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몰려 우한폐렴 공포 '최고조'
매장 곳곳엔 마스크 지급 안내문
29일 찾은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단체 관광객이 서울 시내 면세점 곳곳을 방문한 것이 알려지자, 공포감이 절정에 달했다. 시기적으로 비수기지만 면세점 내부는 더욱 한산해졌다.
면세점 곳곳에는 마스크를 지급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면세점 안에는 어림잡아 100여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화장품과 명품관 등을 찾아 쇼핑 중이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쇼핑보다 마스크 챙기는데 열중하는 모습의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무료로 배포하는 1회용 마스크를 받기 위해 안내데스크를 여러 번 찾아 가방에 넣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을 이끌고 온 가이드 A씨는 "중국인이라면 싫어하는 분위기를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우리도 똑같다. 우한 출신은 아니지만 무섭고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내외국인 상관없이 마스크를 받아가는 이들이 많다. 쓰고 왔더라도 일단 받아간다. 곳곳에 손세정제도 비치되어 있지만 마스크를 더 챙기는 것 같다"며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면세점 고객은 아무래도 좀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우한폐렴 확진자가 늘고, 일본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면세점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 보였다. 한 직원은 겉으로는 "크게 신경 안쓴다"며 담담하게 답했지만, '우한 관광객들의 면세점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면세점 업계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형 면세점 업계 대부분이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중국 단체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원천적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면세점들은 일단 매장 출입구에 발열 감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임직원들의 체온을 매일 2회씩 측정하는 등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열감지로 환자가 발견되더라도 이 고객을 매장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강제적 행동이 아닌 회유와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으로 먹고 산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출입 금지는 생각하기 어렵다"라며 "다행히 지금 몇 주간은 업계 비수기인데다, 중국 당국이 해외여행 금지령을 내린 것이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