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 아빠/나 회사원 엄마 주부 동생 대학생인데 싸강이라 집에만 있음
내가 퇴근하고 집 오면 가족들은 다 저녁 먹은 뒤라서 내 몫으로 남겨진 저녁 먹고 가족들 것이랑 같이 설거지함
평일 아침+점심은 엄마가 설거지하고 주말엔 주로 아빠랑 내가 나눠서 해
이 일은 한 달쯤 전에 있었던 거
발단 - 금요일 밤에 엄마가 과일 깎다가 손을 벴어
피가 꽤 많이 나서 24시병원에 갔고 치료를 받았고 병원에서는 당연히 손에 물 닿지 않게 하라고 했지
전개 - 토요일이 되었고 아빠는 친척들 만나러, 나는 회사 일 때문에, 엄마는 병원 검진 때문에 집 비우게 됐어
아빠는 일찍 나갔고 난 회사 도착하면 샌드위치 사먹으려고 했던 터라
설거지통에는 엄마가 아침 먹은 것만 남아 있었어 (그냥 이때 내가 엄마거라도 설거지를 했어야 하나봄)
내가 마지막으로 나가게 되어서 나가기 전에 동생한테 엄마 오기 전에 설거지 좀 해두라고 하니까
아침 먹고 있던 동생은 강의 하나만 듣고 하겠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하고 나갔어
위기 - 집 도착한 것도 내가 제일 빨랐어 나가고 나서 세 시간쯤 뒤? 엄마는 차라도 한 잔 마시고 들어오나 싶었음
그런데 설거지통에 그릇이 그대로 들어있는 거야
동생 방으로 감
나: 설거지 안 했어? (공격적으로 말한 거 맞고 내 잘못이라면 내 잘못도 맞음)
동생: 강의 하나만 듣고 하겠다고 했잖아
나: 강의를 세 시간동안 들어? (빈정거리듯이 말한 거 맞고 내 잘못이라면 이하생략222)
동생: 방금 틀었어
나: 내가 세 시간 전에 나갔는데 방금? 그럼 강의 듣기 전에 설거지부터 했으면 됐잖아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
동생: 오래 안 걸리면 언니가 하든가
여기서 뚜껑 열려버림
절정 -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소리지름
실강 아니고 녹화본인 거 뻔히 아는데 그럼 네가 원할 수 있을 때 들을 수 있지 않냐
설거지를 매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엄마 다쳤으니까 좀 해두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등등
동생은 언니도 학교 다닐 때 설거지 안 했으면서 왜 자기한테만 시키냐고 마주 소리지름
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싸강이 아니었잖아?
나 그때 아침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이랑 저녁 6시에 끝나는 수업 동시에 들었는데
우리집에서 학교는 1시간 반 거리였음........ 평일엔 집에서 밥 먹은 게 손에 꼽아 내가 집 오면 설거지 다 끝나있었고
이시국이라 집에만 있게 된 게 걔 잘못은 아니지만 이유를 저걸 갖다대니 굉장히 어이가 없었고
'시켰다'는 표현에도 짜증이 났음 (시킨 거 맞긴한데 자기가 좀 알아서 하면 안 되나? 하고 생각했던듯)
그런데 그때... 엄마가 나타났다
결말 - 쪼르르 거실로 나온 동생으로부터 사정설명 들은 엄마는 '엄마가 하면 된다'는 솔루션을 내놓았고
나 여기서 2차로 뚜껑 열려서 손에 붕대 감고 뭔 설거지를 하냐고 꽥 소리지름 (엄마 미안......)
동생은 방으로 들어갔고 난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를 시작함
빡치고 서럽고 짜증나고 하여튼 온갖 감정 뒤섞여서 눈물의 설거지를 끝내놓으니 엄마가 나 안아줬어
소리지른 것도 이때 울면서 사과했고...
엄마가 동생 방 들어가서 뭔 얘기를 한 것 같긴 한데 난 그때 내 방 침대에서 엎어져 울고 있었어서 무슨 얘기 했는지는 몰라
다이어리 정리하다가 보고 이런 일도 있었지~ 하고 써봤어 그때 울면서 썼는지 종이도 울어 있더라ㅋㅋㅋㅋ
한 달 지나고 보니까 다른 생각도 들고 (괄호치고 쓴 부분ㅎㅎ) 여전히 열뻗치긴 하는데 그때만큼 화나진 않네
동생은 이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설거지 하는 것 같아...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달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