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어난 일.
당시 내 오른팔 : 잡다한 먹을거리와 물건이 들어있는 좀 무게 있는 쇼핑백이 걸려 있었고
오른손 : 택배 아저씨에게 연락이 언제 올까 전전긍긍하던 핸드폰과 방금 귀에서 빼낸 이어폰 줄을 들고 있었음
왼팔 : 지갑이 담긴 미니백이 걸렸으며
겨드랑이 : 맥날의 새우버거와 감자튀김이 담긴 종이봉투를 끼워놓음
왼손 : 문제의 콜라가 담긴 비닐봉지 손잡이를 잡고 있었음
사고는 순식간에
비닐봉지를 잡고 있던 왼손의 엄지, 검지, 중지가 무슨 생각인지 그냥 놓았다. 그냥 진짜 놓음. 진짜 왜 놓았는지 모르겠음. 나도 알고 싶다..
아무튼 퍽 바닥에 떨어지고 검은색 물이 얼음과 함께 줄줄 쏟아짐.
거의 쏟아놓고 나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컵을 봉지째 일으켜 세우니까
세 모금 정도 마실 양이 남았어. (왜 이렇게 말할 수 있냐면 남은 걸 기어이 다 마셨으니까★)
엘베 타기 직전 쏟았고 그 앞이 온통 콜라로 흥건해졌는데ㅠㅠ..햐..양 많더라..ㅠㅠ 이렇게 기본세트에 들어가는 콜라 양은 꽤 된다는 걸 깨달은 다음..
컵을 봉지 안에 넣어놔도 줄줄 새서 안되겠다 싶어 근처 분리수거장을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마냥 뒤져 다른 비닐봉지를 찾아 고걸 담고 일단 집으로 향함.
가는 내내 어디선가 씨씨티비가 날 보면서 쟤 그냥 튄다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가끔 층계에 붙어 있던 여기서 노상방뇨하지 마세요 종이들이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남..
집에 도착한 후 눈에 보이는 화장지를 급하게 들고서 다시 일층 엘베 앞으로 감.
전부 닦....지는 못하고 휴지가 소멸되는 바람에 또 근처 쓰레기장을 뒤져 신문지들을 갖고와 마무리지음.
마무리하던 중 안경을 쓰고, 올려 묶은 머리에 뭔가 지적여 보이는 주민 한 분이 엘베에서 내렸는데
매우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리더니 소리 없이 다 닦인 바닥 위를 높이 점프하심.
그리고 바닥을 ???한 표정으로 둘러보시는데 그 때까지 괜히 오해하기 좋게 쭈그려 앉아 신문지를 쓱싹이던 게 정말 죄송했어
후유증 :
집에 와서 콜라 대신 마시려고 따라놓은 한라봉 주스 잔에 오늘 선물 받은 울 엄마의 usb를 빠뜨림 이것도 왼손가락들이 한 짓임 엄마 몰래 말리고 있는 중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