어팬들은 오빠를 캐릭터로 조립해야되기 때문에 고시공부 하는 자세로 오빠의 인터뷰들을 정독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영상 인터뷰에서 소소하게 떨어지는 오빠의 제스쳐 습관같은 거 움짤 만들고 감상하는 거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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