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글이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날 필요가 없다 싶으니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지고 정리할 필요를 느끼게 돼.
개인적인 생각이고 고백적인 부분이 많아 일기장이나 개인 블로그에 올릴까도 생각해보지만,
덕들의 댓글에? 호응에? 중독되어 리뷰방에 쓰게 된다.
괜히 머리 복잡해지기 싫은 덕들은 뒤로. 리뷰방에 다른 재밌고 유용한 글들 읽으면서 복잡한 인생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라.
오늘은 판단에 대해 써볼까 해.
직장에서의 한 팀은, 하나의 큰 퍼즐 조각을 아래에서 같이 들고가는 사람들이야.
팀 안에서 개인은 큰 퍼즐 조각을 작게 조각내 한 조각씩을 담당해.
하나의 조각이 없으면 그림은 완성되지 않아.
팀에서 소위 말하는 팀의 '장'이 중요한 것이, 판단을 하기 때문이야.
팀'원'들이 팀'장'에게 적어도 겉으로는 굽히는 이유가 '장'이 '원'에 대한 평가권을 갖기 때문이야.
승진이나 연봉에 있어서 이 평가권이 아주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어.
그 판단의 권한을 어떻게 쓰느냐가 팀의 분위기나 팀원의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고 나는 생각해.
태생적으로 일꾼인 사람도 정치꾼으로 변하게 되는 이유가,
나는 차례를 지켜 몰아주는 평가 방식 때문이라고도 생각해.
승진에 가까운 사람 아니면 윗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차례차례 주는 방식이지.
이 방식 내지는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운 회사 내지 팀은 몇 되지 않을거라고 감히 생각해.
이 방식 내지 법칙은 평가권자에게는 아주 편해.
1. 누가 더 큰 퍼즐 조각을 짊어지고 있는지, 누가 더 열심히 or 누가 더 잘 일하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없어지지.
대신 누가 승진할 때구나만 생각하면 돼. 누가 더 윗사람인가는 판단할 필요도 없지.
2. 팀원들에게 욕을 먹지 않을 수 있어.
낮은 평가를 받은 팀원은 본인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본인이 승진에 가깝지 않거나 아랫사람이라서 라고 생각하게 되는거지.
만약 정말 어떤 팀장이 누가 더 열심히 잘 일하고 있는지 순서를 매겨서 평가를 한다면 낮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자신을 탓하다가도 팀장을 탓하게 되겠지.
사람이 그렇잖아.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는 쉽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지.
어짜피 때가 되면 승진 하는 것, 버티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버티기 이상을 해야할 이유가 있나?
나 덕은
감히
판단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판단을 미루면 안된다고 생각해.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식의 생각은 안된다고 생각해.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기준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시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은 없어.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기준의 수립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조직을 전반적으로 흔들어.
아랫 사람에게 욕먹지 않는 팀장이 좋은 팀장은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는 계속 판단을 미루고 하던 대로 살아.
하던 대로 열심히 살아.
하지만 모두가 본인은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는 시대에 '열심히'는 의미가 없어.
중요한 부분에 대한 판단들을 미뤄서는 안될 것 같아. 판단을 미루고 좋은 게 좋은 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나도 한 번 삶이 꼬였다는 생각이 들어.
이 꼬인 것을 풀기 위해서는 충분한 댓가를 치러야겠지. 각오는 하고 있어.
익명 게시판의 애매함이 좋네. 공개적으로 다짐을 하면서도 누가 내 다짐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는...
다들 열심히 말고 생각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라.
그래서 생각을 가로막는 회사의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