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모니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화장하셨거든
근데 납골당에 안 모셨어
자식이 여덟이나 되는데.
말하자면 구구절절 사연이 긴데
워낙 가부장적인 집안이거든
할머니부터 아들아들, 특히 큰아들 사랑 지독하셨고
성격이 웬만한 분이 아니라 며느리들하고 사이는 그닥 좋지 않았어
요양병원에 계신 것도 원래 우리집에서 모시다가
엄마도 시집살이 더는 못한다고고 GG쳐서 그래.
(우리가 큰집은 아님)
큰 며느리 기 세고 말빨 좋고 머리 좋은데다가 서열 높으니
친척들 중 항상 발언권이 있었거든(큰아들은 그냥 아내바라기)
내가 알기론 큰 며느리의 제안으로 납골당 안 모시고 그냥 화장터 동산 같읕 데 어디다가 뿌려버렸어
(말이 뿌린 거지 그냥 뭉태기로 쏟아 놓는 거. 다른 유골이랑 섞인 거지)
나는 할머니랑 오랫동안 같이 살아서 애증관계거든.
엄마한테 한 거는 진짜 너무 싫은데
나 보살펴준 절반은 할머니긴 해서 정이 있긴 있어.
엄마아빠 다 일하느라 바쁘셔서 대신 돌봐주셨거든.
(그 와중에 엄마는 집안일도 많이 하고 시집살이 어마무시함)
할머니 성격이 괄괄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분이 아니라 손주들하고도 사이가 다 좀 그래.
우리집에서 나랑 동생만 할머니한테 애틋해.
장례 치를 때 우리는 애들이고 발언권 없으니까
뭐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게 돌아갔고
(어른들도 그때는 정신없었다고는 하는데)
암튼 다 지나고 보니까 할머니 유골은 그냥 어딘가로 가버리고(?)
그 흔한 납골당에 모시는 것도 안하고...
기일도 아무도 안 챙기고...
원래 제사하는 집인데(기독교라 나중에 예배로 바뀜)
코로나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명절 모임 안하고, 예배도 안하고.
그냥 나랑 동생만 때떄로 할머니 추억하고,
그나마 사이 좋은 고모랑 몇 마디 하고 마는데...
솔직히 어디 가서 할머니 유골 안 모셨다 말도 못하겠고.
이런 집 흔해...?
어때? ㅠㅠㅠ
할머니 못됐고 우리 엄마 시집살이 지독하게 했지만
어린 나이에 과부돼서 여덟 자식 키우느라 본인도 고생 많이 했거든
(본인도 시집살이 지독하게 당해서 대물림한 경향이 있음)
진짜 악착같이 돈 모아서 자식들 다 주고
막판에 큰아들한테 진짜 거의 다 퍼줬는데...
일케 어디 모신 데도 없이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
할머니 성격 생각하면 자업자득이다 싶으면서도
큰며느리도 너무 밉고...(다른 친척들도 미운데 이분이 주도한 거 확실해서)
진짜 재산 칠할은 가져가고 그거 재개발 돼서 돈 겁나 벌었는데...
우리 할머니 그렇게 미워서 조금도 모시기 싫었던 걸까.
납골당에라도 두면 계속 신경쓰고 돈 내야 돼서?
다른 형제들도 자기 엄마 어디에 모시는지 제대로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냥 오케이한 것도 진짜 어이없고.
(우리 부모 포함)
우리 할머니 인생 넘나 씁쓸하다..
진짜 건장하신 편인데 말년에 낙상 두 번해서 거동을 못하게 된거거든...
죽도록 고생하고 놀러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병원에 있다가 가셨는데.
납골당에 모시는 거 그거 그렇게 어려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