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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항상 나랑 부딪히던 엄마를 이제야 이해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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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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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형제들을 다 건사해야 하는 맏딸이었어 

그래서 월급 받으면 용돈 빼고 나머진 전부 가족 생활비로 들어가야 했대 


아빠는 그래도 괜찮은 집에서 태어난 것 같아 

건축하던 할아버지가 서울 한복판에 집 짓고 마당 꾸미고 하신 거 보면. 


아빠 사업이 휘청해서 어려울 때도 있었고 뭐 여러 안좋은 일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되고 좋아 

동생도 나도 그래도 명문대 나와서 자기 앞가림 하며 살고 있고 

아빠는 하는 일이 지금 잘 되고, 워낙 성실하셔서 (1년에 아빠는 노는 날이 없어. 1월 1일에도, 추석에도 명절에도 차례 지내면 바로 나가서 일했어) 

괜찮아. 노후 준비도 되어있고 임대료 나오는 건물 몇 호수도 사두시고. 

그래도 아직도 열심히 하는 건 나중에 우리에게 절대 짐 안되려고. 그리고 나랑 동생의 기댈 언덕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야. 


대학 입시 땐 난 새벽 두시에 집에 오는 학원을 다녔고 

재수할 땐 11시까지 자습을 했는데 그 2년 내내 아빠는 일을 매일 하고도 우리 학원 앞에서 날 태워서 다녔어. 동생도 마찬가지였고. 

진짜 다들 열심히 살았는데 우리 엄마랑 나는 아직도 많이 부딪혔어 


엄마는 항상 남이랑 비교해. 

너 같은 학교 나온 걘 전문직 자격증 땄다던데 

그 땡땡이는 뭘 했다던데 

심지어 진짜 이건 비교 대상도 아니지 않나.. 싶은 애가 엄마 동남아 데려간 것까지도 부러워해. 

그 직전에 나는 엄마랑 유럽 갔어.. 비행기 내가 끊고 숙소 내가 알아서 다 했지. 명품 지갑이니 뭐니 생일 되면 나도 아빠도 동생도 한아름씩 안겨드리는데에도 남이 더 적게 받은 것마저도 부러워해 



그게 너무 싫었거든. 도대체 왜 엄마는 자기가 다 가지지 못하면 저렇게 서운해할까 

자기가 항상 다 받은 사람이어야 할까, 

내가 나는 스스로 그냥 평범한 사람이지만 난 되게 행복한데 우리 엄마가 보기에 난 성에 안찼는지 입버릇처럼 공부 좀만 더 시킬걸. 그게 내 천추의한이야. 라고 말하는 게 입버릇이었어. 


나는 "?? 난 되게 행복한데? 그럼 엄마가 해" 이래서 많이 싸웠지. 


얼마 전에 운전하고 드라이브 하는데 엄마가 시집 와서 아빠가 휘청할 때 고생한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날은 왜 그렇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결혼 전에 생활비가 떨어진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가 다니는 회사 앞에서 기다리다 월급 통장 째로 가져가서 회사에서 집까지 월급 날인데도 두시간을 걸어 퇴근했단 이야기를 해줬어 


그러니까 그냥 엄마가 이해가 가더라. 서른이 넘고 보니 엄마는 그냥 어린 시절부터 자기 삶은 하나도 없이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했고 

어린 나이에 아빠에게 도망치듯 결혼을 했지만 그래도 힘든 시절을, 크게 휘청했었고. 그 와중에도 우리는 좋은 학교만 보내겠다고 눈치, 설움 받아가며 공부를 시켰으니 

엄마가 20년 넘게 항상 스스로에게 한 말이 내 딸들은 무조건 나처럼은 안되어야 한다, 라고 살았으니 그냥 지금은 조금 좋아지니까 엄마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거 아닐까 

성향상 엄마는 힘든 생활을 했으니 항상 불안하고 확인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 조금 더 행복해도 될까 할 때도 있었을거고 지금 내가 행복해도 되나 싶었을 때도 있을 것 같았어.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지금 내 나이가 일찍 결혼한 우리 엄마가 진짜 그땐 케이크 살 돈도 없었던 아빠가 겨우 초코파이 한통 사와서 케이크로 만들어줘서 그거로 생일 파티했을 그 나이였거든.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케이크나 초코파이나 다 신나게 먹었었고, 촛불도 없으니 그때 아빠가 문방구에서 하나씩 터지는 불꽃놀이 하나 사와서 그거로 나한테 불꽃놀이 삼아 촛불이라고 놀아줬던 때더라고 

지금 나는 그냥 막 좋은 케이크 호텔거 먹겠다고 할 때도 있고 친구들이랑 시국만 아니면 심심치 않게 호캉스도 가고 그런 나이란 말야. 


그래서 그냥 아직도 나는 엄마를 100프로 이해 못하고 엄마가 잔소리 하면 "아니 시키지 말구 엄마가 해" 하는 철없는 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나보다 어렸을 때 힘들었을 것 같아서 

지금은 차라리 너무 안정적이라 행복해서 더 어린애처럼 어리광부리고 싶어지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리구 그런 생각이 드니까 20대에 그 힘들 때 그래도 나랑 동생 이 악물고 열심히 키워주셨으니 

난 엄마의 20대보다 지금 좀 편하니까 내가 좀 받아주고 맞춰줘야겠다... 생각하니까 엄마가 이해 가더라. 


엄마와 아직도 많이 싸우고 

잔소리하면, 공부 더 해라~ 이런 소리 하면 엄마가 하시든지~ 엄마가 다시 수능봐~ 과외시켜줄게 하는 딸이지만 

그래도 더 맞춰주고 싶고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아졌다! 는 후기를 써보고 싶었음 ㅎㅎ 


시국이 시국인지라 와인 사서 엄마한테 설명해주고 같이 마셨는데 

너처럼 나도 돈 벌고 와인 이런거 설명하고 즐기고 해봤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아. 니가 부럽다 하는 소릴 오늘 들었는데 그냥 울컥해서 와인 반병 마시고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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