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친할머니 아니고 외할머니.
엄마아빠가 맞벌이라 할머니가 같이 살면서 나를 거의 키워주셨거든.
나는 우리할머니 늘 정말 강하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랐어.
솔직히 무섭기도 진짜 무서웠지.
근데 할머니도 나이가 나이시다보니 자꾸 이곳저곳 아픈데도 많아지시고 수술도 몇번 하셨음.
그래도 나한테는 늘 무섭고 강한 할머니였는데
얼마전부터 자꾸 폐지랑 헌옷같은걸 주워서 파시기 시작함;
우리집은 진짜 못사는편 아니고 그렇게 막 부자는 아니라도 중상층정도는 된단말야
엄마가 맨날 그런거 하지말라고 나이도 있는데 몸생각하라고 그래도 들어먹질 않음
맨날 엄마 몰래몰래 옷가지 주워오고 캔같은거 주워서 모아두고
할머니가 가난했던때가 있으니 집에서 가만히 놀고계시는걸 못버티는거겠지 싶어서 나는 가만히 있었단말야
근데 오늘 갑자기 누구 지갑을 주웠다면서 갖고오더라.
거기 운전면허증도 들어있고 체크카드 신용카드 다 들어있더라고
명함이 나왔길래 이거 그사람 전화번호인가보다 전화해서 찾아주자 했더니
뭘 찾아주냐면서 안된다고 자기가 버리고 오겠다는거야
내가 아니 사람 지갑을 왜 버리냐고 찾고있을텐데 찾아주자고 그러니까
절대 안된다면서 자꾸 그래서 왜그러냐고 물어보니까
헌옷 수거한데서 가져온거라면서 걸리면 큰일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거기서 내 멘탈이 와장창 깨져서 아무 생각도 안든다.
왜 우리 할머니가 헌옷수거함을 그렇게 깔짝거리면서 돌아다녀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자기 걸린다고 그냥 그걸 버리자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수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지금 아파트 경비할아버지한테 가져다 준다면서 갖고 나갔는데
아무 생각도 안든다 좀 울것같아 ㅋ...ㅋㅋㅋㅋ
내가 할머니를 이해못하는건가 내가 이상한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어휴 어쨌든 엄청 멘탈 부서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