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넘도록 많은 이들을 울고 웃겼던 정정용호의 여정이 아름답게 마무리 됐다. 애초 폴란드로 떠날 땐 특별한 조명을 받지 못하던 팀이었으나 돌아올 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이라는 상징적인 이정표도 눈부시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축구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어 넣어준 행보였다.
대회 기간 내내 숱한 기사들이 쏟아지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에게 전달됐으나 미처 기사화 되지 않은 뒷이야기들도 있다. 우스운 이야기도 있고 씁쓸한 내용도 있다.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정정용호의 폴란드 여정 뒷이야기를 '말말말' 형태로 전한다.
Δ정정용 감독 "이러다가 '훅' 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하루 앞둔 15일 <서로 꿀 떨어지던 정정용과 이강인…이 팀, 특별하다>는 제하의 기사를 전한 적 있다. 당시 정정용 감독과 이강인은 감독과 선수, 스승과 제자라기보다는 삼촌과 조카가 더 어울리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에피소드는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우연히 정 감독, 이강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나왔다. 정 감독에게 "선수가 감독을 그렇게 쳐다보는 것은 처음 봤다. 꿀이 떨어지더라" 물으니 크게 웃은 뒤 이내 "너 식당에서 꿀 퍼먹지 말랬지"라고 '아재개그'를 던졌다. 그것을 또 이강인은 "전 꿀 안 좋아합니다"라고 받아줬다.
당시 소개하지 못한 또 다른 정 감독의 속마음이 있었다.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됐다는 말에 "이러다 마지막에 훅 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했다. 결승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는 말인데, 결과적으로는 마지막에 쓴잔을 마시긴 했다. 그래도 한국의 팬들은 그를 영웅으로 맞이했다.
Δ "정작 여기서는 군대도, 병역이란 말도 안 나오는데..."
대표팀이 에콰도르를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하자 한국에서 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론을 전하는 내용부터 병무청에 문의한 내용등이 기사화됐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선수들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정정용 감독은 "최대한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라고는 했으나 그렇다고 핸드폰을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특히 SNS 활동 등 인터넷이 일상이 된 젊은 친구들이라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관련해 한 관계자는 "정작 선수들은 병역이나 군대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는데 안에서만 시끄러우니 이상하다. 사실 좀 우려스럽다. 어린 선수들이고 이 선수들이라고 훗날 군대에 가는 것을 왜 생각하지 않겠는가"라고 전제한 뒤 "가장 중요한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 마음에 바람이 들어가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그랬다.
이것이 진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승전 결과는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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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를 마친 이강인 선수가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2019.6.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Δ김판곤 부회장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대회 기간 중 대표팀의 직접적인 스태프만큼 바빴던 이가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U-20 월드컵이 열리는 폴란드는 물론 여자 월드컵이 진행되는 프랑스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빴다. 몸보다 힘든 것은 마음이었다.
U-20 월드컵 대회 결승전이 끝난 이튿날 바르샤바 공항에서 만난 김 부회장은 "이제 프랑스로 넘어간다"고 했다.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있는 여자대표팀을 지원하고 응원하기 위한 이동이었다. 김판곤 부회장은 근심이 많았다.
쉴 틈이 없겠다는 말에 그는 "해야 하는 일이라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우리 여자선수들이 걱정"이라면서 "이 팀(정정용호)은 기대보다 훨씬 잘했는데, 저쪽(여자대표팀)은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 2차전을 모두 져서 우리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안쓰럽다. 가서 기운을 좀 주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16강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노르웨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꼭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