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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법정까지 간 '대리효도' 논란…'셀프효도'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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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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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37)는 올해 설 명절에도 시가에는 남편만 가기로 결정했다. A씨는 자신의 본가에 방문해 인사드리려고 한다. 각자 자신의 부모를 챙기자는 ‘셀프(Self) 효도’인 셈이다. 맞벌이 부부인 A씨는 자녀가 없는 ‘딩크 부부’인데 결혼 초부터 명절마다 누구의 부모님 댁에 명절 당일에 가고, 또 용돈은 얼마씩 해야 하는지 문제로 크고 작은 트러블이 있었다. 가서 일을 하고 쉬는 문제로도 꼭 언쟁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A씨 부부는 ‘차라리 각자 부모의 집에 가서 효도하는 걸로 하자’고 정했다. 용돈은 똑같이, 선물은 각자 생활비에서 알아서 마련하기로 했다. A씨는 “처음에는 너무 정 없는 못된 며느리가 된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명절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우리 부모님께 미안해하느니 이 편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살인까지 부른 '대리효도' 싸움…'셀프효도' 추세

부부 간 흔한 분쟁 중 하나가 바로 ‘대리효도’ 문제다. ‘왜 네 부모님 효도를 나에게까지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남편이 부인을 시켜 본인 대신 자신의 부모님께 효도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일컬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리효도’ ‘셀프효도’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내용의 푸념과 원성글들이 나온다.

최근에는 대리효도 다툼이 살인까지 가는 경우도 나왔다. 지난해 18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52세 남성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부모 부양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사실혼 관계인 동거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소유하던 아파트를 동거녀의 명의로 이전하면서 “아버지를 잘 모시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명의 이전 이후부터 부양을 소홀히 했다는 게 살해 이유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도 잔인한데다가 피해자를 비난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대리효도로 인한 갈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아예 A씨와 같이 셀프효도를 하자는 부부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각자 부모는 알아서 챙기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연말이나 명절 때 아예 각자 본인의 원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비용과 이득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회 구조"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용과 이득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사회다 보니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무조건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모를 모시는 데도 비용이 드는 게 현실이다 보니 배우자 입장에서는 상대 부모를 모셔야 하는 상황을 ‘억울하다’고 받아들이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상대적으로 비교를 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데, ‘친구네 시어머니 혹은 장모님은 이런 것도 해줬다는데 나는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반발 심리가 생긴다”며 “여러 가지 것을 종합하면 앞으로 배우자에게 내 부모에 대한 부양을 요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리효도 갈등, 이혼 사유로도 번져

실제로 대리효도 문제로 인해 이혼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김필중(법무법인 담솔) 변호사는 “결혼하게 되면 ‘명절 때 반드시 와야 한다’는 것과 같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효자·효녀’가 돼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그런 것들을 배우자에게 강요하게 되고 그래서 결혼 초기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이 있는데, 거의 대다수 양가 부모들이 껴서 이혼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따로 용돈이나 부양비를 드리지 않겠다고 말한 배우자가 몰래 자신의 부모에게 용돈을 주거나, 대출받아서 돈을 주다 적발돼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들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커지며 신뢰가 깨져 이혼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간 '적절한 룰' 정해야…"부모 세대도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을 막기 위해 두 당사자가 적절한 ‘룰’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라거나 ‘한 달에 한 번은 같이 밥을 먹기’와 같은 약속을 정해놓는 것도 방법”이라며 “아예 안 보고 살게 되면 오해는 더 쌓이고 관계는 멀어지기 때문에 이런 규칙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계적으로라도 가족끼리 주기적으로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부모는 자식 부부가 ‘무조건 효도해야 한다’고 바라지 말고, 배우자는 상대 부모라고 해서 마냥 싫어해서는 안 된다”며 “서로 이해심과 배려를 갖고 조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화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 교수는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만을 탓할 게 아니라 기존의 관례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와 관행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꼭 지켜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평등하고 실질적으로 문화를 개선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후연·박현주·박건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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