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일화로 할아버지는 할머니만 있으면 된다고 자식은 또 낳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와서 쓰는 후기임
저 말 하면서 사촌언니들은 다들 할아버지가 완전 사랑꾼이었다며 로맨틱하다고 했지만, 할아버지가 딸들한테 어떻게 굴었는지 아는 외손녀로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희대의 시발년놈들임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네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어
사실 고아인 할아버지와 그 형을 외할머니네 집에서 먹고 자게 해줄테니 여기서 머슴살이를 해라. 잘 하면 막내딸과 결혼시켜주겠다 한거야
결국 머슴이었던 외할아버지는 주인집 막내딸인 외할머니와 결혼을 하게 되었어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공주님과 결혼한 셈이지
그렇게 딸 둘과 아들 둘을 낳았어
독실한 신자인 외할머니를 따라서 교회도 착실히 잘 다니셨고, 아들들이 그렇게 이뻤지
딸들은 아니었어
외할머니는 딸들이 늦게 들어오면 늦게 들어왔다고 때렸고, 고등학교를 가고싶어해서 때렸고,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자력으로 번 돈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았다고 때렸고, 어디 다쳐서 들어와도 때렸어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그 옆에서 아내가 딸들을 때릴수 있도록 가죽 허리띠를 풀어서 넘기는 역할을 했지
할아버지에게 자식은 또 낳으면 된다는 존재라는 말이 그런 뜻이었나봐
결국 말년에느 두분 다 치매로 큰 딸에게 의지하며 버티시다가 외할아버지는 얼마전에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만 남았어
외할아버지 장례식에 그렇게 많은 교회 사람들이 와서 기도를 하고 축복을 내려주십사 예배를 드리고 하는데
진짜 한가운데 드러눕고 싶더라 엿먹으라고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 정말 좋은 곳에 유골함이 들어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부부동반으로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야
엄마가 그걸 보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하시더라
너네 외할머니가 저 곳에 안치되는건 정말 호강하는거라고.
그렇게 못되게 살았는데 저런 곳에 존경받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안된다고
외할머니도 더 이상 이모 힘들게 하지말고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아들들한테만 그렇게 주고싶어했던 재산 다 이모한테 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