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이 태조대왕께 이런 말을 했지요.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
감히 돼지라? 상놈 피가 섞인 서자라더니,
하는 말마다 천박하기 이를 데없구나.
조선 백성 절반 이상이 상놈입니다.
제 몸에 그 피가 섞였으니 비로소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피 아닙니까?
이자가 그걸 말이라고
궐 밖을 보십시오. 여전히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 짐을 싸들고 몰려드는데
이미 도성은 굶주린 백성으로 차고 넘칩니다.
양반 피만 흐르니 상놈들은 뵈지도 않는 겝니까?
2차전
딱도 하십니다. 이런 얄팍한 장사치의 농간에...
그만 두시게. 장사치는 백성이 아닌가? 어찌 자네 말 옳다는자들만 이 나라 백성이라는 게야.
궐문앞에 모인 자들은 그럼 다른 나라 백성이란 말인가?
요란 떨며 격쟁하는 대다수가 제 이익이 사라질까 두려운 장사치나사대부의 하수인들임을 모르십니까?
여론을 호도치마십시오, 대감. 호의호식하며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운 자들과
끼니 걱정에 그나마 삶의 터전을 잃을까 두려운 자들을구별하십시오!
잘 먹고 잘 입으면 죄인인가?
그들 역시 이 나라 백성이고 부자가 되려고 무진 애쓴 자들일세.
헌데 허구한 날 술 마시고 투전판에 세월을 보낸 자들만 백성이라 하니, 이런 언어도단이 어디 있는가?
그 누가 잘 살려 애쓰지 않았겠습니까?
아무리 애를 써도 가난을 벗어 날 수 없으니 허망함에 그런 겝니다.
애쓴만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나라의 녹을 먹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니까, 대감!
천도를 하고 시전을 없앤다고 그 세상이 올 것 같은가?
세상이 변하고 또 변해도 헐벗고 굶주린 자들은 필시 있는 법인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