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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살기 너무 퍽퍽해서 유서 쓰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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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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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해 주고 아껴주고 위해줬던 사람들은 보시오!
아마 이걸 볼 땐, 내가 없겠지!

난 원래 이기적이고 못돼 처먹은 사람이라, 시작 전에 각자 본인 안에서 나를 어떻게 보낼지 내가 정해줄 거야.
절대 울지 마. 슬퍼하지도 말고.
어차피 사람은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고,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 세상이 끝난 것 마냥 슬퍼하다가도
배는 고파지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지고, 잠도 자고 싶고. 
그렇게 다시 아무렇지 않게 또 웃으면서 살아가고 살아갈 수 있어.

그러니까 처음엔 세상 다 끝난 것처럼 슬퍼하고 나중 가서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거 보여줄 거면 처음부터 슬퍼하지 마.
나는 이기적이고 평생 나만 생각해줬으면 하는 사람이라, 처음엔 그렇게 슬퍼해놓고 나중 가서 나 잊고 잘 사는 거 보면 더 삐질 거 같거든.
'그렇게 슬퍼하더니, 나 없이도 잘만 사네 흥' 하면서.

그러니까 '저거저거 맨날 살기싫다 죽고싶다 징징대더니 진짜 그만뒀네. 독한 것, 징한 것. 드디어 편해졌겠네~ 축하해~'
해줘.

마지막까지 못돼쳐먹었지? 맘대로 울지도 못하게하고,  보내는 법 까지 정해주고.
원래 알았잖아~  알고도 오냐오냐 해주면서 항상 옆에서 보살펴준거잖아.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오냐오냐 해줘ㅎㅎㅎ
 

나는 항상 나 살기 급급해서 남을 위해 줄 여력이 없었어.
그래서 마지막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할 거 알면서도 그거 위해주겠다고 더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이런 선택을 했을거야.

왜 떠냤냐고 생각하지마. 그냥 태생이 생각많고, 우울한 성격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 것 같으니까.
못해준 거 없어. 그냥 내가 남들 다 이겨낼 수 있는 것들도  감당하기에는 그릇이 애초에 작았던 사람이었던거야.

원망도 하고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행복한 감정들도 잔뜩 느끼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이런말 꺼내면 나한테 못해준 것만 떠오르게 만들까봐 하지 말까 했는데,
끝까지 나는 하고싶은 말은 해야되는 사람인가봐ㅋㅋ 상대 위해서 하고 싶은 말 참을 줄도 모르는 못된 애인거지 뭐ㅋㅋ
아이고 모르겠네~ 아프게 했던 게 몇몇개 생각은 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이고!
 
있지, 사실 행복하게 만들어줬던게 더 많이 떠올라. 아팠던 것보단.

덕분에 나는 많이 성장하고 배웠고,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같이 감정도 공유하고 별것도 아닌 걸로 웃고 떠들 수 있었어.

그러니까 혹시라도 못해준 것만 있다고 자책할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래봤자 이미 나는 없으니까.
내가 무명이에게 많은 감정을 전해줬었구나. 그게 뭐가됐든 무명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줬구나.
길진 않았던 무명이의 생 동안 내가 많은 것을 느끼고 갈 수 있게 해줬구나.
하면서 뿌듯해해줘. 나는 마지막까지 당신을 이쁘게 가슴에 새기고 있을테니.
내가 누군가의 가슴에 이쁘게 새겨질만큼 영향력을 줬구나! 하면서 뿌듯해 해줘.

못나기만한 내게 당신은 항상 대단한 사람이었으니까.
너무 자랑스러웠어. 나의 가족, 친구 였던 게.

