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거든
삼시세끼 먹는데에는 문제없었음. 다만 고기나 외식은 특별한 날에 먹는 정도?
부모님 두분 다 학력이 낮으셨음(초졸/중졸)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실 수가 없어서 자영업 위주로했고 쉬는 날이 없으셨어
엄마는 그래도 노력 많이하셨는데 아빠가 주식으로 매번 말아먹음
대출에 카드에 지인친척들한테 돈까지 빌려가면서 20년 내내 ㅇㅇ
그래서 난 항상 돈 달라는 소리를 못했어
차상위판정받고 급식비도 지원받는 걸 알았거든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가서 쓸 용돈이 없는데 만원한장 달라는 말을 끝끝내 못해서
결국 자판기 캔음료 하나도 못 사서 마심. 500원 하나가 없어서.
동생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성적도 됐는데 못갔고
용돈을 받긴했지만 모자라서 동생이랑 나랑 늘 알바를했음
나름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해. 성적도 괜찮았고, 알바하면서 모은 돈이랑 장학금받으면서 1년 교환학생도 다녀왔으니까.
졸업할때쯤 결국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아빠가 또 억대 빚을 진 걸 알았거든
엄마도 많이 지치신 것 같았고.
다행히 엄마가 이럴때를 대비해서 모아둔 전세금이 있어서 길바닥에 나앉지는 않았지만
엄마 몸도 약하시고 자영업외엔 경력도 없으셔서 내가 알바해서 생활비를 보탰음
일은 열심히하는데 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으니까 정말 허탈하더라...
다행히 반년쯤 뒤에 엄마는 급여는 적지만 일을 구하셨고 용돈은 요구할 수 없었지만 생활비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어
그때부터 번아웃이 오기 시작함
알바하면서 조금씩 모았던 돈이랑 단기알바, 게임에서 돈번걸로 용돈써가면서 근 2년을 게임만했어
가족이랑 정말 많이 싸움. 취업안하냐고. 동생도 한심하게 보는게 느껴지고....
그래도 그냥 하고싶지 않았어. 얽매이고싶지않았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어.
일해봤자 내 수중에 남았던 게 없었고 벌면 또 달라고 할 것 같은 불안에 돈벌기 싫었던 것 같음.
그러다가 돈 떨어져서 국비로 회계 배웠는데, 흥미도 없었고 그냥 교육비 준다고 해서 다닌거였거든.
따로 노력도 안했고 공부하기도 싫었음 ㅋㅋ 그러다보니 끝나고 좋은 회사 취업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자살충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반년만에 나옴.
근데 반년동안 일을하니까 또 돈이 생겼잖아?
그걸로 그냥 또 2년 내내 게임만함
가족들한테는 좀 쉬고 일하겠다고 하지만 제대로 알아본 적 한번도 없어
중간에 돈 떨어져서 몇달 계약직 알바했는데 알바하고나니 실업급여조건돼서 실급받으면서 그냥 놀았음
무슨생각이었냐고?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음 커뮤하면서 장기백수특.jpg 이런거 보면서도 그냥 아무 생각이 안들었어
걍 나네 ㅋㅋ 하고 말음
그런데 29,30 이때쯤되니까 주변에 취업 안하던 친구들도 하나둘씩하고
일찍 취업한 친구들은 회사에서 위치도 어느정도 되고
점점 친구들 만나기가 괴로워짐
사실 이런건 다 괜찮았어. 제일 힘든건 결혼식이었음.
결혼식에 동창들, 건너건너 알던 지인들 다 오랜만에 모여서 서로 안부묻고 하잖아.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 지옥같더라. 넌 요즘 뭐해? 라고 하면 할 말 없는 상태가 몇년이나 지속되는게....
결국 절친한 친구 결혼식에 안갔어.
진짜 너무 미안했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나 자신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음.
그러고 심적으로 정말 의지 많이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던 절친이 1~2년 내에 결혼할 생각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눈이 번쩍뜨이더라.
얘 결혼식전에는 꼭 취업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고
진짜 운좋게도 국비 정책이 바뀌면서 국비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웹 개발을 배웠고 반년동안 죽어라..까지 한 건 아니지만
적성에 아예 안맞지는 않았는지 수료하고 작은 회사에 취업했어
쓰다보니 웃기네 친구 결혼식 가려고 취업했다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더 빨리 취업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을 하긴하지만
국비교육을 받으면서 웹사이트에 다양한 사람들의 취업 후기를 봤는데
늦었다고 생각하고 20후반, 30대에 도전했지만 10년 지나고 나니 시작나이는 별 거 아니었다는 후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이 10년 뒤의 나라고 생각하기로 함
돌이켜보면 지난 몇년동안 이것저것 국가기관에서 진행하는 거 많이 이용해먹긴했어
국취제, 국비, 실급, 공공근로...
이 중에서 나를 극적으로 구원해줬다거나 한 건 없었음. 사실 다 그냥 그랬어 ㅋㅋ 근데 조금씩 쌓이면서 나를 사회로 밀어줬던 것 같음.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있어.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기때문에 뭐 굳이 훈계같은걸 하고 싶진 않음
그냥 내 경험이 이랬다고 얘기하고 싶어
내가 친구 결혼식 가려고 취업했던 것처럼 이 글도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임
그냥 기록으로 좀 남기고 싶기도 하고.
취업하고 나니까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지더라 ㅋㅋ 뭐 사실 급여나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조금씩 저축하면서 넓은집으로 이사가고 엄마랑 같이 해외여행 가는게 목표임.
엄마가 독실한 가톨릭이셔서 산티아고 순례길 정말 가보고싶어하시거든.
돈 열심히 모아서 더 늙기전에 보내드리려고~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야지
별거 아니지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