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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우리나라의 수액문화.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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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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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수액을 맞기 위해 병원에 오는 것이다.

이들은 5 세 미만 소아에서 70 대 노인까지 연령과 성별의 차이가 없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수액을 찾아 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열이 나거나 특별한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몸이 찌뿌둥하거나 감기에 걸릴 것 같거나 (걸린 것이 아니다.) 과로했거나, 과로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의 특징은 또 있다. 마치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 주문하듯, ‘이건 넣어 주시고, 이건 빼 주세요.’ 라고 주문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수액을 맞는 사람들의 분포는 소득 수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즉, 수액의 수요는 잘 사는 동네나 못 사는 동네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잘 사는 동네에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소위 영양제를 주문해 맞는 빈도가 조금 더 많을 뿐이다. 병원이 갖추고 있는 영양제는 마치 비방처럼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영양제가 피로를 회복시킨다거나 감기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없다.

수액도 마찬가지이다. 수액에 무엇을 섞든지 관계없이 감기를 예방하거나, 감기의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피로를 풀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열을 내리는 약을 섞어 맞음으로 주사를 맞고 난 후 컨디션이 회복되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이건 굳이 수액을 맞지 않고 근육 주사나 먹는 약을 복용해도 된다.

게다가 이 해열 주사로 아스피린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15세 이하의 소아 (국가에 따라서는 18세미만)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절대 금기이므로 소아에게 줄 수 없다.

또, 해열 목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 주사가 있는데, 간독성의 가능성이 높아 소아에게는 아예 금지하거나 33kg 이상 소아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초등학생 이하의 소아에서 열을 떨어트릴 목적으로 수액을 맞는 것이라면 그건 수액의 찬 성분이 체온을 식힐 걸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포도당이나 생리식염수와 같은 수액은 구토, 설사 등으로 탈수되었거나 고열로 탈수되었을 때에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 정맥 주사를 맞거나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정맥 루트를 확보할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피로 회복이나 감기 예방이나 감기의 조속한 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캐나다 혹은 유럽에서 몸이 쑤신다는 이유로 커피 주문하듯 수액을 주문해서 맞고 갈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온전히 보험 혜택을 받아 불과 1~2 만원을 부담하고 한 두시간 병원 침대에 누워 코를 골다가 나올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없다.

수액 환자가 많은데에는 우리나라 의료의 특성과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의료접근성이 뛰어나서 발에 차일 정도로 병의원이 많고, 경증이라도 제한없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의료비가 저렴해 부담없이 주사를 맞을 수 있으며, 적은 비용으로 푹 쉬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는 한약이나 침처럼 기본적으로 뭘 먹거나 맞아야 몸에 좋다는 미신같은 생각이 강한데, 그래서 약에 대한 맹신이 지나치고 특히 주사를 맞아야 낫는다는 그릇된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아, ‘주사는 필요없고 약만 처방해 드리겠다’고 하면, 뭔가 아쉬운 듯 자꾸 뒤를 돌아보며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가 한 둘이 아니다.

수액 애용자들이 많은 더 큰 이유는 많은 병원과 의사들이 이를 방관하기 때문이다.

수액 환자는 열악한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수액에 대한 맹신을 가지고 오는 환자에게 매몰차게 ‘당신에게는 수액 치료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다가는 불친절한 의사, 불친절한 병원으로 낙인찍힐 것이 분명하고, 그렇지 않은 옆 병원으로 환자가 이탈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평원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예의와 친절조차 평가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러니, 불필요한 줄 뻔히 알면서 눈 딱 감고 수액 처방을 한다. 수액을 맞은 환자는 1,2 만원의 진료비에 왠지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은 플라세보 효과를 누리고, 그 가성비에 만족해하면서 또 병원을 찾는다.

‘다음에는 이거랑, 이것도 넣어 달라고 해야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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