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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채현국 “1945년 8월 15일, 일제에 길든 나는 나라가 망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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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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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15 해방이라는 ‘충격’ 

장신(이하 장)= “일제 시대 기억이 유독 선명하다. 황국신민교육의 실상은 어땠는가.”

채현국(이하 채)= “학교에서 일본 군가(軍歌)를 수도 없이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술을 마시면 어릴 때 배운 일본어를 곧잘 구사하는데, 이는 제2의 언어를 맞아가면서 배운 탓이다.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배운 적도 없는 일본말을 해야 했고, 우리 말을 하면 교사가 귀싸대기를 올려 붙였다.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나았다.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은 ‘망국의 국민들은 버러지다. 최소한 노예로 쓰려면 인간성을 개조해야 한다’는 논리 아래 철저하게 진행됐다. 이런 세뇌 교육은 해방 직전까지 계속됐고, 당시 나는 세뇌된 친일파나 다름 없었다.”

장= “선생처럼 일제 통치가 이미 시작된 193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은 갑작스런 조국 해방에 외려 놀랐다는 분들이 꽤 된다.”

채= “조선총독부라는 게 있었지만 나는 조선이란 것과 아예 관련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대한’이란 말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제 통치 전에 대한제국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학교에서는 대한제국이 망했다고 하지 않고, 조선왕조가 망했다는 것만 강조했다. 1945년 8월 15일 나라가 해방됐다고 난리가 났는데, 동네 사람들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좋아하더라. 나는 스스로를 황국신민으로 여겨 왔으니, 속으로 ‘나라가 망했는데 왜 저리 좋아하나’ 의아해 했다.”

장= “아무래도 1910년대 일제 점령 시기를 경험한 세대와는 또 다를 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철저한 황국신민교육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

정준영(이하 정)= “그 시대를 산 다른 사람들도 선생처럼 어린 시절 내재되어온 가치체제가 해방과 함께 일순간에 전도되는 경험을 증언한다. 8월 15일이 되자마자 학교에서 일본어 잘하던 모범생들은 바보가 됐고, 일본인 교사들에게 혼만 나던 불량 학생들이 잘 나가는 시대가 됐다고 한다.”

채= “해방 직후 내 모습은 권력자가 훈련시킨 것에 대한 ‘반응’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결과다.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했지만, 결국엔 겨우 갈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권력이 길들인 대로 반응하며 살지 않고 돼먹지 않게 생각 따위를 하면 사회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통치에 방해되는 생각은 아예 싹을 자르는 통치술이다. 이런 경험 탓에 해방 이후에 어른들을 못 믿게 됐다.”





교육의 중요성과 역사왜곡의 심각함을 뼈저리게 알 수 있는 작년 채현국 할아버지 인터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319175705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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