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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홍상현의 인터뷰] 영화 <양지의 그녀> 미키 타카히로 감독 - 음악으로 그린 멜로, 현실과 판타지를 가로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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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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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8 10:32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2

기차가 포이어제역에 닿았다. 이제 플랫폼에 내려 10분 남짓 걷다 보면 그 이른 봄날의 엉뚱하고도 충동적인 여정도 일단락 될 것이었다. ‘엉뚱하고도 충동적인’ 뒤에 ‘심지어 멍청하기 까지 한’ 정도를 덧붙여도 나쁘지 않으려나.

시간을 대략 반나절 정도 앞으로 되돌려보자. 출장을 마치고 나리타로 돌아가다 스톱오버로 뮌헨에 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벌어놓은 시간을 굳이, 300년간 침잠해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의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그런 까닭에 시가지의 대부분이 1945년 이후 지어진 도시에 오는데 써버릴 이유는 없었다. 당장 그날 밤이야 술기운에 취해 잠을 청한다손 치더라도, 다음날 아침 공항으로 향할 때의 무참한 기분은 어쩔 텐가. 그런데 왜?

“이미 늦었다니까.”

삭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건조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가게로 들어섰다.

“카페 바(Caffè-Bar)”

독일어로 써놓지 않았던들, 베를린은 고사하고 서울의 홍대나 이태원 언저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간판. 무슨 나무로 짜놓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무척 견고해 보이는 진열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바에 앉았다. 이제 뭐든 마셔야한다. 이 낡은 궤짝 안에서. 다만 주의해야 할 필요는 있다. 충동적으로 독주를 선택하면 휑한 호텔방에 고꾸라졌다가 아직 컴컴한 시간에 눈을 뜨게 될 수 있으니까. 이어폰을 꼽고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주인장이 취향에 맞는 곡을 들어줘도 좋으련만‘리얼 월드’에서 그런 우연은 일어날 리 없으니까. 재생버튼을 클릭하자 비치보이스의 가성이 들려왔다.

몇 년 전 이 자리에 앉았을 때는 분명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와 “(비치보이스의 고향) 호손에 가면, 여기서 즐겨 입는 외투 따위는 구호물자용으로나 비치돼있을 것 같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더랬다. 브레멘에서의 짧은 객지생활을 접고, 창밖에 겨울비가 내리는 고향으로 돌아왔던.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도 살지 않는 사람.

마른기침처럼 눈물이 터져 나온 건, 바로 그 때다.

만약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양지의 그녀>의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슈투트가르트의 그 바에 있었다면 나지막하게 말해줬을까.

가끔은 오래전 누군가와 즐겨듣던 노래에 눈물지으며 하루를 보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탈까말까 망설이던 마지막 전차, 함께 이를 닦으며 쳐다보던 거울, 노트 위에 적혀있던 ‘고마워’라는 한 마디까지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린 후일지라도.

원치 않던 이별 뒤에 다시 만난 연인, 그리고 10년간 오직 재회만을 위해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멜로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이후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아온 미키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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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시각화(visualize)는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렵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일단 그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모은 이미지 앨범을 만들어 캐스트와 스태프에게 나눠준 연후에야 작품의 이미지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사진: 도호주식회사(TOHO CO., LTD) 제공

홍상현:

이른바 ‘멜로영화’의 대표감독을 10년 단위로 구분해 한 명씩 언급해보자. 1990년대 이와이 슌지, 2000년대 유키사다 이사오, 그리고 2010년대는 미키 타카히로, 바로 당신이다. 다만, 앞의 두 사람은 영화ㆍ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도제시스템을 거쳐 감독에 데뷔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신은 좀 다르다. 학생시절부터 단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는 등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졸업 후 곧장 영화현장으로 향하지는 않았다.

미키 타카히로:

최종적으로 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이야 대학시절부터 있었지만, 졸업 후 바로 영화 현장에 가더라도 감독을 하게 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뮤직비디오는 비교적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연출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장르는 달라도 영상작품의 감독으로서 경험치를 높이는 게 가능해보였고. 그래서 일단 뮤직비디오 감독이 된 거다.

홍상현:

앞의 질문은 중요하다. 소니뮤직 입사 이후 당신은 고작 몇 년 만에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와 칸 국제광고제 등을 석권하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데뷔 후의 필모그래피를 보더라도 음악은 당신의 작품에 소중한 인스피레이션을 제공한다. 뮤지션 이상의 음악적 감각을 가진 영화감독이라고 할까.

미키 타카히로:

원래부터 음악을 통해 영상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 중학생 시절, 영화 비디오는 비싸서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영화의 OST를 구입해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좋아하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재생했다.

