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모 자괴감이 심한 남덬이야
중고등학교 때부터 조금씩 느낀 것 같아.
대강의 목록을 보여줄게
첫째. T존에 여드름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해결 / 꿀피부가 되었음.)
둘째. 다리가 너무 굵고 안 예쁘다 (망할놈의 종아리...)
셋째. 광대뼈가 너무 크고 눈이 작고... 여튼 이목구비가 못생겼다
특히 첫 연애가 잘 안 풀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여자들은 훤칠하고 멋있는 남자친구 데리고 다니는데 막상 본인 곁에 나 같은 애가 있는 거 보면 누가 안 쪽팔리겠냐고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메이크업에 더 신경을 쓰고 다녔지. 프라이머, 파운데이션, 컨실러(다크서클때문에), 컨투어링, 젤타입 눈썹, 발색립밤. 이정도가 내 루틴이야
그러다가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후로 항상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더더욱, 정말 정말 싫었어.
인터넷에 고민을 쓰니 외모 자존감이 너무 떨어진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봐라. 이런 말을 많이들 하더라구.
난 그 말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자기를 사랑해라'는 건 얼핏 정답 같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 같거든. 운동도 하고 화장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없는 고민이지만 일단 고민에 빠진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성심성의껏 고민해 준 결과가 '자기를 사랑해보라'는 말이었을 거야...
그 후로 몇 년이 흘렀어.
코로나 시대에 실내 생활만 하다 과식 할 까봐 저울을 들고 칼로리 수첩을 적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살이 많이 빠지더라구. 1년이 지난 지금은 9키로를 뺐어.
바지 사이즈가 3인치 줄고, 실루엣이 바뀌었어.
줄넘기를 빡세게 해도 안 줄던 그놈의 바지 사이즈가 줄어들다니. 이런 살짝 마른 몸매를 원했어.
예전에는 일자핏 바지를 입었을 때 스키니 핏이 되었다면, 지금은 슬림핏 바지를 슬림핏으로 입을 수 있지.
(비록 슬림핏 유행이 끝나서 이제는 다들 와이드를 입는다만...)
내 모습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아.
그래도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뭔가 '사랑해주면 무럭무럭 자라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듯한 느낌이잖아?
근데 난 스물다섯살을 넘겼단 말야. 노화가 시작된거지. 리프팅 레이저를 맞아야 할 시기고, 실제로 잔주름이 늘고 탄력은 줄고 있고.
잘 모르겠다. 뭘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