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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종영리뷰] 우리는 '인간실격'일까? 전도연-류준열의 행복과 불행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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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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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사랑해? 돈이 사랑이야."

태연하게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하며 마음에 비수를 꽂는 남자의 이름은 강재(류준열 분)다. 그는 돈이 최고의 가치라 생각하고 돈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해온, 사뭇 보편적인 삶의 가치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인물로 보인다.

강재와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부정(전도연 분)은 부자의 정을 타고나라는 예쁜 이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부정적인 사람이다. 한때는 작가였으나 모 탤런트에게 갑질을 당하여 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아이까지 잃으며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남편,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원만할 리 없다.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살려달라는 말을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종류의 고통들을 안고 끙끙 앓는다. 하지만 고통을 안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을의 위치에 서 있다가도 갑의 위치로 돌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예전 고통은 잊어버린 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아파트 관리 직원들이 자신과 함께 목욕물에 들어가는 것이 불쾌하다는 얼토당토 없는 컴플레인을 거는 주민은 갑질을 함에도 오히려 자신 같이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냐며 적반하장으로 경비원을 몰아세우는 주민, 더불어 바람피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탤런트 남편과 함께 사는 아란(박지영 분)이 사회에서는 존경 받는 아이콘인 척 가면을 쓰고 부정에게 폭력을 행사해 아이를 잃게 만드는 행위는 그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선과 악, 갑과 을. 그 무엇도 정할 수 없는 상처와 길 잃은 가치가 뒤섞인 세상에서 그렇게 우연히 강재와 부정은 서로를 발견한다. 전혀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그들은 묘한 동정을 느낀다.

이후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사건들로 그들은 위기에 놓이게 되지만 강재는 부정에 대한 묘한 감정을 씻을 수 없게 되고 결국 부정을 지키기 위해 강재는 부정의 모든 흔적을 지우기로 노력한다.

'인간실격'의 묘미 중 하나는 내레이션이다. 부정과 강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자신이 인간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혼잣말이다. 인생이 이미 망한 것 같고, 반복된 실수로 인해 이미 돌아가긴 그른 것 같은 길의 중간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실격인가.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진다.

이 과정에서 전작 '봄날은 간다', '호우시절', '천문' 등 아름다운 영상미와 멜로, 브로맨스를 연출했던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이 빛난다. 내레이션과 겹쳐나오는 아름다운 영상, 충만한 척 잘 숨긴 것 같으면서도 뼛속까지 공허한 현대인의 마음, 서로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듯한 아득해 보이는 인물의 감정선까지 표현한 그의 연출은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더 작품에 이입시킨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연민하는 마음, 그리고 나아가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마음까지. 작품에 담긴 우울하고 정적인 무드가 무색할 정도로 '인간 실격'은 보면 볼수록 상처받은 자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더욱 따뜻하게 끌어안는 작품이다.

인간으로 왜 태어났는지, 앞으로의 인생이 왜 먼 아득한 바다의 수평선처럼 보이는지, 그렇다고 뛰어들어 거기까지 헤엄칠 생각도 못 한 채로 모래 위에 발을 묻고 서 있는지 알 수 없고 막막한 오늘의 인간들에게 '당신의 인생은 실격이 아니야. 잘 해낼 수 있어'라는 위로를 던진다.

비록 종영한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작품일 것 같다. 나 또한 '인간실격'을 보고 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제발 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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