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면 무엇이 바뀌냐"는 질문에 대한 박정아의 답과 現아이돌에게 남기는 조언 (2014년)
박정아. 무명소속사. 아이돌그룹. 소녀가장. 희한하게도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떠오른 단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선입관 없이 실체와 만나려 검색 한 번 않고 갔는데 말이다. 아마 그룹 당시의 이미지 때문이겠지. 데뷔 초 그녀는 무명인 자신의 그룹을 살리기위해 발벗고 뛰었었다. 길거리 버스킹까지하며. 20대 초반 길거리에서 쥬얼리라는 간판만봐도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시작한 쥬얼리는 시간이 지나 '대상 그룹'이 되었다.
그녀는 충분히 세련된 용모인데. 그런데 그 털털한 어조와 큼직한 제스처들이 뭐랄까. 어느 순간부터 다 내려놓고 단단하게 그렇게 살기로 결의한 아이같은 모습. 그래서 일부러 일찍부터 익숙해진 명랑이란 느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조심스레 과거 가정형편 어려웠냐 물었다.
“평탄치는 않았죠.” 그러면서 말을 잇는다.주영훈 오빠가 그랬단다. 너무 완벽하게 살면 이 짓 못 한다고. 굳이 가정사가 아니라도 말이다. 허전한 빈 공간. 뭔가 표출해야 되는 직업인데 부족한 게 없으면 안 된다고. 자신도 동의한단다. 나는 뭐가 그리 나빴는지 물었다. “부모님이 초등학생 시절 이혼하셨고 유복하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조모를 모신다고 한다. 그랬구나했다. 왜 그런 걸 묻냐 살짝 웃으며 따진다. 대견하다고 추키려 한 것은 아니다. 단지 알고 싶었다. 근성이 어찌 생기게 됐는지. 근데 어쩌다 이 길로 들어섰을까.
“고등학생때 까진 그저 밴드하고 노래 부르는게 좋았던 아이였어요. 스쿨밴드로 학창시절부터. 그게 그 시절 제가 일상에서 벗어날 일한 탈출구였거든요.” 그러다 ‘아무로 나미에‘에 반했고 관련 오디션에 응모했다 떨어졌으나 주최 측 콜로 여차저차 주얼리로 데뷔했단다. 애초부터 걸그룹이 목표였냐. 아니란다. 요즘은 12살부터 시작하기도 하지. 자기 땐 그렇지 않았단다. 그저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즐거워 “된장인지 고추장인지” 모르고 시키는 대로 달렸단다.
그러다 마침내 스타가 되면 뭐가 바뀌나 물었다. “일단 회사에서 대우가 달라지고.(웃음) 대중교통 이용 못하고. 변장해도 알아보니까. 외로워지고. 오래된 친구들도 끊어지니까. 의식적으로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해도. 자기 생활 없어지고. 초살인적 스케쥴 덕에. 차에선 시체 되고. 그러다 차문 열리면 또 나가서 세상에서 내가 젤 예쁘다는 듯 노래하고. 돌아와선 다시 시체 되고. 차문이 열리면 또 다시 나가고.” 세상에 공짜인생 어디 있다고 그저 웃는다, 게다가 그게 다 내가 자청한 수고면서, 그 과정에 단지 스스로 잘해왔다고 자신이 기특하단 그녀, 이 대목에서 그녀의 대답이 드라이하다.
그런데 그리 살면 자신과 마주할 기회가 있나 물었다. 그렇게 누군가 만들어준 스케쥴에 누군가 만들어놓은 설정에 누군가 요구하는 이미지로만 산다는 게 어느 순간 허하지 않나 생각을 전했다. 자기가 없지 않냐고. “일이(드라마)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5년 차에,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 처음으로 고민했어요. 그전까진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는 건지 생각도 안 했어요.” 나는 그랬더니 뭐가 변하던가 물었다. “남이 그려주는 인생이 아니라 그 그림에 내 생각을 보태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그제야 진짜 내 일을 하는 것 같았어요.” 실패가 자기대면의 첫 기회를 제공한 게라. 하여 비로소 연예인 박정아가 아니라 인간 박정아가 각성한거겠지라 했다. 그만하면 많이 남는 장사.
그러나 그동안 무대에서 요구되는 자기와 실제 자기의 차이가 만들어져 버렸을 텐데 그건 어찌 해결했나 궁금했다. “괴리감이 많이 들었죠. 대중이 아는 나와 실제 내가 다르다는 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했어요. 전 연예인 생활하면서 제 자신을 사랑해야 된다는 걸 배웠어요. 만든 건 들통 나게 되어 있으니까.” 자존감이 그렇게도 만들어지는 구나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후배가 추월하면 어떤가. 연예계는 인기가 수입이고 계급이고 진급인데. 그게 현실인걸. 박정아 끝났네. (서)인영이 시대가 온 거야. 둘 사이 안 좋대. 그런 얘기들 힘들었어요. 인영이 때문은 아니지만 저의 평가만으로 솔직히 속도 상하고, 내가 뭘 놓치고 간 걸까, 왜 내려가는걸까 고민도 했고. 하지만 인정하니깐 다 끝났어요. 원래 질투에 자기가 죽어요. 스스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그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후 지금 아이들에게 인간으로 한 마디만 해준다면. “이유가 있는 일을 해야 해요. ‘왜’가 있는 일을. 누군가 만들어준 인생을 살다보면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려요.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까.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그렇게 되요.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요. 그래야 행복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