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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딴지 부편집장이 조국에 대해 쓴 의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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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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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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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시절에 딴지일보 기자였던 나는 사수와 함께 MB의 생가(라고 억지로 급조된 곳)에 갔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데, 초가집 천정 목재 틈새에 꼬리가 끼어 거꾸로 매달린 채 죽어있는 쥐의 모습이 사진에 담긴 걸 사무실에 와서 사진을 분류하다 발견했다. 그 사진으로 기사를 냈고 히트쳤다. 사수와 내겐 아무 일도 없었다. 물론 그럴 줄 알고 기사를 냈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나는 딴지일보에 있었다. 우리는 직장에서나 개인적으로나 그녀를 단군이래 최악의 지도자로 묘사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거기엔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넘어, 한 개인의 존재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언사도 포함되어 있었음을 인정한다.
"우리 이러다 끌려가는 거 아니야? ㅋㅋㅋ"
이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사실은 자신의 안전을 믿었기에 결국 농담이었다. 물론 딴지 서버가 통째로 털린 적이 있고, 한경 기자가 취재를 통해 정권의 외압이 있었음을 강력히 암시하는 기사를 써 준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 신변의 안전만은 확신했다. '이명박근혜' 시절 실종되고 죽어간 사람들은 있었다. 그들은 이익추구활동의 연루자들이지, 여론의 일부는 아니었다.
조국은 어떤가.
법잘알 조국을 포함해 이번 논란에 연루된 그의 주변인들은 말끝마다 천편일률적으로 '법적으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들은 여론을 통제한다. 어째 문투도 다 비슷하고 지나치게 깔끔하다.
자, 다 조국이 써준 게 뻔해 뵌다고 하면 법정에 서는 건가? 그런건가? 하지만 누가 썼든 내가 그들의 심기에 거슬리면 조국의 법적 지식 앞에 발가벗은 채 판사 앞에 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건 인지상정이요, 일반의 상식 아닌가? 그걸 조국이 예상 못할 거라 믿는 건 일반의 무식 아닌가?
그들의 말끝마다 결정적 지점마다, 법적대응 운운한 게 우연이라고 믿고 상쾌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 되는 건가?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위정자들을 욕하던 사람들은 자유롭고 유머러스했다. 천박함과 속물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돼지들은 민중이 우리 밖에서 던지는 모래알을 두꺼운 피부로 튕겨내고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명예와 존엄도 이익만큼이나 소중한 조국과 그 주변은 그렇지 않다. 물욕 뿐 아니라 명예욕에도 기꺼이 걸신이 든 엘리트가 되려 한다. 그들은 꼼꼼한 법정대응 운운으로 자기 씨족의 실무능력과 집요함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커뮤니티마다 조심하려는 분위기와 '이 게시물은 삭제되었습니다'가 지나치게 눈에 띈다. 솔직히 말할까?
세간의 장삼이사에게는 '이명박근혜' 시절보다 더 무섭다. 이번과 비슷한 정도의 사안에 두 전대통령은 욕을 200배는 더 먹었다.
그래, 이게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동시에 도덕적 우월성도 놓치면 안 되는 신진 수권 엘리트의 무서움이겠지.
이렇게 따지면 안 되는 건가?
: 고2 문과생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록됐다고? 그런데 해당 논문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고 여러번 유급됐다고?
: 구구절절 가정사 핑계 다 떠나서, 결론은 세비 수십억 굳혔잖아? 그거 법꾸라지 아니면 할 수 없는 거잖아?
불법이든 편법이든 법적대응이든 뭐든, 인간성으로 따지면 나쁜 쪽이잖아. 낯짝이 있는 한 '모럴 헤저드'조차 비판받지 않겠다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 이리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이제 위정자의 돈과 권력도 아니고 그의 에릿-또 체면을 위해서까지 입을 다물어야 되나.
촟불 여러번 들고 이 정권에 표 줬다. 기득권 세계의 음서제 네트워크에 속한 조국한테 이런 말은 우스울지도 모른다 : 넌 네 입으로 정의를 너무 많이 팔았어. 네가 정의로워서라기보다는 그게 장사가 잘 됐기 때문이지. 웃겨? 웃어.
적어도 당신이 정의보다는 불의에, 선인보다는 악인에, 개혁가보다는 권신에 가깝다는 건 인정하고 시작합시다. 다 싫으면 이쪽도 양보할테니 니가 세간의 뻔한 속물인 건 인정하자. 그 입으로 정의는 그만 팔자. 보는 사람의 미감도 존중해줘야지. 당신이 무슨 벌거벗은 임금님도 아니고... 피카소인 척 하다가 그냥 미대 입시생인 게 걸렸잖아.
'그림 허접하네'
이 말 하면 법잘알한테 소송당하는거야?
그런거야? 무서워 죽겠네. 고소하든지 말든지.
구려.
못생겼어.
못그렸어.
나의 한줄요약 결론은 이렇다.

"아악 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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