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도 여야 4당이 일부 상임위원회를 열고 법안 심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소방관국가직화 법안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안이 통과됐다.
같은 날 오전 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방불케 한 의사진행발언으로 법안 논의에 제동을 걸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작 법안 심사에 착수하자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익표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날 오후 소방관국가직화와 관련된 소방3법(소방기본법·소방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과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과거사법 개정안 등을 다수결 방식으로 의결했다. 소위 문턱을 넘은 이 법안들은 바로 다음 날인 26일 예정된 행안위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의사는 재적 위원 과반수가 출석한 상태에서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4명, 바른미래당 1명 등 총 10명이므로, 원칙적으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손을 잡으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행안위 의원들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 의결은 "날치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법 규정과 다르게 그동안 소위 회의는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여야 만장일치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행안위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여당이 정략적 날치기로 통과시킨 법안은 원천무효"라며 "지금까지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는 여야 합의를 통해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런 국회의 오랜 전통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는 국회 폭거이자 민주주의 파괴"라며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열을 올렸다.
하지만 홍익표 소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법안 심사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다수결 처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호소했다.
홍 소위원장은 법안소위 회의에서 "오랫동안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불가피하게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 간의 합의로 통과한 데 대해 한편으로 아쉽지만 한편으로 뜻깊다"며 "과거사법은 오랫동안 공권력에 희생당한 유가족의 한을 위로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소방관 국가직화법은 운영, 입법에 대한 보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선거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특위는 6월 말까지 활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는 28일 선거법 개정안을 사실상 의결처리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김종민 1소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수, 목, 금 회의를 잡아놨다. (정개특위 임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금요일에 정개특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간사인 장제원 의원 대신 김재원 의원이 회의에 참석했지만,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회의 진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은 그만하고) 회의 좀 합시다. 회의를 해야 의사 진행을 할 것 아닙니까. 회의를 합시다"라고 거듭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