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 제출하자마자 탈락 속출, 출신대학 입력하면 기업설명회 있던 자리마저 갑자기 만석표시 등 노골적 차별
일본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유명 대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기준의 학력필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출신대학에 따라 누군가는 인턴쉽부터 기업설명회를 무난하게 거쳐 입사합격을 손에 쥐는 한편 누군가는 인턴쉽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넘사벽을 실감하면서 발길을 돌려왔기 때문이다.
이는 취준생들의 경험담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HR종합연구소가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취준생 시절 학력필터가 있다고 느꼈었는지 묻는 질문에 절반정도(문과 51%, 이과 43%)가 실제로 느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학력필터 중 하나는 입사 가능한 최저 레벨의 대학을 설정하고 그 밑으로는 무조건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과거에 채용했던 신입사원들의 출신대학을 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자신의 대학명이 없다면 입사지원서를 제출해봤자 바로 탈락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입사하고 싶었던 기업이 같은 대학 출신을 채용했던 사례가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사지원 단계에서 바로 탈락했다’ / 아이치대학(愛知大学) 문과생
‘채용했던 대학이 와세다(早稲田)랑 게이오(慶應)밖에 없었고 역시나 탈락했다’ / 아오야마가쿠인대학(青山学院大学) 문과생
최근에는 인턴쉽이 보편화되면서 입사지원과 마찬가지로 인턴쉽에도 학력필터가 작용했다고 느끼는 취준생들이 많아졌다.
‘인턴쉽 참가자가 국립대 대학원생들만 가득했다’ / 킨키대학(近畿大学) 이과생
‘참가했던 인기기업의 인턴쉽이 고학력자들밖에 없어서 학력으로 걸렀다는 느낌이었다’ / 죠치대학(上智大学) 문과생
기업설명회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모든 학생들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좋은 대학이 아닐 경우 설명회장에 발도 못 들여놓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기업설명회 참석자들에게만 입사지원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아직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사실상 문전박대라고 할 수 있다.
‘설명회 알람이 와서 바로 접속했지만 만석으로 표시되었다. 도쿄에 사는 유명대학의 친구는 더 늦게도 참가신청이 가능해서 좌절했다’ / 코난대학(甲南大学) 문과생
반대로 주요 국립대학이나 와세다 또는 게이오대학 출신들은 너무나 손쉽게 통과하는 입사지원이 의아할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엉망으로 쓴 입사지원서가 통과되어서 학력필터가 있다고 느꼈다’ /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学) 문과생
‘같은 내용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는데 다른 대학 친구는 떨어지고 나는 붙었다’ / 오사카대학(大阪大学) 이과생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바로 다음 날 탈락통보가 왔다.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를 하루 만에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 가쿠슈인여자대학(学習院女子大学) 문과생
‘한 벤처기업에 기본정보를 입력한 뒤 송신버튼을 누르자마자 탈락통보가 왔다’ / 츠다주쿠대학(津田塾大学) 문과생
물론 모든 대기업들이 학력필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예로 소니는 1991년부터 학력불문 채용을 시작하면서 학력 기입란을 없애는 대신 지원동기나 실적 등을 담은 입사지원서의 분량을 늘리고 더 엄격히 평가하기 시작했고 취준생들 역시 입사지원서가 소니에 들어가기 위한 가장 큰 관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유명 대기업들이 학력필터 사용을 의심받고 있고 특정대학 출신들만 입사하는 사례가 계속되는 한 취준생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차별은 쉽게 불식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