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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신과 초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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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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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엇던 곳을 3개월째 예약경쟁에서 밀리고나니까 너무 지쳐버림. 마음 접고 다른곳 찾아서 예약했음.


문제는 그게 오늘 오전이었는데, 알람 3개 맞춰놓고 전부 다 눈떴으나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나지지가 않더라

병원 점심시간이 된 시각.. 포기하고 결국 다른 병원 가기로 함.


꼭 오늘 가야했음.
난 오늘이 꼭 내 인생의 돌파구가 될 날이라고 다짐한 날이었으니까....


주변에 예약 안 해도 된다는 병원 무작정 찾아가서 기다림

대기 한 한시간쯤 걸린듯. 들어가자마자 원장님이 (약간 인자한 교감st였다) 너무 오래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함

아닙니다 ㅎㅎ 하면서 앉았고 어떤 일로 찾아오셨냔 얘기에 무기력이 너무 심해서 도움을 받고자 왔다. 라고한 순간 눈물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매번 이랬어 내 이야기를 설명하는 상황이 오면 매번 눈물부터 나.

죄송하다면서 눈물 닦는데 아니라고, 우울증 있으면 눈물이 날 수 있다. 무기력도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다. 라고 답하시길래

아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건가, 무기력 때문에 왓다고만 생각하시는군! 이런 느낌이 들었음

그래서 나는 <내가 우울증인 걸 알고 잇고 이미 고딩때 전문 심리검사 받은적 있고 그때부터 우울불안 수치는 매우높은 상태로 걍 살았다>고 주절주절 말하고 싶었는데

목이 메여서 말이 잘 안 나와가지고 자세하게 말씀은 못드림(쉬발)

그냥 진짜 눈물이 마스크 위로 줄줄줄 떨어져서 마스크가 젖어가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눈물 닦기) 괜찮아여 울 수 있다니깐 ㅎㅎ? (달래기) 이 레이스의 연속이었음


'언제부터'인지는 어딜가나 꼭 중요한 문제니까, 이걸 반드시 듣고 싶어하신걸 느끼고 있었고 나는 이걸 설명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자꾸 다른 곳으로 새서 결국 언제부터 내가 이런 상태였는지 구체적으로는 소통이 안 됐고 그냥 내가 굉장히 오래전부터 이런 상태였다는 것만 알려드림.

인생사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면 안돼. 라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갔던거라 (원덬은 '상담은 상담사에게, 약은 의사에게' 라는 마음을 갖고있었기 때문에)

뭔가.. 먼저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시니까 어? 어디까지 대답을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딜레이가 생겨버림


지금 당장 치료 받고 싶은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잠을 줄이고 싶고. (지금 일 안 하는 날이면 찐으로 하루 넘게 자니까) 얼른 나아서 공부에 집중 하고 싶다. 이것만 제대로 어필하고 나온듯


반복해서 말씀하신건 '정말 잘 왔다'.

추가로 어떤 증상이 있냐길래. 시도를 해본 적은 없지만 전부터 종종 걷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도, 사고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한동안 안 그랬는데 갑자기 또 그런 상상을 하길래. 스스로 이래서는 안 된단 생각이 들어서 왔어요. 라고 말하니까

어이구 그건 정말 꼭 약을 먹어야지. 라고 하셨음. 진짜 잘 왔어요 라고 덧붙이시면서... 요새 약이 잘 나온대. 요즘 약이 진짜 좋다고~ 한 두 번 정도 강조하신듯.

다른 사람이 남긴 후기에 '다른 무엇보다 약을 거의 신봉하듯 맹신하시는 점이 별로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난 괜찮았음.

약 먹고 나아진다는 말을 믿고 싶었고 당장 효과보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ㅎㅎ;

아 그래서인지 약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 있냐고 물어보셔서 그런 건 없다고 했다. 원덬은 지병으로 약을 달고 사는 인간이라 지금 먹는 약도 처방전 찍어서 가고 그랬음. 약 먹는 걸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대.


그리고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어케 왔냐길래 솔직하게.. 사실 다른 병원 예약했는데 못가서 오늘 여기로 왔어요 밝힘. 병원 물어보셔서 ㅇㅇ에 있는 ㅇㅇ... 말했더니 오 거기 유명하죠 라고 하시더라.

이건 그냥 주변 후기 보고 왔어요 말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약하고 못갔다. 라고 하니까 그것도 적으시더라고. 예약했는데.. 못갈정도로.. 이런식으로ㅡ..ㅋㅋㄴ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일반 진료하듯 진료받고 나왔어
가기 전까지 존나 떨렸는데 정말 별거 아니더라 내가 인생 절반을 병원에서 살아서 그런 걸 수도 잇겟지만.. ㅎㅎㅋㅋ


종종 글 올리면 '난 예약도 못했는데 원덬 대단하다' 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나는 내 삶이 정말 바닥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내 삶에 아직 이룬게 없는데 아직 죽을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

20대 후반을 달려가는 지금까지도 어떤 자격증 하나 없는 고졸이기 때문에, 정말... 정말 이런 나의 삶을 혐오하고 현재 상태를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더 간절하게 병원과 약을 찾았던 것 같음.

내가 타고난 희귀병 때문에 공부 못했다고 더이상 핑계대고 싶지 않았음. 평생을 그 이유를 대며 괜찮다 자위하며 살았기 때문에 더더욱 올해가 스스로에게 허용한 마지노선이었어..

우울증인 걸 안 건 고딩 무렵. 약 받으려고 정신과 문턱 밟기까지 오는데 거의 한 10년, 걸린 것 같아. 내 상태가 심각하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2년 정도 됐지만. (이것도 마냥 뒤지고 싶다가 공부하고 싶단 마음이 생겨서 달라질 수 있었던 건 맞아)

다들 우울증인 사람에게 괜찮아 금방 지나갈거야 힘내라고 하는데
나는 네가 그 상태에서 기다리지 않고 병원을 찾길 바란다.

우울도 오래가면 중독이고, 그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분명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당장 1년 전의 나는 그랬거든 우울하니까 괜찮아 난 아픈거니까 괜찮아 조금만 더 우울한 상태로 살자 이런 마음.. 죽고싶어서 다른 지역으로 도망갔던 나를 지금 돌아보자면 정말 그냥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어서 그랬던 거 같아

무엇보다도 정말.. 스스로 본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우울에 잡아먹혀서 20대 청춘을 날려버린 것처럼 다들 아까운 시간을 날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본인의 상황을 돌아보고 제발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


나는 이제 맞는 약 찾을 때까지 여정을 떠나겠지만 벌써 안정된 기분이 들어.
부디 올해 무사히 잘 마치고, 정신건강도 안정을 찾고, 무사히 대학도 합격했단 소식을 꼭 다시 적어보고싶어

누군가에게는 주제넘은 글이었을 수도 있지만 읽어줘서 고마워.

그냥 이게 전부야.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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