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여객 수가 전년보다 97% 이상 감소한 와중에 국내 항공사 중 올해 2분기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한 제주항공(089590)이 큰 폭의 적자를 낸 성적표를 내놨다. 제주항공이 지난달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제주항공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연결 재무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8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274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매출은 36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8.5%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32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현재 국제선 76개 중 4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는 제주항공은 1분기 연결 기준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적자 폭을 늘려 상반기에만 1504억원의 적자를 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고 국내선은 유례없는 경쟁 심화를 겪는 등 항공사의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상적인 영업환경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공식 포기했다.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배경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을 경우 ‘동반 부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가 5개월째 매출은 제로(0)에 매달 리스비, 시스템 관리비, 통신료 등 250억원의 빚이 새로 쌓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시장의 어려움은 가중됐고,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모두 재무적인 불안정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라며 "제주항공도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에 들어섰기 때문에 무리한 인수는 두 기업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줄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볼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특히 출혈 경쟁을 벌이며 국내선 확장에 몰두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 수요에 의존해온 LCC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LCC들은 당초 7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선회했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국내선 운항 편수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기본 운임이 낮은 데다 탑승률이 50%에 못 미치는 항공편도 많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