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좀 안되게 만났어.
첨 만났을 땐 둘다 취준생이었지만 나는 1년정도 지나서 취업을 했고
남친은 아직까지 취준중.
좋게 말해 취준생이지 졸업후 3년 동안 취업 한번 못했으면 백수지.
내년이면 둘다 서른.
안된다 안된다 하던 친구들도 결국 다 자리 잡고
주변 친구들의 남자친구들도 다 자리 잡았더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야 하지만,
하다 못해 어리기라도 하고, 하다 못해 공부는 하는거 같더라.
내 남자친구.
어릴 때 공부는 잘했었는지 특목고에 명문대 나왔지.
그래서 얘 친구들도 보면 다 잘나가더라. 정말 다.
그렇다해도 그정도는 그냥 좋겠다 정도로 끝낼 수 있는 마음이었어.
내가 참을 수가 없는 건, 남자친구가 취업준비를 제대로 안한다는거야.
해서 안되는거면 마음이 아프기만 했을거야.
그런데 안해서 안되는거니까 이젠 한심해보여
걔가 준비하던 시험 있어. 관성적으로 스터디나 주 3회 나가. 그게 끝.
스터디 끝나면 열에 아홉은 술을 먹어.
그거 빼고도 술약속은 또 그렇게 많아.
이제 나이도 차가니 다른 기업도 써보겠다면서 자소서 몇개 쓰대.
하나 빼고 서류광탈했어. 요새 취업 어려운거 다 아니까, 잘 도닥이면서, 다시 잘 준비해보자 했어.
일단 토익을 다시 만들어야겠대. 내년 초에 만료라고. 그러라고 했어.
그얘기 한게 한달전이야.
당장 올해가 두달도 안남았는데, 하질 않아.
물어보니까 학원비를 만들려면 알바를 하나 더해야 할거 같다고 하네.
나는 그럼 또 복장이 터지는거야. 언제 알바해서 언제 학원 끊어서 언제 점수 만드려고 저러나 싶더라.
생활비 한푼 안내고 집에서 살면서,
작년 이맘때쯤 3개월동안 그 몸편한 알바로 200가까이 벌었는데 그돈은 다 어쨌니? 물어보고 싶더라.
나랑 주1회 보는데 거기다 쓰진 않았을텐데.
집에서 살면서 일주일에 기본 한번씩 혼자 치킨 시켜먹어.
혼자 살면서 직장 다니는 나도 한달에 한번 시켜먹는 치킨을.
그러니 집에서 살면서 60만원을 용돈으로 써도 돈이 없지.
80만원을 벌었을 때도 얜 이걸 다썼었어.
고향친구들 만나고 집에 올라온 날이 일요일이었어.
남자친구는 동네에서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있었어
가볍게 한잔 한다는거 같더니, 새벽 1시 다돼서 집에 간다더라.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와서 그랬는지, 순간 진짜 폭발할거 같더라.
저친구들 남자친구는 다들 번듯하고... 미래를 꿈꾸는데...
나만 진창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
꾹 참고 난 먼저 자겠다고 했는데 전화가 왔어.
목소리 들으니까 취했더라고.
얼마나 힘들면 술을 저렇게 먹었을까 싶다가도, 너무 화가 나서
너는 뭐하고 있냐고, 술만 먹냐고, 영어는 왜 안하냐고
그냥 그렇게 얘기했어.
안그래도 자기 인생이 너무 우울해서 자살하려고 했대.
피가 차갑게 식더라.
내일이면 기억도 못할 술주정인데, 겨우 저정도 마인드가 진심이라는 걸 생각하니
신뢰고 뭐고 다 그냥 부서졌어.
다음날 당연히 기억 못하지.
그딴 얘기 한번만 더 하면 다시는 너 안볼거라고 했어.
그딴 얘기 듣고 있는 니 친구들은 무슨 죄냐고.. 제발 잘 좀 살라고 했어.
근데 이렇게 해도 내 맘이 안풀려.
정말 한순간에 식은것 같아.
그냥... 원래도 이런것 때문에 마음이 안좋고 불편한건 있었는데
데이트비용때문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건 아니니까 그냥 좋게 넘어가려고 했었어.
나도 시험 준비해봤고 취업 준비 해봤고,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거 모르는거 아니니까.
내려갈때마다 엄마가 걔 취직했냐고 물어. 아무 말도 못해.
그래도 그전엔 으이구 언제 취직하겠노 하면서 농담이라도 했지.
이제는 진짜 심각한거 아니까 엄마도 아무말 안해.
술사준다고 나오라는 말에 쫄래쫄래 따라가는 남자친구 보면서
쟤 친구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
그런 쟤랑 사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속상하고 자존심 상해
남 시선에 신경 안쓰는 걸론 내가 최고라고 자부했는데...
나까지 나락에 빠지는 느낌이야.
이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었는데, 그런게 없어졌어.
앞이 안보이는 미래. 기대도 희망도 안보여.
너덬들이 보기에도 그런것 같지?
근데도 다른 장점들, 다른 추억들, 내가 힘들때 옆에 있어줬던 것들
그런것들 때문에 쉽게 못놓는 내가 제일 한심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