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heqoo

그외 나 우울증 심할 때 언니한테 감동 받았던 후기
2,964 51
2021.01.21 14:45
2,964 51
내가 몇 년 전에 우울증을 좀 크게 앓았어
직장도 잘리고 자궁 쪽이 좀 아프고 그래서 남친이랑 파혼하고 그런 시기가 있었거든

근데 막상 나는 이상하지 않았어
그냥.... 그냥 살았어
음 내가 좀 이상한가 했던 날은 비 오는 날 2호선 타고 한강 건널 때였어
추적추적 비는 내리는데 한강은 뿌옇고 흐리고 탁하고
순간 아 저 속에 들어가도 될 것 같은 느낌?
나 하나 들어간다고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거고 내 속이 너무 조용해질 것 같은 거야
그날 이후로 열한시쯤 잠들어서 새벽 두시에 깨서 해 뜰 때까지 영문도 모르고 울기도 하고 그랬어

직접적인 시도가 있었던 건 아닌데 그 뒤로 비가 오면 좀 가라앉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도 했음
꼭 죽어야지 이런 게 아니라 그냥 그래도 상관은 없지 않나 하는 거

한번에 안 좋은 일이 너무 겹치니까 가족들이 걱정이 됐나봐 자취방을 정리하고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데
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ㅎㅏ다고 언니가 먼저 상담 받자고 함
그때는 지금하고 좀 다르게 우울증이라고 하면 정신병처럼 보던 때고 솔직히 언니 빼고 우리 가족 나 포함 다 그랬거든
그리고 나도 그게 우울증이라고 생각 못 했던 게
내가 내 우울을 잘 몰랐어
그냥 원래 그렇게 사는 건줄 알았지

난 거부했는데 언니가 엄마아빠 설득해서 나도 어어어 하면서 병원에 갔어
그게 겨울이었는데 어느 봄엔가
내가 넘 지나가듯 얘기해서 기억이 안 났는데 언니가 해준 얘기로는 봄일 거야
그날따라 언니 차가 고장 나고 아빠는 수술 후라 아직 차 운전 못하실 때고 그래서 가족이 다 같이 지하철을 탔대
상담 받고 봄이라 날씨도 좋으니까 기분 전환 하자고 같이 한강에 갔음
난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먼저 가보자고 했다더라고?

내가 언니랑 같이 강변에 있다가 강에 돌멩이를 툭 차서 넣었대
처음엔 언니가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뭔가 생각하면서 던지는 것 같아서 나한테 돌 왜 던지냐고 물어봄
근데 내가ㅠㅠ
응 한강 얼마나 깊은지 궁금해
이랬다는 거야

그리고 나서 얼마 안 지났을 때
여름 오기 전에 비가 미친듯이 쏟아진 날이 있었음
엄마도 일 나가기 전에 장마가 일찍 지나 했던 날로 기억해
엄마 나가고 삼십분? 한시간? 있다가 언니가 갑자기 헐레벌떡 들어오는 거임
분명 직장에 있을 시간인데....
언니가 나를 딱 보는데 그 느낌 있잖아
아 얘가 안 죽었구나 살아 있구나 자살 안 했구나 하는 안도감
그걸 느끼는데 내가 돌아버렸음

나 그렇게 정신병자 같냐고 병원에서도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 않았냐고 막 소리 지르고 울었어
그런데 언니가 나 우는 거 다 받아주고 나서 이러는 거야
감기 환자가 집에 있는데 비가 오면 찬 기운 안 들어오게 창문 닫으러 집에 일찍 와야 하는 거라고
자기도 그런 거랑 같다고
심한 감기든 가벼운 감기든 상관 없이 그냥 걱정이 되는 거라고

아 이 사람 나를 이만큼 사랑해주는구나 아껴주는구나 느껴지고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서럽던지ㅋㅋ 꺽꺽 울었어
그날 이후로 우울증도 차도가 보였음
나도 좀 마음을 달리 먹었구

지금은 나도 다시 직장도 구해서 지금은 재택근무 중이야ㅋㅋ
아직 남친은 없지만ㅋㅋㅋ
언니랑 말다툼도 하고 아침에 누가 화장실 먼저 쓰냐 이런 걸로 투닥거리고 그래
오늘은 언니 마중 나가야겠음

좀 우울한 얘기인데 읽어줘서 고마워!
댓글 5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전체공지 ** 더쿠 이용 규칙 **[📢온에어 협조 공지 통합] 20.04.29 377만
전체공지 더쿠 필수 공지 :: 성별관련 언금 공지 제발 정독 후 지키기! (위반 적발 시 차단 강화) 16.05.21 756만
전체공지 *.。+o●*.。【200430-200502 더쿠 가입 마감 **현재 theqoo 가입 불가**】 *.。+o●*.。 4377 15.02.16 311만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287 그외 복직때문에 아이를 친정엄마가 봐주셔야하는데 얼마를 드리면 좋을지 고민되는 중기 56 02.24 1638
25286 그외 취준생 공시생으로 살다 암환자가 돼 더쿠 떠나는 후기 174 02.24 2839
25285 그외 뚱뚱한 친구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지 힘든 후기(내용 펑) 56 02.24 2830
25284 그외 배달 어플 자주 쓰는 덬들 한달에 몇번 정도 시켜먹는지 궁금한 후기 45 02.24 758
25283 그외 집 대출금 못갚아서 집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는데 동생한테 큰돈생긴 후기 67 02.24 2653
25282 그외 친구가 지인 결혼식에 안오는 이유가 좀 이해 안가는 중기 (본문 펑!!) 82 02.24 2303
25281 그외 육아덬 or 임신예정인 덬들 남편 담배 끊었어? 46 02.24 1165
25280 그외 카페알바덬인데 사장님께 먹어도 되냐고 물어봐도 되는 음료수는 어디까지일까? 53 02.24 2110
25279 그외 둘째 문제로 남편과 평행선을 그리는 중기 41 02.24 2528
25278 그외 엄마가 날 내보내려하는 중기 101 02.23 3232
25277 그외 주변에 경제적인 이유로 딩크하는 커플 본적있어? 49 02.23 2112
25276 그외 기독교 대학교에서 채플(예배), 기독교 교양이 필수인 경우 종교강요다 vs 기독교 대학인데 당연한거 아니냐 ?? 궁금 (❌기독교 후려치기 절대 금지❌) 142 02.23 1560
25275 그외 직장동료 탄원서에 서명만 했다가 민사소송 당한 초기 ㅜㅜ 도와줘 54 02.23 2793
25274 그외 남친이든 남편이든 겨털 다리털 이해해주는사람은 없는지 궁금한 초기 54 02.23 2031
25273 그외 결혼 후 다운그레이드 된 삶을 살까봐 결혼하기 두려운 초기.. 46 02.23 2751
25272 그외 아랫집에서 층간소음으로 계속 찾아오는데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궁금한 중기 54 02.23 2230
25271 그외 덬들은 양심에 손 얹고 초중고 내내 단 한번도 가해자가 아니었던 적이 있어? 초기 82 02.22 1790
25270 그외 이런 경우 엄마한테 생활비를 얼마나 드리는게 좋을까? 104 02.22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