그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 영상을 떠올리는 일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일단 그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모은 이미지 앨범을 만들어 캐스트와 스태프에게 나눠준 뒤 작품의 이미지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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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기존에 어필되어 있는 것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캐스팅을 선호한다. 그 쪽이 관객에게도 신선한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연기를 하는 캐스트 본인의 의욕 또한 높여주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응한 마츠모토 준은 <꽃보다 남자>에서의 이미지를 벗고 철도 마니아 ‘초식남’ 캐릭터로의 변신을 성공시켰다. 사진: ㈜제이브로ㆍ㈜영화사 오원 제공

홍상현:

말씀을 듣고 보니 비치보이스의 명곡 “우든 잇 비 나이스(Wouldn't It Be Nice)”가 스토리의 중심에 놓여있어 원작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미키 타카히로:

원작의 메인모티브로 “우든 잇 비 나이스”가 쓰였기 때문에 영화화의 기획 단계에서도 이 곡을 쓰기로 이미 결정이 나있었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도 “우든 잇 비 나이스”가 흐르는 신의 연출에 특히 역량을 집중시켰고. 뮤직비디오에 가까운 감각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편집에 매달렸다.

홍상현:

평소 일상적인 스토리에서 자연스럽게 비일상적인 스토리로 넘어가면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연출로 유명하다. TOKYO FM의 라디오 방송프로에서 ‘영화에 눈을 뜨게 해 준 작품’으로 언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1983년 판)가 판타지였던 것과 관계가 있나.

미키 타카히로:

그렇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영향이 컸다. 당시 제가 가지고 있었던 사춘기 특유의 답답함이나 초조함이 영화에서 묘사된 비일상적 세계와 강하게 공명하면서 '구원'의 느낌을 주더라. 그런 까닭에 제가 만드는 영화도 판타지의 요소를 담아내면서 일상과의 지속성에 주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홍상현:

당신의 영화에서 ‘시간’이라는 것이 중요한 메타포(metaphor)로 관객의 가슴을 뒤흔드는 역할을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

미키 타카히로:

제가 영화 속의 '시간'에 천착하는 이유는 저 자신, 무척 기억력이 약한데서 기인하지 않을까 한다. (웃음) 추억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윤곽이 흐려져, 과연 그것이 정말 경험한 일이었는지, 그랬다고 여기고 싶은 저 자신이 만들어낸 망상인지 모호해진다. 그 모호함은 감미롭지만,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자꾸자꾸 사라져버리지. 그럼에도 어떻게든 넘치지 않게, 필사적으로 추억을 영상에 정착(定着)시키려 하는 행위가, 제 ‘영화 만들기’일지도 모르겠다.

해서,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영화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trigger)로 작용할만한 음악이 아로새겨져 있는 영화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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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의 그녀>의 마오는 신비로운 캐릭터라는 특성상 연기자에게 부담이 큰 역이나, 인물을 마주하는 우에노 주리의 진지한 자세가 설득력을 부여해주었다. 사진: ㈜제이브로ㆍ㈜영화사 오원 제공

홍상현: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중학교 시절의 무대가 다르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빛으로 가득한 작품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연출해낼 수 있었다.

미키 타카히로:

말씀처럼 원작의 무대는 내륙지역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제 아이디어에 따라 가나가와의 바닷가 마을로 바뀌었다. 촬영시기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해변 쪽에서 진행하는 편이 겨울의 사광(斜光) 같은 태양이 수면에 반사되면서 <양지의 그녀>의 따뜻함을 더 잘 표해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홍상현:

이제 와서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불안했던 게 <꽃보다 남자> 이후 5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마츠모토 준이었다. 철도 마니아 ‘초식남’ 주인공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과감하게 캐스팅해 바람직한 성과를 거뒀다.

미키 타카히로:

개인적으로 기존에 어필되어 있는 것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캐스팅을 선호한다. 그 쪽이 관객에게도 신선한 인상을 줄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연기를 하는 캐스트 본인의 의욕 또한 높여주기 때문이다.

지금껏 연기해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 연기자와 소통함으로써 ‘어설픈 연기’가 아닌 ‘피가 흐르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츠모토 준 군이 멋지게 그 기대에 부응해주었고.

홍상현:

그밖에 마츠모토 준에게 어떤 것을 요구했나?

미키 타카히로:

도리어 그 쪽에서 제안한 게 많았다. 이를테면 ‘눈썹이 강조되면 고집이 세 보일지 모르니 헤어ㆍ메이크업으로 숨겨보면 어떻겠느냐’라든가, ‘의상의 실루엣도 타이트한 것보다 조금 라인이 둥글게 보이는 것으로 해서 캐릭터의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편이 좋겠다’같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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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스토리에서 자연스럽게 비일상적인 스토리로 넘어가면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양지의 그녀>에서도 예외 없이 빛을 발한다. 사진: ㈜제이브로ㆍ㈜영화사 오원 제공

홍상현:

‘연기변신’의 경우는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이후 3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우에노 주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그녀의 어떤 모습에서 이토록 수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가능성을 발견했나?

미키 타카히로:

우에노 주리 씨를 기용한 가장 큰 이유는 어떤 배역을 맡든 표면적인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움직여, 그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배우이기 때문이었다.

<양지의 그녀>의 마오는 캐릭터가 아주 특수해서 연기자에게 부담이 큰 역이지만, 인물을 마주하는 우에노 주리 씨의 진지한 자세가 작품이 그려내는 판타지에 큰 설득력을 부여해주었다.

