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태민의 젠더리스 패션
7,339 59
2019.02.21 10:41
7,339 59

태민의 젠더리스 패션


2019022107337285454_1.jpg?rnd=2264

©SM Entertainment


K-POP은 성별 구분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다. 가끔 대형 음악 방송 같은 이벤트에서 아이돌이 자신과 성별이 다른 아티스트의 춤을 추기도 하는데, 이때 보면 손짓, 발짓부터 그 움직임까지 그 차이가 상당히 뚜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복잡한 스텝과 넘치는 힘, 부드러운 동작과 섬세한 웨이브 같은 식으로 양쪽이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팝 음악, 힙합 음악, 댄스 음악이라는 게 대개 그렇기도 하다. 몸의 생김새가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움직임이 다르다. 성별의 차이는 특히나 그 간극이 매우 뚜렷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차이를 보여주기에 좋은 영역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애초에 여기에 깔려 있다는 남성다움, 여성다움이 뭘까. 예컨대 모든 남성이 전형적인 남성성을 가지고 있거나 목표로 하는 건 아니고 모든 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런 걸 굳이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고, 해도 잘 안되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것도 관심도 다들 다르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야기고, 이 다름은 예전보다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작품을 만드는 쪽도 소비하는 쪽도 그 경계를 의심하고 그 명확해 보이던 구분이 흐려져 가는 데 익숙해 지고 있으니, 기존의 규범과 구분의 흔들림 사이에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며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태민의 솔로 활동이 그렇다. 간단히 말하지면, 태민은 태민 식의 “멋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멋짐은 많은 부분 ‘갭'의 이용에서 나온다. 예컨대 관능과 순수, 막내와 성장, 거친 리듬과 느린 안무. 사운드는 매우 정교하고 음악은 탐미적이다. 그리고 ‘괴도’에서는 남성 안무가 사이에, ‘무브’에서는 여성 안무가 사이에 태민이 자리를 잡고 그 공통점과 차이를 함께 드러낸다. 이렇게 양쪽 모두와도 “다름”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패션 역시 여기서 큰 역할을 한다. 페티시 패션 풍의 셔츠, 글램 록의 반짝거림, 슬림한 까만 슬랙스나 찢어진 블랙진, 미니멀리즘, 시스루와 레이스. 다들 비슷한 데가 있는데 바로 성별 구별이 모호한 패션 장르들이다. 예컨대 멋지고 섹시함을 만들어 내는 데 기존의 남성성, 특히 K-POP이 관습적으로 활용하던 부분을 별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 

젠더리스 패션에도 여러가지 흐름이 있는데, 태민의 방식은 자신의 가시적 성별을 패션을 이용해 지워버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성별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식과는 약간 다르다. 그보다는 기존 남성성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남성성을 만들어 내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이 새로운 남성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게 있다면 영역에 상관없이 받아들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룩을 만든다.

결국 태민이 만들어 가는 멋짐과 섹시함은 무성이나 모호한 상상의 개념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다. 명확히 “멋진” 남성을 향하고 있고, 그게 예전과 다를 뿐이다. 그 바깥의 다른 건 아마 상관할 바도 아니고 별로 관심도 없는 거 같다. 말 그대로 기존의 관념 따윈 알 바 없고 멋진 게 뭔지, 어떻게 하면 그걸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태민은 K-POP 산업에서 자기만의 영역과 서사를 상당히 일관적으로 구축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수 있는 길은 한참 남아있다. 더 깊게 파고들고 탐구하면서 쌓여가고 있는 태민만의 멋짐이나 섹시함이라는 게 과연 앞으로 어디로 더 나아갈 수 있고, 얼마나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 박세진(패션 칼럼니스트)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9022107337285454



목록 스크랩 (0)
댓글 5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KREAM x 더쿠💚] 덬들의 위시는 현실이 되..🌟 봄맞이 쇼핑지원 이벤트🌺 569 04.24 46,72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97,17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054,19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850,7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330,390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351,76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422,29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7 20.09.29 2,265,71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6 20.05.17 2,977,14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545,55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915,75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3306 이슈 요즘 사찰에서 만들어 먹는 절밥 퀄리티 06:54 0
2393305 기사/뉴스 형사가 나오는데 되네?..'용감한 형사들' 어느덧 2주년 06:52 33
2393304 이슈 DOYOUNG 도영 - 반딧불(Little Light) COVER MINKYUN (온앤오프 민균) 2 06:45 60
2393303 이슈 경찰청 인스타에 공식 박제된 도로위에 흉기 10 06:41 1,455
2393302 이슈 19년 전 오늘 발매♬ GACKT 'BLACK STONE' 06:26 72
2393301 이슈 [콜미바이유어네임], [챌린저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신작 주연 배우 4 06:04 1,368
2393300 유머 이웃집 고양이가 물을 마시러 오길래 카메라를 설치해봤더니.twt 19 05:51 2,990
2393299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도 운영하는 고등어 식당 입니다~ 3 05:42 406
2393298 유머 연중한 최애 작가가 다시 글 쓰게 만드는 법 5 05:40 1,989
2393297 이슈 37살된 박재범 방금전 올라온 틱톡 영상.. 11 05:38 1,957
2393296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치즈냥 식당입니다~ 3 05:33 459
2393295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도 운영하는 바둑냥 식당 입니다~ 3 05:20 531
2393294 이슈 민희진이 아트디렉션 맡은 슈퍼주니어 그 앨범 26 05:14 5,084
2393293 유머 3살 아기의 성대모사 ㄷㄷㄷ.ytb 3 05:14 972
2393292 이슈 씨네21 별점 범죄도시 시리즈 중 최하점 받은 범죄도시4 18 05:10 2,295
2393291 이슈 진라면 매운맛 vs 진라면 순한맛 21 05:05 1,324
2393290 이슈 역대급 가스라이팅....jpg 25 05:02 3,054
2393289 유머 레전드 독기 가득한 아이돌ㄷㄷㄷ 5 05:00 2,941
2393288 이슈 결말 별로라는 얘기 1도 못 봤던 드라마.jpg 25 04:58 4,518
2393287 유머 새벽에 보면 엄청 추워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167편 3 04:44 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