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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구구절절 비행기 놓친 후기
2,407 22
2019.01.17 23:13
2,407 22
중기 한 번 올렸었는데 후기도 남겨ㅎㅎ


가오슝 여행갔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쳤어
병신같이 비행기 시간을 한시간 착각했어ㅠㅠ
되게 일찍, 내 예상시간보다 거의 3시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캐리어 15kg 맞춰서 짐 나눠놓고 시간 많이 남이서
스벅에서 커피마시다
체크인 시간 시작했겠다 생각해서 올라갔더니
내 항공사 카운터에 사람이 없었어

인포메이션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체크인 시간이 끝났고
투데이 유 캔낫 백투 코리아라더라
이게 뭔 일인가 당황스러워서 손이 달달 떨렸어ㅠㅠ

이미 난 마지막 날이라고 동전까지 탈탈털어서 다 썼고
내일 일하는 날인데 알바는 어떡하고ㅠㅠ
다음 날 가오슝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40만원이 넘더라ㅠㅠ
내 잔고보다 비싸..
그래서 타이베이 출발 비행기를 검색해보니까 20만원대길래
일단 결제를 하고
2층 인포메이션한테 타이베이 어떻게가냐고 물어봐서
영어로 된 고속철도 시간표를 받은 다음
줘잉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타오위안 공항으로 갔어
고속열차는 5만원 정도 됐어.
타이베이 가는 열차표 구매했는데 타이베이랑 타오위앤 공항이랑 멀길래 그냥 바로 타오위안 역으로 바로 갔어
타이베이 표가 더 비싼건데 돈 돌려주진 않더라

타오위안역에서 공항터미널까지 또 지하철 타야됌ㅠㅠ
이와중에 지하철에서 젤리 흘려서 누가 주워줬는데
그 순간에 무게 맞춘다고 캐리어에서 빼서 손에 들고다니던 물건들이 모두 없어진걸 깨달았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오슝 공항 캐리어 리팩하는곳에 다 두고 옴..
할머니 준다고 샀던 졸라 비싼 베이커리에서 산 펑리수랑 두박스랑
하나에 천이백원 하는 고급 펑리수 36개 잃어버림ㅠㅠ
그리고 야시장에서 총쏴서 얻은 내 인형들 다 두고왓어..
생각할 수록 아까웡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깨닫고 넘 슬퍼서 친구한테 전화해서 인생 왜이러냐고 대성통곡함ㅠㅠ
그 전까진 어떻게든 정신차리고 한국 돌아가야겠다는 투지가 넘쳤는데 인생 허무하고 낯선 외국이 무섭고 막 그랬다ㅠㅠ

타오위안 터미널 도착했는데 가오슝보다 너무 춥고
숫자도 똑바로 못읽어 일찍가서 비행기도 못탄 멍청한 나
멍청하게 비싼 선물이랑 나를 위한 선물을 다 잃어버린거랑
저번 달에 시험기간에도 대타 열심히 해줘가며 딱 30 더 벌었는데 하늘에 고스란히 쏘아올린 내 처지와
내일도 병신짓해서 한국 못돌아가면 비행기 표 살 돈도 통장에 없는데 어떡하나 쓸데없는 걱정까지 합쳐서
복합적으로 내가 병신같고 너무 서러워서 아무도 없는 의자에 자리잡고 캐리어에 기대어 고개숙여 엉엉 울기 시작했는데

하필 거기가 부산항공 플랫폼 주변이었는지 아무도 없던 내 주변에 부산 사람들이 둘러싸서 타이베이에서 있던 추억을 공유하더라ㅋㅋ
근데 난 이미 넘 많이 울어서 콧물이 주르륵 흘러 반짝거리는 상태라 콧물을 어떻게 해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고 어떤 타이밍에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들어야할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니까 눈물이 멈췄어ㅋㅋㅋㅋㅋㅋ

원래 공항에서 노숙하려했는데 넘 춥고 인생 쓸쓸하고20만원도 탕진했는데 5만원 나를 위해 못쓸건 뭔가 싶길래 공항 주변 도미토리에서 1박 하고, 다음 날 시간 존나 많은데 괜히 뛰어가서 체크인했어

그리고 공항에서 또 펑리수 삼
펑리수 존맛탱 2박스 또삼ㅋㅋ 펑리수안살꺼면 대만 왜 감
7박스 사서 2박스만 나랑 한국 옴ㅎ
그리고 승강장까지 뛰어가서(존나오바함) 내가 탈 비행기가 딱 보이는데 넘 안심이 되고 행복했어
친구들한테 드디어 비행기 탄다고 각도 바꿔가며 사진 5장 보냄ㅋㅋㅋ

엄마한테 나 곧 비행기 타니까 인공에 나 데리러 나오라고 페이스톡함ㅋㅋㅋ
출국할 때 같이 오고 싶어했는데 차비 아깝게 왜그래 나 애 아냐~~하고 왔는데 서럽고 슬프니까 엄마보고싶더랑ㅠㅠ

그리고 인공에서 엄마 만났는데
재작년에 나 타이베이 갔다 왔을 때 출국 전날 오토바이에 치여서 머리에 뭐 붙이고 팔다리에 붕대 칭칭 감고 다리 끌면서 왔는데 그 때보단 지금 상황이 훨 낫다면서 껄껄 웃더랔ㅋㅋㅋ 대장부얔ㅋㅋㅋ
엄마 만나면 안심되서 울 줄 알았는데 엄마가 웃으니까
나도 그냥 그 상황이 웃기더라ㅋㅋ

아ㅋㅋㅋ 사고났을 때 기절했다 응급차 옮겨타면서 손에 들고다니던 크렌베리 펑리수 한 박스가 없어져서
응급실에 누워서 경찰한테 경위조사 받는 도중에 여러 경찰한테
워더 크렌베리펑리수 짜이 나얼? 니칸부칸?
(내 크렌베리 펑리수 어디갔어요? 당신 못봤나요?)
조사 오는 경찰마다 물어보고다님ㅋㅋㅋㅋㅋ
경찰아저씨가 찾아준다길래 돌아올 줄 알았는데 결국 못찾았어
크렌베리 펑리수는 더 비싼주제 시식도 못해봐서 뭔 맛인지도 모르는데 너무 억울하더라ㅋㅋㅋㅋ
나는 펑리수랑 영 인연이 없나봐...

발권 안한 놓친 비행기 환불받을 수 있다고 해서 여행사에 물어보니까 왕복 36만원 중 사용한 티켓 빼고 이런 저런 수수료 떼고 나니까 2만원 받을 수 있다던데 한 달 정도 걸릴거라더라ㅋㅋ
그리고 이제 거지야ㅎㅎ 월급 받은지 딱 일주일됐는데
비행기값이랑 마스터카드 쓰고다닌거 다 빼니까 통장에 5만원 남았어ㅋㅋ 인생..ㅎㅎ

나같은 병신 또 없겠지만 비행기 놓치면 좆같으니까 시간확인 잘 하고 덬들 모두 즐거운 여행 되길 바라♡
아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보조배터리 꼭 두개씩 들고다녀... 위급 상황에 핸드폰 떠나는 순간 인생도 떠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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