홍상현: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양지의 그녀>의 마오는 전혀 코믹하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럽더라.

미키 타카히로:

워낙 코믹 엔터테이너의 인상이 강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그녀가 본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연출의 포인트를 잡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그녀의 아름다음과 매력을 새삼 인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했다.

홍상현:

게다가 시각적으로도 장면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는 당신의 장기가 <양지의 그녀>의 우에노 주리에게도 발휘된 것 아닌가.

미키 타카히로:

코스케가 한참 만에 마오를 만나 단숨에 마음이 끌린다는 설정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비주얼의 측면, 즉, 그녀의 헤어ㆍ메이크업, 스타일링에도 공을 들였다. 사랑스러움, 아름다움은 물론,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의상도 유행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 클래시컬(classical)한 분위기를 풍겨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지 않게 해 줄만한 아이템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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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중학생 시절을 연기한 키타무라 타쿠미와 아오이 와카나.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이들의 완벽한 연기를 위해 네 사람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리허설을 진행했다. 사진: ㈜제이브로ㆍ㈜영화사 오원 제공

홍상현:

우에노 주리와 마츠모토 준의 중학교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키타무라 타쿠미아오이 와카나)은 캐스팅 당시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마치 두 사람이 과거로 타임슬립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미키 타카히로:

두 사람에게 플래시백이 무척 중요했기 때문에, 대단히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오디션을 실시해 최대한 두 사람과 닮은 연기자를 찾아냈다. 또한 두 사람과 행동이나 대사까지 닮은 인물로 그러내기 위해, 중학생 캐스트 두 사람과 성인 캐스트 두 사람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리허설을 진행했다. 먼저 성인 두 사람에게 회상 신을 연기시키고, 이를 참고로 중학생 캐스트 두 사람이 연기를 하도록 하는, 이른바 ‘레슨’을 실시한 거다.

홍상현:

<양지의 그녀>만의 특징이 또 하나 있다. 멜로영화인데 “좋아해”, “사랑해” 같은 대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미키 타카히로:

캐스트 두 사람에게 “좋아해”, “사랑해” 같은 대사를 말하게 하는 대신,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 감정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쪽이 직접적인 대사보다 효과적으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홍상현:

<시간을 달리는 소녀>(2010년 판)의 칸노 토모에나 <우행록>의 무카이 코스케 같은 재능 있는 작가들이 집필에 참여한 시나리오에 당신의 연출력까지 더해지면서 나타난 시너지 효과는, 특히 작품의 결말부에서 빛을 발한다.

미키 타카히로:

원작과의 차별성을 기함에 있어 우리가 가장 천착한 부분은, 마오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떠나려 할 때, 과연 코스케의 기억마저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것으로 표현해야할지 여부였다. 원작에서는 마오가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함으로써 사랑을 표현하지만, 영화에서는 “잊어 달라”고 함으로써 코스케의 행복을 비는 마오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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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비치보이스의 ‘우든 잇 비 나이스’가 싱글 발표 이후 50년 이상 흐른 지금에도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양지의 그녀>도 수십 년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진: ㈜제이브로ㆍ㈜영화사 오원 제공

“한국영화 중에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 많잖아요. 그런 작품들을 늘 접하는 까닭에 유난히 안목이 높으신 한국 관객 여러분께 제 작품을 보여드린다는 건, 무척 긴장되는 한편으로 대단히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비치보이스의 ‘우든 잇 비 나이스’가 싱글 발표 이후 50년 이상 흐른 지금에도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양지의 그녀>도 수십 년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입가에 끊임없이 미소가 번지는 한편으로,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와도 닮아있는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필자는 “캐머런 크로우의 <바닐라스카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만약 리메이크된다면 당신이 연출을 맡아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덕담이자 개인적인 바람을 담은 이야기.

특유의 온화한 웃음, 그리고 “저도 좋아하는 감독인데 영광”이라는 인사와 함께 “다만, 정말 기회가 주어진다만 <금지된 사랑>이나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리메이크해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자는 슬픈 표정의 존 쿠삭이 피터 가브리엘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카세트플레이어를 머리 위로 들고 연인의 집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유명한, 후자는 록 마니아인 캐머런 크로우가 음악평론을 하던 10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청춘영화. 문득 미키 감독과 필자가 동갑내기라는 사실과 함께, 부디 그가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멜로의 명장(明匠)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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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원작 소설 『양지의 그녀』의 무대는 내륙지역이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가나가와의 바닷가 마을로 바뀌었다. 작품의 따듯함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사진: ㈜제이브로ㆍ㈜영화사 오원 제공

※ 신작 촬영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넘치는 진지함과 다정함으로 인터뷰에 임해주신 미키 타카히로 감독, <하나레이 베이> 인터뷰 당시 <양지의 그녀>에 대한 코멘트까지 곁들여 주신‘마에스트로’, 오가와 신지 프로듀서. 그리고 현지에서 이미 개봉 7년째에 접어든 작품에 대한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을, 한국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으로 기꺼이 진행해주신 도호주식회사영상본부 국제부 국제전략실 다케다 아키히로 씨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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