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는 천군의 장손으로 천족의 태자이신 야화랍니다."
"어머니의 존함은 소소인데, 미인이시고 인간이랍니다.
아버지는 지난 3백년 동안 매년 저를 데리고 인간계에 있는 동황 준질산에서 몇 달씩 머물곤 하셨어요."
"아버지는 늘 어머니가 언젠가 돌아오실 거라 하세요.
아버지가 내일이 두 분이 처음 만난 날이라 어머니 생신이나 마찬가지래요.
제 생각에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머니 생신을 모르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어머니, 저 내일 복숭아 따러 갈 거라 여기 와서 축하해드릴 수 없어요.
그래서 미리 생신 축하드리는 거예요."
"야화. 결백등이 사라졌단 얘길 들었다.
그치만 등을 밝힌지 3백 년이나 지나지 않았니... 소소를 만들어낼 거면 진즉 만들어냈었을 거야.
이제 그만 죽은 사람은 보내주렴."
"아무 말 마십시요... 어둠 속에서 소소가 알려주려는 것 같아요.
아직 날 용서한 게 아니라고...
그래서 가짜 몸조차 보여주지 않나 봅니다."
"정신 차려. 네가 천족의 태자인 걸 잊었느냐? 아리는 어쩌고?
등을 다시 밝히면 어쩔 거고, 육신을 다시 만들면 어쩔 건데? 그게 진짜 소소라도 되느냐?
너 마저 죽으면, 아리는 천애 고아가 되는데... 그래도 하겠느냐?"
"네 목숨 하나는 아깝지 않겠지만 아리는? 널 기다리고 있지 않니.
3백 년이다. 죽은 어미 몫을 다해 정성 들여 키운 아들인데
네 원신을 태워 만든 가짜에게 아리를 맡길 테니? 아니면 소소를 증오하는 소금에게?
3백 년이야... 이제 잊어."
ㅡ 아리, 네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하신다.
ㅡ 결백등 켜고 있으면 돌아오신다면서요.
ㅡ 결백등이 꺼져서 이제 돌아오지 못한다.
ㅡ 왜 꺼지게 놔뒀어요?!
"잠자리야, 아버지가 거짓말하는 거겠지? 아리는 어머니를 3백 년이나 기다렸단 말이야..."
"야화가 미처... 낭자께서 청구의 백천 상신임을 몰라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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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수없이 반복되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너와 함께한 세 번의 생이
복숭아꽃 같기를...
삼생삼세십리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