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난자 냉동에 부정적이었음
내가 고생하고 돈 들여 냉동한다해도 나중에 결혼할 사람의 정자가 안좋으면 무슨 소용이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런데 나와 결혼할 사람이 이런 생각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너무 싫은거야
그래서 바로 생각 바꿔먹고 난자 냉동시키기로 마음 먹었음
그게 작년임
먼저 검사부터 받았는데 다행히 난소 나이가 내 나이보다 2살 정도 높다고 나옴
맥주 엄청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높게 안나왔다고 생각함
근데 바로 하기엔 겁나기도 해서 몸관리 좀 하고 채취하기로 결정 (이건 나의 개인적인 결정임)
그렇게 거의 1년 가까이 몸관리하고 채취함
일단 한 이유
나는 비혼주의도 아니고 딩크족 하고 싶지도 않아서 언젠가는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함.
혹시 결혼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정자은행이 합법되는 날이 올거라는 생각이 있음.
난자 냉동 하면서 알게된 것들
1. 난자 냉동 권장 나이는 30~32살로 보통 알려져있지만 이건 경제력도 고려된 나이라는 것. 30살 쯤은 되어야 스스로 부담할 수 있는 나이라 본거. 난자 냉동에는 권장 나이라는 것 없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선생님이 말하셨음. 하지만 이른 나이에 결혼할 수도 있으니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으로 27~28살(한국나이)을 권장한다고 하셨음
2. 난자 냉동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사유리 출산 이후로 꽤 늘었다고 함) 보통 나이는 32~35세다. 나는 서른 후반~마흔 초반이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초중반이 많았음. (물론 이건 한 병원만의 통계일수도 있음)
아무래도 난소 나이가 자신 나이와 다를 수 있으니 그런것 같음. 점점 사람 생활패턴이 몸을 안 움직이는 쪽으로 가고 환경도 안좋아지며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아져서 본인 나이보다 난소 나이가 많게 나오는것 같다고 하셨음.
3. 몸관리 하면서 알게 된 건데 굳이 다이어트 식단 하지않아도 평범한 식단에 운동만 꾸준히 해도 살은 빠진다. 물론 술과 탄산은 아예 끊고 폭식 절대 안함.
4. 이것도 몸관리 하면서 알게된 건데 생각보다 나는 의지력이 강하다. 정확하게는 몸관리하면서 의지력이 점점 강해진것 같음.
일찍 결혼해서 아기 낳은 주위 사람들 보면 뭔가 나와 또래인데도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살지? 라는 생각들면서 되게 어른처럼 보였거든? 근데 자식 생기면 다 그렇게 슈퍼파워가 나오는 것 같더라. 나는 자식 낳는 것도 아닌 난자만 냉동하는 건데도 미래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뭐든 참을 수 있었음. 9시 넘어서 퇴근하는 날에도 헬스장 거르지 않았고 맥주 마시러 해외에 나갈 정도였는데 맥주 입에도 안 댔음.
난자 냉동하고 달라진 점
1. 일단 가장 좋은 점인데
마음이 편함. 나는 비혼주의도 아니고 아기도 갖고 싶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항상 불안했었음. 난자 냉동하고 나니 엄청 큰 걱정거리가 없어진 느낌. 어깨가 엄청 가벼워진 느낌이라 마음이 가벼운 그래서인지 몸도 되게 가벼워짐
2. 내 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짐. 내 몸을 좀더 소중히하게 됨. 몸관리 하면서 정상체중으로 돌아온 몸이 너무 가볍고 좋음. 이걸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요즘도 운동은 거르지 않음.
3. 주위에서 결혼 얘기 안꺼냄. 명절에 내가 맥주를 안 마시니까 이모가 어쩐일로 안마시냐고 묻길래 엄마가 난자 냉동하려고 몸관리 한다고 대신 말해줌. 친척들 중에 결혼으로 스트레스 주는 사람은 없는데 이모가 유일하게 만날때 마다 결혼 얘기 꺼냈었음. 그래서 내가 매년 외할머니 댁은 가기 싫다고 엄마한테 말할정도였는데 난자 냉동 한다니까 이모가 잘 생각했다면서 맛있는 거 막 챙겨줌. 그 후 명절때 만나도 결혼 얘기 안 꺼냄. 이모는 그냥 내가 늦게 결혼해서 임신으로 고생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결혼 얘기 계속 꺼냈던것 같음. 뭔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됨.
마지막으로 궁금해할것 같은 것들
1. 비용. 사바사고 병원마다 다르긴 한데 나는 400 조금 넘게 들었음.
나 처음에 알아볼때는 350~500 사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음. 대충 이 선 맞는 것 같음
2. 병원. ㅊ병원
3. 아픈가? 이건 진짜 사바사라 말해줘도 별 의미 없을것 같은데 나는 별로 아프지 않았음
난자 냉동한것도 기분 좋지만 채취하기 위해 몸 관리하는 동안 나 자신도 많이 바뀐것 같음.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뭐든 유하게 받아들이다보니 이젠 부드러운 성격이 된것같고 살도 빠지면서 전보다 비교도 안될정도로 건강해진걸 느껴. 눈에 보이는 변화도 있지만 체력이 늘어난게 느껴져. 뭔가 전체적으로 좀 더 나은 내가 된 기분이야.
안영미가 난자 냉동했을때 그 해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던게 기억나는데 나는 30대 들어서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인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