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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박사랑 “현실 덕후, 리얼한 팬을 그리고 싶었어요” - 『우주를 담아줘』 박사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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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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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의 그날부터 애인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지만 최애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2019. 06. 18)

박사랑.jpg

 

 

아이돌 티켓팅이 시작되면 팬들은 긴장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빠르게 예매 버튼을 눌러도 예매 성공은 커녕 공연장 배치표를 보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결국 티켓팅에 실패하면 팬들은 멤버들만큼 바빠진다. 티켓이 없는 자들은 양도를 받아야 했고, 티켓이 있는 자들은 원하는 자리나 날짜를 위해 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 몇 만원의 웃돈을 주고 한숨을 돌리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올라오는 출국 사진들을 살펴본다. 출국 사진 탐방이 끝나면 오픈채팅방을 확인한다. 오픈채팅방에서 짤들을 감상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유튜브 앱에 들어가 지난 주 방송된 음악 방송을 클릭한다. 방송을 보다 보면 혼잣말이 방언처럼 튀어나온다.


 “아유 우리 애기 예쁘다. 이건 정면에서 찍어야지 왜 애들 등짝을 찍고 난리야. 민영이 입은 셔츠 개이쁨. 누가 우리 리더 머리 저렇게 자르래, 미친 거 아님? 시발 골반 돌리는 안무 만들어준 안무가님 사랑합니다! 환호와 욕설이 난무하는 방에서 나는 계속 다른 영상을 켜고 광대를 발사할 듯 웃어댔다.”

 

본격 아이돌 덕후 소설  『우주를 담아줘』  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작가 박사랑은 201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2017년 소설집  『스크류바』  로 첫번째 책을 출간한 젋은 작가다.  『우주를 담아줘』  는 박사랑 작가의 두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장편소설로 “2n년간 빠순이로 살아”간 본인의 경험이 많이 들어간 덕업일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첫번째 책  『스크류바』  를 출간 후 작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쓸 수 있는 글, 자신의 개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결론이 “아이돌 팬 생활을 소설로 써보자”였다고 한다. 작가의 다년간 아이돌 팬 생활이 녹여진 작품에는 포도알, 하느님석, 이선좌, 피케팅, 막콘, 덕통사고, 일코, 폼림, 멜림, 사녹 등 온갖 덕질 전문용어가 각주로 명랑하게 등장해 아이돌 팬들의 라이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주는 재미 포인트 중 하나. 다음은 박사랑 작가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다.

 

 

우주를담아줘 표지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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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아줘』  라는 제목이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우주’라는 단어가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랫말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한데요.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오랫동안 품어왔던 제목이었습니다. 저의 세상을 보여줄 글이 있다면 꼭 붙이고 싶었어요. 마침 아이돌 팬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이 글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우주’라는 단어가 아이돌의 노래 가사에 자주 등장해 식상해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목도 붙여 봤지만 역시 이 소설에는 저 제목이 딱이라고 여겨 다시 돌아왔습니다. 읽으시는 분들 두 손에 제 우주를 듬뿍 담아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이돌을 덕질하는 팬들의 요즘 트렌드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놀랬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덕질을 하셨다고 밝히시기도 했는데요. 지금까지의 작가 님의 아이돌 덕질 생활 히스토리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열다섯 살에 처음으로 최애가 생겼습니다. 그 그룹 덕분에 공개방송에도 가 보고, 팬클럽에도 가입해보고 사인도 받아 봤어요. 하지만 그 그룹은 인기도, 인지도도 높지 않아서 2집을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저는 그게 제 팬 생활의 끝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작이더군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예능프로그램에서 아기를 키우던!) 그룹에 입덕해 고등학생 동안 빠져 지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덕질 메이트도 얻고 덕질 스킬과 기반을 닦게 되었지요.


이십 대는 제 덕질의 전성기였는데요. 당시 가장 이름을 날리던 아이돌을 무심히 보다가 순간 입덕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해외 공연도 찾아 다니고 올콘(모든 공연에 가는 것)도 해보고. 그러는 동안 감정의 극단도 달려보고. 이런 사랑이 더는 없을 거야! 라고 자신할 만큼이었어요. 여기서 끝나면 다시는 누구도 좋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삼십 대가 되자 자연스럽게 또 다른 최애가 생기더라고요.(웃음)


열 다섯의 그날부터 애인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지만 최애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장편소설로는 첫 작품입니다. 아이돌 덕질을 하는 30대 여성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한 것은 필연인 건가요? 이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와 동기를 알려주세요!


