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6 03:06
통화 소음 때문에 사용 막다가 손정의 요구에 점차 허용키로 "이메일·인터넷검색만 하세요"
"휴대전화 천국이라면서 지하철에서 왜 통화가 안 되는 거야!"
일본 도쿄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이런 불평을 한 번쯤 했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 주재원들은 지하철을 탔다가 본사에서 걸려온 긴급전화가 불통돼 일부러 전화를 꺼놓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한다. 일본 내 지하철은 역사(驛舍)와 플랫폼에서는 휴대전화 통화가 되지만 터널 구간에선 먹통으로 변한다. 지하철 차량 내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주변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라는 이유로 지하철 회사들이 터널 구간에 전파 중계기 설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3월부터 신주쿠(新宿) 선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대부분의 대도시 지하철 터널 구간에 순차적으로 전파 중계기가 설치돼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해진다. 지하철 회사들이 터널 구간에 대한 전파 중계기 설치를 허용하도록 하는 데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큰 역할을 했다. 손 사장은 작년 트위터를 통해 "터널 구간에 중계기 설치를 허락해달라"고 지하철 회사에 공개적으로 요구,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물론 중계기 설치 비용은 통신회사가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지하철 회사들은 승객이 조용하게 지하철을 탈 권리를 내세워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도쿄도(都)가 업무의 효율성과 국제 경쟁력을 내세워 도입에 찬성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도쿄 도청이 "바쁜 회사원들이 회사에 도착하기 전 지하철에서 메일이나 인터넷을 볼 수 있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 의사를 보이면서 지하철 회사들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NTT 등 다른 통신회사들도 잇따라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중계기 설치 비용을 통신사들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하철 내 통화는 여전히 금지된다. 지하철 회사들은 "통화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인 만큼, 고령자 우선 좌석 주변에서는 전화기를 끄고, 다른 곳에서도 통화는 하지 말고 메일과 인터넷만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지하철 차량 내부에 붙은 통화금지 안내문도 지금처럼 계속 부착된다. 지하철에서는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않는 '일본식 휴대전화 매너'는 앞으로 자율에 의해 유지된다.
요새는 다 됨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