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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국립중앙박물관 “경매나온 간송유물 유찰땐 매입 협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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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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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로는 사상 처음 경매에 출품된 ‘금동삼존불감’. 오른쪽 사진은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 ‘금동삼존불감’·‘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27일 국보 첫 경매

- ‘금동삼존불감’

고려사찰 불전 높이 18㎝ 축소

곡선 미려함·비례 균형감 탁월

-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563년 백제 위덕왕때 만들어져

간송이 기와집 70채 값에 구입

케이옥션 “각 28~45억” 예상

두 점 사들일 예산 확보가 관건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국보 사상 처음으로 경매에 오른 불교 유물 2점은 누구의 품에 안길까. 문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이 유물이 문화재 보존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지는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향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경매에 간송재단 소장품인 국보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을 출품한다. 지난 18일 케이옥션 특별관에 있는 두 국보를 직접 보니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국보인 ‘금동삼존불감’을 직접 보니 그 미려함에 반할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사찰 불전을 축소한 형태인 삼존불감은 높이가 18㎝밖에 되지 않지만, 그 곡선의 미려함과 비례의 균형감이 감탄을 자아냈다. 1112세기 고려인의 미감이 얼마나 빼어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1940년대 일본인 수집가들보다 앞서 골동품상에게 당시 기와집 120채의 거금을 주고 사들인 안목에 새삼 경외를 느꼈다.

높이 17.7㎝ 크기의 삼존불입상은 광배(光背) 뒷면에 새겨진 글이 눈길을 끌었다. ‘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 우리말로 풀이하면 ‘계미년 11월 정일, 보화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귀인을 위해 만들었다’는 뜻이다. 백제 위덕왕 10년(563년)에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1600여 년의 세월 동안 그 빛을 지키고 있다는 게 놀라울 수밖에 없다. 간송 선생이 평양의 수집가인 김찬영에게서 기와집 70채 값을 주고 넘겨받았다고 한다. 서양화가 2호이기도 한 김찬영은 현존하는 최고령 화가 김병기(106세) 선생의 부친이니 동서양 예술을 넘나드는 그 인연이 오묘하다.

두 문화재는 간송 사후 국보로 지정됐다. 그동안 간송재단에서 관리해 오다가 이번에 경매에 내놨다. 현행법상 국가지정문화재는 해외 반출이 금지돼 있으나, 정부에 신고를 하면 국내 매매는 가능하다. 지난 2012년 케이옥션을 통해 ‘퇴우이선생진척첩(退尤二先生眞蹟帖)’이 34억 원에 낙찰돼 삼성문화재단 품에 안기는 등 보물급 문화재들이 수차례 매매됐다. 현재 문화재 매매 최고가는 지난 2015년 서울옥션에서 352000만 원에 낙찰된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이다.

케이옥션 측은 “이번에 나온 삼존불감의 경매 추정가는 28억∼40억 원이며, 삼존불입상은 32억∼45억 원”이라고 했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소중한 문화재인 만큼 공공 재단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며 “불심이 깊은 독지가가 매입해서 불교 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기증하거나, 재력이 뒷받침되는 문화재단 등에서 매입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간송재단이 지난 2020년 경매에 내놔 큰 주목을 받았던 보물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과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은 당시 유찰됐다. 둘 다 시작가는 15억 원씩이었다. 유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간송재단 측과 협의해 모두 사들였는데, 30억 원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에 나온 국보도 매입할 의향이 있을까. 민병찬 관장은 19일 “경매에 참여할지 여부를 가치평가 및 가격 적정성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경매에서 유찰된다면 당연히 간송 측과 매입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개인 재산가가 매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두 국보를 다 사들일 예산이 있느냐의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1년 유물 구입 예산은 397000만 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지정문화재가 사적 매매 대상이 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간송 선생이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으로 모든 것을 바쳐서 수집하고 지킨 문화재를 시장에 내놓은 후손에 대한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간송재단은 입장문을 통해 “운영 부담이 가중돼 구조조정을 위해 소장품 매각을 결정하게 돼 송구하다”며 “간송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니 해량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단은 지난해 7월에 역시 국보로서 무가지보라는 평가를 받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개당 1억 원인 대체불가능토큰(NFT100개로 만들어 매물로 내놔 문화계를 벌컥 뒤집어놓기도 했다.

문화재계 원로인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후손들이 재력가가 아니니 지금까지 재단을 공익적으로 운영해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며 “후손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간송 문화재를 지키지 못하고 시장에 나오게 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탄식했다. 사립 재단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가 애정을 갖고 지원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서울시와 성북구가 특별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간송 유물을 공적으로 지키는 방법을 강구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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