소설집으로 묶을 단편들을 정리하고 나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이 없을까,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그 끝에 나온 결론이 아이돌 팬 생활을 소설로 써보자! 였습니다. 처음부터 책을 내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장편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연습 삼아 써내려 갔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욕심 없이 쓸 수 있었어요.


소설을 읽으며 아이돌 덕후들을 바라보는 작가 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작가 님은, 이 소설을 통해 아이돌 덕후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는지요? 사람들이 아이돌 덕후를 이렇게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으셨는지요?


방송에서 그려지는 덕후가 과장되고 편향적이라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팬 앞에 내 아이돌이 나타난다는 상황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방송에서는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돌을 따라가더라고요. 그런데 진짜 팬들은 대체로 그러지 않거든요. 그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멀리서 슬쩍 보고 지나가기도 하고, 말을 걸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 놓쳐버리기도 해요. 그게 훨씬 더 리얼해요. 괴성을 지르며 내 아이돌을 괴롭히는 팬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현실 덕후, 리얼한 팬을 그리고 싶었어요. 아이돌 팬은 십대들만 있는 게 아니고요, 여러분 주변에 일코 중인 조용한 덕후들이 많습니다. 일부 사생팬은 정말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의 아이돌 팬들은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사회에서 성실히 생활하고 있답니다.


아이돌 덕후 생활이 작가 님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요?


추억과 활력입니다. 기억은 어떤 사람을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죠. 내가 나인 것은 살아온 흔적을 기억하기 때문이잖아요. 저의 기억 속에는 언제나 구 오빠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자주 그 기억을 꺼내어 웃고 울어요. 그 기억은 술안주가 되기도 하고 수다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 오빠는 당연히 저의 활력을 담당합니다. 저는 다음달에 있을 콘서트를 위해 오늘을 살고 곧 컴백할 오빠들을 보기 위해 지금을 견뎌냅니다.


어쩌면 작가님의 이번 작품은 덕업일치의 최고점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요?


저의 덕질 메이트들은 완전 재밌다, 발을 동동 구르며 봤다, 오글거리는데 웃기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추천은 못하겠대요. 너무 부끄러워서. 덕후가 아닌 친구들은 너에게도 이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제가 일코를 꽤 잘하고 지냈거든요. 어쨌든 주위에서는 저의 당당한 일코해제를 지지하며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라고 응원해줍니다.


2012년 등단하시고, 7년간 소설가로 사셨습니다. 소설가로의 삶, 어떠신지요?

 

등단 후 몇 년 동안은 소설가 지망생 생활과 별다를 게 없었어요. 어디서 저를 소설가로 소개할 일도 거의 없었고, 책이 나오기 전에는 작가라는 말이 민망하기도 했고요. 소설집을 내고 나서는 그래도 좀 소설가다운 마인드가 생겼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소설가라고 말하는 일이 거의 없는 직업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선생님께 무엇인가요?

 

노동이고 생활이고 친구죠. 많지 않지만 원고료를 벌고는 있으니 노동인 건 분명해요. 저는 글 쓰러 갈 때 꼭 일하러 간다고 표현하거든요. 하지만 노동에 그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밥 먹고 잠 자고 하는 것처럼 글 쓰는 일도 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늘 반복하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래 쓰다 보니 글 쓰기는 제 친구인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심심할 때 글이 저랑 놀아주고 떠들어주고. 글은 저를 기운 빠지게 했다가 또 힘을 북돋아줍니다. 참 속을 알 수 없는, 까다로운 친구예요.


요즘 즐겨 듣고 계시는 노래, 요즘 읽고 계시는 책을 알려주세요.

 

늘 즐겨 듣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최애의 노래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으니, 지금 듣고 있는 곡을 말씀 드릴게요. Toploader의 <Dancing in the moonlight> 와 Foo Fighers의 <Virginia Moon>  이 연속으로 흘러나오고 있는데, 듣기 좋네요. 책은 데이비드 버코비치의 『모든 것의 기원』  과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을 막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얘기를 들려주시고 싶으신가요?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저는 이름이 특이한 편이라 늘 제 이름이 크게 불리는 것을 싫어했는데, 바꾸지 못하고 그렇게 사는 동안 이름에 대한 생각을 오래도록 해왔거든요. 사람에게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해 나가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9095?y_contents=%EC%B1%84%EB%84%90%EC%98%88%EC%8A%A4&y_channel=%EB%89%B4%EC%8A%A4%EC%BA%90%EC%8A%A4%ED%8A%B8&y_area=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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