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강의실 벽에는 ‘사춘기는 꼭 오나요?’ ‘트랜스젠더가 뭔가요?’ 등 아이들이 직접 적은 질문지가 붙어 있다. 15년째 센터에서 일하는 유씨는 “수업하다보면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포경수술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는 것으로 ‘썰전’이 열린다. 그러면 청결하게 씻는 방법도 알려주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성교육 강의를 들으려면,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교육비(강의 4회에 5만원)를 내고 수업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울산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이라면 모두 울산청소년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고 노옥희 교육감의 ‘성교육 집중학년제’ 정책 덕분이었다. 그런데 2022년 12월 관련 예산이 전부 삭감돼 2023년에는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노 교육감이 타계한 뒤, 2023년 4월5일로 예정된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 가운데 2명이 ‘포괄적 성교육 폐지’ 공약을 발표하는 등 성교육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네 명의 후보 가운데 2명이 사퇴한 뒤, 입장은 둘로 나뉘었다. 김주홍 후보가 “포괄적 성교육, 학생노동인권 집중이수제 등 이념적 편향성이 높은 교육 내용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노 교육감의 남편인 천창수 후보는 “포괄적 성교육은 유엔기구인 유네스코가 발표한 국제적 성교육 지침으로 관계 중심의 성교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이 2021년부터 운영한 ‘성교육 집중학년제’는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한 사업이다. 초등학교 5학년은 울산청소년성문화센터와 연계해 체험형 성교육을, 중학교 1학년은 학교로 찾아가는 성인지교육을 실시했다. 2020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진,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속옷 빨래를 시켰다는 사건이 계기였다. 그해 8월 노옥희 교육감은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종합대책에서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언급하면서 울산시는 전국 최초로 ‘포괄적 성교육’에 기반한 교육을 시행하는 지역이 됐다. ‘포괄적 성교육’은 유네스코(UNESCO)가 2018년 개정 발표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 권고한 교육과정이다. 생물학적 성뿐만 아니라 젠더 정체성, 성소수자 존중, 구체적인 피임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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