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읽기 https://news.v.daum.net/v/20210922134441298
'다이쇼 로망'은 일본 다이쇼 시대(1912년~1926년)를 그리워하는 사조를 의미한다. 다이쇼 시대는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며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다. 일본인들은 다이쇼 시대를 일본 역사의 문화와 경제가 풍족했던 시대라고 여기며 이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들을 다이쇼 로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다이쇼 시대에 일본은 국권침탈을 발판 삼아 제국주의로 세계에 영향권을 다지려 했던 시기다. 주변 국가를 수탈하고 착취한 결과로 '다이쇼 시대'이란 황금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이쇼 시대를 '로망'이라 부르며 미화하는 콘텐츠에 대한 반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다이쇼 로망' 논란은 게임, 문화, 만화, 노래 등 일본 콘텐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5일 일본의 대세 2인조 밴드 요아소비는 신곡 '다이쇼 로망'을 발표했다.
'다이쇼 로망'은 다이쇼 시대의 1923년 여학생 치요코와 2023년 남학생 토키토가 100년의 시간을 초월해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다가 사랑에 빠지는 웹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토키오가 100년 전 관동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치요코에게 편지를 통해 알려줌과 동시에 연락이 끊어지는 일이 가사의 중점이다.
100년의 시대를 초월한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애절하게 그리고 싶은 의도겠지만,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비극적인 역사를 로맨스의 주축으로 사용한 것에 한국 팬들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다이쇼 로망'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지만 외국 국가에서는 '로맨스'로 공개한 것이 곡의 의도를 흐리고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보 없이 재생했다가 가사를 듣고 불쾌해졌다는 네티즌도 존재했다.
앞서 지난 1월 개봉한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도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가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귀멸의 칼날'은 시대적 배경이 다이쇼 시대지만 2차 세계대전의 잔상까지 혼재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멸의 칼날'은 200만 관객을 동원해 국내에서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흥행작이 됐다. 이에 후속작 '귀멸의 칼날: 남매의 연'이 10월 개봉되며 '나타구모산 편', '주합회의·나비저택 편'도 연이어 국내에서 공개된다.
소비자 측은 다이쇼 낭만을 표현한 콘텐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의 역사의 페이지인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를 고증한 콘텐츠를 막을 순 없다. 표현에 따라 좋은 좋은 배경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로망'이나 '낭만'이라는 말로 미화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경각심 없이 소비하는 사람들 보다, 반성해야 할 시절을 아름답고 찬란했던 과거로 묘사하는 창작자들의 역사 인식이 더욱 위험해 보인다.
류지윤기자
전문 읽기 https://news.v.daum.net/v/20210922134441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