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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딸이 아동학대범이 됐고, 아버지는 사표를 냈다… 딸의 무고 밝혀낸 아버지의 ‘5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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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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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핀 아동학대' 어린이집 교사 대법서 무죄 확정
5심 끝에 무고 밝혀낸 아버지 이은제씨
“국가가 한 가족 살해한 것…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하루아침에 딸이 아동학대범이 됐다. 2016년 1월 12일 아침이었다. 딸이 교사로 있는 어린이집 학부모 4명이 아침일찍 어린이집을 찾았다. 딸이 아이들을 뾰족한 무언가로 찌르는 학대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날부터 시작이었다. 딸의 무고함을 밝히는데 5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이은제(63·남)씨는 그때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시작도 못 했을 싸움이었다.

“경찰은 몰라도 검찰은 믿었습니다. 사법부는, 재판부는 옳은 판단을 할 거라고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이씨의 믿음은 2018년 11월 15일 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씨의 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피해아동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이 유죄 판결의 결정적 근거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A씨를 결심공판에서 법정구속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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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딸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다니던 직장은 그만두고 법원이 새직장인 것처럼 법원을 출퇴근하듯이 돌아다녔다. 무죄를 소명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법원을 가야 했다. 서류를 작성하느라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만 잤다. 구치소에 있는 딸 걱정에 밥맛은 없고 술과 담배만 늘어갔다. 그나마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어린이집에서 가르친 영어 알파벳 교재에 ‘펭귄(Penguin)이 뾰족한 핀(Pin)에 찔리고 말았어’라는 내용이 있었던 사실, 그 내용을 어린이집 원생 중 한 명이 혼잣말을 하다 학부모가 듣고 문제 제기를 한 사실, 학부모들이 상해진단서를 끊으려 했지만 여러 의사들이 거부한 사실, 장구핀에 찔렸다는 상처가 23개에서 115개, 40개로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한 사실 등이 담긴 자료가 차곡차곡 모였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모두 3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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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무고함은 결국 밝혀졌다. 2019년 5월 30일 대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유죄의 결정적인 근거인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A씨도 233일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2021년 1월 15일 부산지방법원(4심)은 A씨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의 재상고 끝에 지난 6월 3일 대법원(5심)이 최종 무죄를 확정하면서 A씨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이씨의 싸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딸이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이후 어린이집 학부모와 국가가 자신들에게 한 행동은 “살인행위와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아동학대범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쓴 채 온 가족이 죄인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사의 전횡,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한 가족의 5년 6개월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이씨는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우리 가족은 사회 어느 곳에도 기대지 못하고 처절하게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이씨는 30년을 살아온 부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A씨는 공황증세를 보여 무죄가 확정된 지금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제대로 된 직업도 구하지 못한 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씨는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이 나자마자 국가를 대상으로 형사보상을 청구하고, 재판과 관련된 국가기관에 담당 경찰과 검사, 판사를 대상으로 한 징계 요청 민원을 넣었다. 증거 조작과 졸속 수사 등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계속 싸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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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FCb0zK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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