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heqoo

그외 방황도 하고 히키생활도 하면서 30세 신입 취업한 후기
5,246 15
2022.11.26 01:48
5,246 15

어릴때부터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거든

삼시세끼 먹는데에는 문제없었음. 다만 고기나 외식은 특별한 날에 먹는 정도?

부모님 두분 다 학력이 낮으셨음(초졸/중졸)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실 수가 없어서 자영업 위주로했고 쉬는 날이 없으셨어

엄마는 그래도 노력 많이하셨는데 아빠가 주식으로 매번 말아먹음

대출에 카드에 지인친척들한테 돈까지 빌려가면서 20년 내내 ㅇㅇ


그래서 난 항상 돈 달라는 소리를 못했어

차상위판정받고 급식비도 지원받는 걸 알았거든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가서 쓸 용돈이 없는데 만원한장 달라는 말을 끝끝내 못해서

결국 자판기 캔음료 하나도 못 사서 마심. 500원 하나가 없어서.

동생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성적도 됐는데 못갔고

용돈을 받긴했지만 모자라서 동생이랑 나랑 늘 알바를했음

나름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해. 성적도 괜찮았고, 알바하면서 모은 돈이랑 장학금받으면서 1년 교환학생도 다녀왔으니까.


졸업할때쯤 결국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아빠가 또 억대 빚을 진 걸 알았거든

엄마도 많이 지치신 것 같았고.

다행히 엄마가 이럴때를 대비해서 모아둔 전세금이 있어서 길바닥에 나앉지는 않았지만 

엄마 몸도 약하시고 자영업외엔 경력도 없으셔서 내가 알바해서 생활비를 보탰음

일은 열심히하는데 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으니까 정말 허탈하더라...

다행히 반년쯤 뒤에 엄마는 급여는 적지만 일을 구하셨고 용돈은 요구할 수 없었지만 생활비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어


그때부터 번아웃이 오기 시작함

알바하면서 조금씩 모았던 돈이랑 단기알바, 게임에서 돈번걸로 용돈써가면서 근 2년을 게임만했어

가족이랑 정말 많이 싸움. 취업안하냐고. 동생도 한심하게 보는게 느껴지고....

그래도 그냥 하고싶지 않았어. 얽매이고싶지않았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어.

일해봤자 내 수중에 남았던 게 없었고 벌면 또 달라고 할 것 같은 불안에 돈벌기 싫었던 것 같음.

그러다가 돈 떨어져서 국비로 회계 배웠는데, 흥미도 없었고 그냥 교육비 준다고 해서 다닌거였거든.

따로 노력도 안했고 공부하기도 싫었음 ㅋㅋ 그러다보니 끝나고 좋은 회사 취업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자살충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반년만에 나옴.


근데 반년동안 일을하니까 또 돈이 생겼잖아?

그걸로 그냥 또 2년 내내 게임만함

가족들한테는 좀 쉬고 일하겠다고 하지만 제대로 알아본 적 한번도 없어

중간에 돈 떨어져서 몇달 계약직 알바했는데 알바하고나니 실업급여조건돼서 실급받으면서 그냥 놀았음

무슨생각이었냐고?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음 커뮤하면서 장기백수특.jpg 이런거 보면서도 그냥 아무 생각이 안들었어

걍 나네 ㅋㅋ 하고 말음


그런데 29,30 이때쯤되니까 주변에 취업 안하던 친구들도 하나둘씩하고

일찍 취업한 친구들은 회사에서 위치도 어느정도 되고

점점 친구들 만나기가 괴로워짐

사실 이런건 다 괜찮았어. 제일 힘든건 결혼식이었음.

결혼식에 동창들, 건너건너 알던 지인들 다 오랜만에 모여서 서로 안부묻고 하잖아.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 지옥같더라. 넌 요즘 뭐해? 라고 하면 할 말 없는 상태가 몇년이나 지속되는게....


결국 절친한 친구 결혼식에 안갔어.

진짜 너무 미안했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나 자신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음.

그러고 심적으로 정말 의지 많이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던 절친이 1~2년 내에 결혼할 생각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눈이 번쩍뜨이더라. 

