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고기야.
나는 그저 삼시세끼 밥이나 먹고 지붕 아래 잘 수만 있으면 그만인데.
나의 세상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이 곳일 텐데.
내 몸을 열어서 피를 찍어 먹어보면 아마 소금맛이 날 거야.
https://img.theqoo.net/ZswLq
"그러고 보니... 언젠가 그랬었지요. 수아 아가씨를 처음 봤을 때, 마치 인어 공주님 같았다고요. 정말 그랬다면 좋을 텐데요. 여기가 물 속이고, 우리가 물고기라면. 소리 없이도 당신의 언어를 들었을 텐데."
https://img.theqoo.net/oJJXV
절망할 자유도, 파멸할 자유도, 온전히 그의 것이었을까? 나는 어떻지? 이 방을 떠나 살아갈수 있을까? 역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망국과 함께 죽을 수 있을까?
나는 당신과 같지 않아. 버릴수도, 가질수도 없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역적이기 때문이오, 가지지 못하는 것은 계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망국의 계집만은 될 수 없다. 숨소리 한 번 못내보고 짓밟힐, 마른 땅에 들풀처럼은 될 수 없다.
https://img.theqoo.net/YyWQa
나의 세계, 나의 물, 내가 숨쉬던, 나의 바다. 안녕, 윤화 아가씨.
https://img.theqoo.net/XHhiJ
내가 불어넣은 숨으로 다시 얻은 생이라면, 그 삶으로 나를 사랑하기를.
https://img.theqoo.net/CfTCE
모르겠어. 나는 정말... 모르겠어. 뭐가 그리 애달픈지... 뭐가 그리 견딜 수 없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데... 그런데도 모두 제 몸을 내던져. 이깟 것은 중하지 않다는 듯이, 그런 무섭고 독한 눈을 하고서는 그저 부딪히듯 스러진다.
https://img.theqoo.net/ShLsP
"이건... 연심입니다. 모른척하고 외면해봐야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랑이에요.
이 땅의 사람들, 풀 한 포기, 흙 한 줌까지도 사랑합니다. 빛 한 줄기라도 이 땅을 비췄을까, 먼 곳에서 올려다 보는 달조차 사랑하고야 맙니다.
그러니 수아 아가씨를 내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나에게 조국이란, 그런 것입니다."
https://img.theqoo.net/sjfsu
"모두 잊어버리지도 말아. 나는 잊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살렸으니, 내 숨의 반이 너잖아. 앞으로 네가 어디에 있어도 나는 찾아갈 수 있어. 몇 번이라도 반드시 너를 찾아낼게."
https://img.theqoo.net/QYZDf
조선을 사랑함은 죽음을 벗 삼음이니, 구색 좋은 이름으로 살고자 해서는 안 된다.
https://img.theqoo.net/JuxaK
누군가가 내 앞날을 결정하게 할 수도 없어. 지붕 아래에서 자고 삼시 세끼 굶지 않는 게 그만일 수 없어. 이제는 그럴 수 없어.
https://img.theqoo.net/nRHQA
참 이상한 일이지. 지금 이 순간 의현도, 녹주도, 눈 앞에 이 남자도 아닌 아가씨. 당신 생각이 나요. 아가씨가 버리고 떠난 이 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열망과, 추억과, 괴로움과, 분노와... 그럼에도 사람을 가여워하는 비극이 있으니.
윤화 아가씨. 당신이 두고 간 것을 우리는 여전히 끌어안고 있네요.
https://img.theqoo.net/nRgdx
고향을 떠나 우리가 뿌리 내린 이곳은 1년의 반이 겨울이나 진배없는 혹한의 땅이란다. 스스로를 벼리고 견디는 것은 살고자 하는 본능이다. 겨울의 백성이란 그런 것이다.
https://img.theqoo.net/pMOQO
"백정이 되라면 되고, 작부가 되라면 되겠습니다. 목숨을 버리는 것은 그보다 쉬운 일이지요.
대한독립 만세."
https://img.theqoo.net/MPOeh
이제 정말로 당신 곁에는... 아무도 없는 거군요. 그렇다면 내가 있겠습니다. 당신이 괴로워 돌아볼 때마다 그 어떤 결핍도 외로움도 감히 위로할 수 있도록.
https://img.theqoo.net/FKTjI
누님. 이맘때 고향이 어땠는가... 누님도 기억하고 있을까.
https://img.theqoo.net/HgZsv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리 여겼다. 꼭 나를 집어삼킬 것처럼, 고래의 아가리 앞에 선 것처럼 어쩌면 이렇게도 두려운지. 그런데 지금 이 다정한 고요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편안해서...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만 같아. 어쩌면 나는 이미 먹히고 만 걸지도 몰라. 바닷가에서 죽어가던 고래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내가 정말 물고기라면 너는 나와 같이 바다의 아이일테니, 나는 네게 삼켜지는 순간까지도 너를 동정하고야 만다. 이곳은 뭍이야. 우리의 고향이 아니야.
https://img.theqoo.net/BvVtb
조선의 여름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물에 젖은 냄새가 납니까?
https://img.theqoo.net/efHlH
그 때문에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내 핏줄에 바닷물이 흐르는 것처럼, 당신의 몸 속에는 일평생을 앓은 애달픈 이가 있다는 것을 나 이제는 알아요.
왜 모두들 그냥 살아지지가 않는 건지.
이깟 것은 중하지 않다는 듯 몸을 내던지는지...
무섭고 독한 눈을 하고서는 그저 부딪히듯 스러지는 이유를 이제는 압니다.
그것을 안 기쁨이 있으니, 혹여라도 나를 위해 서러워 하지는 마오.
당신은 언젠가 애달픈 이의 품에 안기시오.
네이버 웹툰 - 고래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