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사립대 운영 개선해야” 사학법 개정안 발의
A 대학교 이사장은 자신의 자녀를 학교에 꽂았다. 출근조차 하지 않았던 이 이사장의 자녀에게 지급된 급여는 무려 5천여만원.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가의 재정지원에서 나온 돈이다.
사정은 B대학교도 마찬가지였다. B 대학교 총장은 법인 카드를 이용해 골프장 비용으로 2천 59만원, 미용실 비용으로 314만원을 사용했다.
이러한 사례는 실제 교육부에서 적발된 비리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학비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293개의 사립 대학에서 적발된 재단 횡령, 회계 부정 등 비리 건수는 1천367건이고, 비위 금액은 2천624억 4천2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사립유치원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주목 받았던 박용진 의원이 이번에는 교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사립대학 비리를 겨냥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후 1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사립대학교에서 발생하는 비리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박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사립대학교 비리는 어떻게 보면 유치원 사태의 확대 복사판"이라며 "국고가 지원되는데 교육 당국이나 국민들은 이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알지 못한다. 교육 당국의 눈치 보기, 감사의 미비, 솜방망이 처벌도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차이가 있다면 비리 금액"이라며 "사립 유치원은 3차에 걸쳐서 비리 규모를 밝혔지만 수백억 단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립대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교육부를 통해 확인한 것만 2천600억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립대 비리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 예산의 지원이 대부분 등록금과 국비 지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예산은 18조 7천15억원이고 이중 53.14%가 등록금 세입, 15.28%가 국고지원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반복되는 사립 대학의 비위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간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던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학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박 의원이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에는 사립학교 재단법인의 임원 요건을 강화하고 이사회 회의록 작성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그동안 환수 조치로 끝났던 회계 부정이 적발될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못 박았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사립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비리가 이사장 및 친인척 중심의 운영구조와 폐쇄적인 대학 운영에서 비롯된다는 문제 의식을 반영했다"며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사립대 문제는 단순히 한 대학,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사립대학교가 운영의 자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느슨한 처벌 조항을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라 제기됐다.
사학비리 척결에 앞장섰던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사학에서는 공공성이 커지면 자율성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공공성의 기반 위에서 자율성은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학교를 학교답게 운영하면 될 일"이라며 "사립대는 영리의 수단이나 사유재산, 가업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정 총장은 "수많은 사립대가 지원은 다 받으면서 관리·감독을 받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사학비리 분규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부가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도 "사립대학은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다양한 교육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되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학교 운영과 교직원 임용 등에서 폭넓은 자율성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사학들은 교육기회 보장을 위해 주어진 자율성을 자의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최 정책관은 "최근 교육부 정책연구 결과 이사장 및 친인척 중심의 사학 운영을 사학 비리 발생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이에 법인 임원의 부당한 대학 운영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초반에는 전국 10여개 대학의 구성원들이 자신이 다니는 사립대학교 비리를 직접 밝히겠다며 '공개 제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의 비리를 고발하는 자료를 박 의원에게 전달하고, 해당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했다.
이들의 '공개 제보'를 받은 박 의원은 "각각의 사례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학비리 전반에 대해 공유해서 모두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사학법 개정안 통과는 물론이고 제보해주신 문제들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