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 더 그런 거 같아.
우리 부모님은 나라에서 '노인'으로 분류하는 60세 넘은 분들이야. (67세, 63세)
옛날이랑 달라서 아직도 한창으로 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렇긴 해.
근데 스마트폰이나 검색에 능숙하지 않은 부모님이 맛집을 다녀왔다고 하면
왜 마음이 시큰거리는지 모르겠어.
젊은 나야 네이버에서 인스타에서 검색해서 맛집을 가는데
엄빠는 그냥 생생정보통 이런데 나온 곳이나 길가다가 사람들 줄 많이 서있는 곳, 새로 생긴 곳 이런데야.
그런 곳이 맛집이 아니라는 건 아닌데
뭔가..좀 더 좋은 곳이 있는데 엄빠에게는 한계가 있는 느낌이 든달까?
그럼 내가 모시고 다니면 되는데 일하느라 따로 살아서 집에 잘 못가ㅠㅠ
맛집 찾아서 가보라고 드리면 뭔가 늙은이 둘이 가기엔 부담스럽고 창피하다고 생각하시고...
키오스크 어려워하듯이 세련되고 낯선 곳은 피하시더라고.
아빠는 내가 깔아드려서 캐쉬워크를 하는데 그거 초성 문제 나와서 맞히면 캐시 주는 거 있잖아.
그걸 다 맞히고 있더라고.
근데 문제 읽고 답을 찾는 중에 힌트로 주는 초성을 까먹으니까
고지서 오는 우편봉투(ㅠㅠ)에 초성을 적은 뒤에 막 답을 찾아서 맞히시더라고.
진짜 별거아니지?
급하니까 손에 잡히는 아무 종이에 쓴 거라는거 아는데 마음이 왜이럴까.
페북도 깔아드려서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 눈팅하시는데
그런 곳에 올라온 글이나 아님 요즘 이슈되는 것들 나한테 말해주실 때
뭔가 새로운 걸 나에게 알려준다는 느낌으로 조금 즐거워하시는 거 같은데 이미 난 다 알고 있는 거고...
엄마가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본인이 보는 티비 프로그램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놨더라고.
벌거벗은 세계사 n번 화요일 8시40분 이런 식으로..
근데 엄마는 메모장에 적어놓은걸 까먹은거야... 일일히 다 적어놓고도.
내가 엄마 옆에서 화장하는걸 신기해하면서 지켜봤었는데
이제 엄마가 나 화장하는걸 옆에서 지켜봐.
부모님은 언제나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고 나를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입장이 바뀌는걸 느끼니까 슬퍼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집에 가면 나도 지치고 힘드니까 그냥 누워만 있고
엄마가 조잘조잘 나한테 얘기하는데 내 눈은 핸드폰에 있고.
어제 오랜만에 집에 가서 엄마랑 마트를 갔는데
엄마가 수박 먹고 싶은데 19,900원이라 비싸서 계속 망설이다가
마트 한바퀴 돌고 계산하러 갈 때서야 그냥 온김에 사자 하고 사셨거든?
근데 내가 시리얼+바나나+끼리치즈 먹고 싶다하니까 한큐에 카트에 담으라고 했어ㅠㅠ
매달 소액 용돈 드리긴 하지만 그걸로는 내가 자식 노릇을 못하고 있는 기분이야
주말에 집에 간다거나 할 수 있는데 내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못하는 척 할 때도 있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심할 땐 죄책감도 든다.
해결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니고..
그냥 나도 정리되지 않은 내 마음을 일기처럼 쓴거야..
곧 지울 수도 있으니 그게 싫은 덬들은 댓글 안달아줘두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