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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유연근로, '엄마들만의 제도' 된다면 또 다른 낙인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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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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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uXhsP

노동자들이 필요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로제’가 여성 경력단절 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여성의 노동강도와 시간을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가정 양립 과정에서 돌봄·가사 노동의 상당부분이 여성에게 전가됐기 때문인데, 유연근로제가 ‘엄마들의 제도’가 될 경우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희정 영국 켄트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4월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책 <유연성의 역설>을 펴냈다. 정 교수는 24일 <한겨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유연근로제는 잘 사용된다면 일자리에서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잠재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면서도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목적으로 한 유연근로제 도입은 여성에게 낙인이 되어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근로제를 근무형태의 ‘표준’으로 확대해야 이런 부작용을 막고 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선택적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재택·원격근로제 등을 통칭하는 유연근로제는 노동자들의 일·생활 균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 교수가 책에서 영국의 가정 패널 조사를 바탕으로 2010~2013년 출산을 경험한 여성노동자들의 지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선택근로제·원격근무제를 사용하지 않은 여성의 절반 이상은 출산 뒤 하루 반나절(4시간) 이상 근무시간을 줄여 파트타임으로 전환됐다. 반면 선택근로제와 원격근무제를 활용한 여성은 각각 23%, 36%만 근무시간이 줄었다. 근무 시간·장소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여성노동자가 기존 풀타임 일자리를 지키고 그만큼의 임금 손실을 막아 노동시장에서의 지위 하락을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정 교수는 유연근로제가 노동자 스스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늘리는 ‘자기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재택근무는)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주는 ‘선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노동자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길 수 있는 불안이 생길 수 있다”며 “오래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기업문화와 일에 대한 열정이 강조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일·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져 일이 생활로 침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략)

정 교수의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교수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 등을 목적으로 한 유연근로제 도입은) 유연근로제의 역설과 불평등 문제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엄마들의 제도’로 인식하게 되면 낙인이 강화될 것이고, 남성들에게도 ‘유연근로제를 쓰면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연근로제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라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여성 만을 위한 제도’로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육아기 재택근로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 교수는 “유연근로제는 노동자의 일·생활 균형을 만들 수 있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업무의 생산성·효율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고용주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유연근로제에 대한 많은 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고, 노동자들에게 권리로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5270736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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