얘 결혼식전에는 꼭 취업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고

진짜 운좋게도 국비 정책이 바뀌면서 국비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웹 개발을 배웠고 반년동안 죽어라..까지 한 건 아니지만

적성에 아예 안맞지는 않았는지 수료하고 작은 회사에 취업했어

쓰다보니 웃기네 친구 결혼식 가려고 취업했다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더 빨리 취업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을 하긴하지만

국비교육을 받으면서 웹사이트에 다양한 사람들의 취업 후기를 봤는데

늦었다고 생각하고 20후반, 30대에 도전했지만 10년 지나고 나니 시작나이는 별 거 아니었다는 후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이 10년 뒤의 나라고 생각하기로 함


돌이켜보면 지난 몇년동안 이것저것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거 많이 이용해먹긴했어

국취제, 국비, 실급, 공공근로...

이 중에서 나를 극적으로 구원해줬다거나 한 건 없었음. 사실 다 그냥 그랬어 ㅋㅋ 근데 조금씩 쌓이면서 나를 사회로 밀어줬던 것 같음.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있어.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기때문에 뭐 굳이 훈계같은걸 하고 싶진 않음

그냥 내 경험이 이랬다고 얘기하고 싶어

내가 친구 결혼식 가려고 취업했던 것처럼 이 글도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임

그냥 기록으로 좀 남기고 싶기도 하고.


취업하고 나니까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지더라 ㅋㅋ 뭐 사실 급여나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조금씩 저축하면서 넓은집으로 이사가고 엄마랑 같이 해외여행 가는게 목표임.

엄마가 독실한 가톨릭이셔서 산티아고 순례길 정말 가보고싶어하시거든.

돈 열심히 모아서 더 늙기전에 보내드리려고~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야지

별거 아니지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전체공지 【6/17 외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해외접속 차단 공지】 22.06.17 404만
전체공지 【6/20 재업로드】신규카테 기존 게시물 이동 관련 안내 22.01.27 49만
전체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1391만
전체공지 더쿠 필수 공지 :: 성별관련 언금 공지 제발 정독 후 지키기! (위반 즉시 무통보차단 주의!) 16.05.21 1489만
전체공지 *.。+o●*.。【200430-200502 더쿠 가입 마감 **현재 theqoo 가입 불가**】 *.。+o●*.。 4531 15.02.16 577만
모든 공지 확인하기()
189052 그외 당뇨 소모품 가격 오른 후기 18 13:31 1407
189051 그외 조금 길게 가족해외여행을 가는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야할지 조언받고싶은 중기 17 12:59 1099
189050 그외 나눔금손덬이 찍은 사진으로 만든 스티커를 나눔 받은 후기💕 7 12:57 624
189049 그외 가스비 절약할 방법 공유받는 중기 5 12:51 458
189048 그외 엄마랑 계속 부딪히는 후기 25 12:46 1365
189047 그외 에어팟 2세대 살말 고민좀 같이 해주라 ㅠㅠ 6 12:21 221
189046 그외 해외여행이랑 워홀 가고싶은데 안가고싶은 후기... 4 11:32 819
189045 그외 진상은 답이 없구나 느낀 후기 9 11:04 1470
189044 그외 아이 엄마의 이혼 후기가 궁금한 초기 46 10:51 4064
189043 그외 터키여행하면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 현상스캔한 후기 15 10:04 1287
189042 그외 정수기 쓰는 덬들에게 질문 17 09:47 561
189041 그외 다들 인생의 낙이 무엇인지 궁금한 중기 33 09:46 1379
189040 그외 일 잘하고 싸가지 없는 사람이 훨씬 더 싫은 후기 40 08:24 4446
189039 그외 술을 끊고 싶은 초기... 6 08:22 638
189038 그외 인생 첫 목포여행 가는데 어디가는게 좋을지 목포덬들에게 궁금한 중기 26 08:11 776
189037 그외 비염 심한덬들 운동 어떻게 하나 궁금한 후기... 4 07:01 452
189036 그외 교정유지장치끊어진거 다른병원에 가서 해달라면 싫어할까 궁금한 중기 ㅠㅠ 9 01:17 1789
189035 그외 층간소음때문에 죽고싶어지는 초기? 중기? 엄청 장문임 12 00:54 1576
189034 그외 사장님이 월급을 덜 준 초기 8 00:39 2369
189033 그외 받고싶은 외국 기념품 나뉘는지 궁금한 후기(소모품vs비품) 22 00:34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