이 정도면 내 마음은 다 전해졌으려나?
말 많은 무명이는 끝까지 주절주절 말이 많아요~~


마지막으로 하나뿐인 우리 엄마,
차갑고 무뚝뚝한 딸래미라 나 힘들어서 엄마가 힘들어할 때, 따뜻한 말 한마디 못건내줬네.
엄마, 매번 남들 인생이랑 비교하면서 엄마 인생을 우울하게 만들지 마.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그걸 계속 엄마 인생과 비교하면서 살면 결국 엄마만 힘들게 하는 거야.
남들처럼 돈 걱정 없이, 신랑에게 자식에게 따뜻한 애정을 받으며 살 수 있었던 생은 아니었겠지만
 엄마 인생에도 엄마 인생 나름의 행복들이 잔뜩 있었을거고 앞으로도 있을거야.
그러니까 힘들겠지만 앞으론 긍정적인 생각만! 조그만 일에도 행복해 할 줄 알고,
다른 누가 아닌, 엄마 만을 위해 살아.
엄만 엄마 인생의 주인공이야. 엄마 자신을 위해서 맛있는것도 사먹고, 좋아하는 꽃도 사고, 이쁜 옷도 사고
돈 걱정 너무 하지말고 엄마 만을 위해, 그렇게 살아.
그리고 제발!! 술은 좀 마시지 말고!!! 중독이라니까! 술 없이 자다 버릇 해야 그것도 잘 수 있는거야.
누누히 말하지만 살 찌는건 술 때문이니까! 막걸리는 효소라서 괜찮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 말고 술 줄이고 살빼서 이쁘게 하고 댕겨.
예쁜 명품 지갑도, 명품 가방도, 신발도, 멋진 곳, 맛있는 음식집도
엄마가 보고,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 세상엔 참 다양하고 멋진 것들이 많아! 그러니까 우물 안 개구리마냥 살지 말고, 많은 걸 경험해봐! 알았지?
엄마 사랑해. 엄만 미워할래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야. 밉다가도 사랑스럽고 안타깝고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었어. 내게.
다음 생엔 우리, 울기만 하면서 사는 인생 말고, 아무 걱정고민 없이 편하게 사는 인생에서 꼭 만나자.

아빠! 아빠도 힘들었을거 알아. 아빠 인생 없이 그렇게 돈만 벌고,
그러니까 이제는 아빠도 아빠가 사랑하는거, 즐거운 거 하면서 즐기면서 살아.
엄마한테 잘 좀 해주고~ 엄마도 마음이 많이 아프니까 그런거 달래줄 사람은 아빠밖에 없는 거 잖아.
엄마가 가시 돋친 말 내 뱉어도 버럭 화부터 내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 속상하다~ 물론 내가 잘못했지만 그런 말은 하지말아라~ 하면서
다독여주고! 그러면 엄마도 안그럴거야, 엄마는 항상 신랑, 자식이라면 어쩔 수 없어지는 사람이니까.
아빠가 먼저 잘 다독여주면 엄마도 아빠를 잘 다독여줄 수 있게 될거야.
둘이 싸우지 말고, 잘 다독여줘가며 서로 사랑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 줘.
우리 아부지 딸바보는 아니었지만 ㅋㅋㅋ 그래도 나한테만은 물렁해졌던 거 알아.
고마웠어.




정말 정말 끝으로
당신이 내 마지막을 막지 못한게 아니야.
어차피 나는 결국 다 내맘대로 하는 사람이라, 마지막까지 내 맘대로 한거야.
막지도 못했을거니까. 그런 생각 말고 다들 나중에 또 보자!








짧게 쓸 줄 알았는데 역시 나는 말이 많은가봐.
쓰면서 펑펑 울 줄 알았는데, 이걸 읽을 사람들 반응ㅇ을 생각하니까 웃음이 나오더라.
쓰면서 정말 홀가분해졌다.


사실 일기장에 써도 되는 걸, 뭔가 남들이 몰랐으면 좋겠고 아무도 안봤으면 좋겠는데,
막상 누군가 알아줬음 싶고, 읽어줬음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써 봤어.

혹시 이 길었던 유서를 읽은 덬이 있다면, 덬은 덜 힘들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내가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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