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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작업치료 전공 덬 첫 번째 실습 마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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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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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공은 졸업하고 자격시험 보려면 3개월 실습을 두 번 해야 하는데 지난 학기에 1차 실습 마쳤고 담 학기에 2차 실습...

지금은 방학이라 수업 듣고 있는데 오늘 따라 마음이 싱숭생숭 해서 후기를 함 적어보려고 한다 


다들 자기가 원하는 세팅 (입원 재활, 통원 재활, 아동재활, 널싱홈 등등 일할 수 있는 종류가 많음) + 원하는 위치 병원 가려고

우리 반 애들 로또 경쟁 치열했는데 (우리 학교는 위시리스트를 받아서 그 안에서 뺑뺑이로 추첨함)

나는 아무데나 되어도 상관 없어서 딴 애들 원하는 데 못 갈까봐 벌벌 떨 때부터 좀 심드렁 했다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만 되라고 빌었는데 운전하고 30분 가야하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하지만 내 담당 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은 분이었고 세팅도 환경도 다른 동료들도 넘나 완벽해서

실습 할 때도, 끝난 지금도 진짜 운 좋았다고 생각함 


일단 내가 실습한 곳은 입원 재활 병동이었음 

베드는 9개, 환자들은 대부분이 뇌졸중 아님 수술 후 재활이었다 수술은 대부분 가벼운 뇌수술, 그 밖의 경우로는 

척추 수술 후 만성 통증으로 입원, 심장 수술 후 산소포화도 문제로 입원, 다발성 경화증 증세 심해져서 입원, 

당뇨로 무릎 절단 후 입원이 있었는데 실습 하면 할수록 느낀 건 물론 미리 차트 보고 병에 대해 아는 거 중요한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precaution 아는 거고 precaution은 사실 어떤 질병이든 비슷비슷하다는 거?

이 사람이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 평소 병력으로 precaution 이 결정되니까 

뇌수술이면 뇌수술 자체로 발생하는 precaution이 중요하지 왜 뇌수슬을 받았는지는 작업치료 레벨에서 그렇게까지 잘 알 필요는 없네

가 처음 깨달은 바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영어를 못 하고 외국인이라 실습 전에 걱정했던 게 오직 그거 하나였는데


그 점에 있어서 담당 쌤이 정말 잘 이해해주고 보살펴줬고 무엇보다 환자들이 넘 다 잘 이해해줌

내가 좀 서툴러도 학생 + 외국인 버프로 잘 넘어가주고 내가 외국인이고 여기 문화에 대해 모른다는 점을 어필하면

라포 형성이 더 쉬웠다 기본적으로 환자들이 다 좋은 분들이라... 물론 까칠하고 협조 안 하는 환자들도 있었는데

어른들의 하대와 고집에 대한 내성이 한국인 디폴트로 장착이 되어 있어서 그 정도 까칠은 1도 데미지가 되지 않았다 ㅡㅡ;;

우리 담당 쌤이 나한테 너는 어쩜 그렇게 patient 하냐고 놀람 그 점을 진짜 좋게 봐줌 그런데 내가 특별해서 patient 한 게 아니라 

그냥 한국인이라 그렇습니다...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오히려 노인 분들 너무 친절해서 매번 감동받았는뎅... 어떤 할아버지는 나중에 클스마스 카드 보내라고 자기 집 주소도 주고

어떤 할머니는 내가 거기 많고 많은 스탭 중에 제일 좋았다면서 특별히 나를 콕 집어서 피드백 써줘서 나중에 스탭 회의할 때 박수도 받음


하지만 이건 좀 웃긴 얘기지만 한국인으로서 넘 뭐랄까, 불편했던 점은 그 "많고 많은 스탭" 이었다

아니 베드가 9개잖아... 그리고 9개도 꽉 찰 때 많지 않음 보통 병동에 환자가 7-8명인데 여기 붙은 스탭이 

작업치료 2 (나까지 하면 3) + 물리치료 2 + 언어치료 2 + 심리치료 1 + 간호사 2 + 의사 (+ 의사 비서 역할하는 간호사 1) 

+ 사회복지사 1 + 놀이치료 1 + 행정가 1 = 13명임... 


저 13명이 복작복작 한 사무실에 늘 상주하는데 그에 비해 환자가 넘 적다는 생각을 늘 하였다 

그리고 환자들이 진짜 하루종일 온갖 치료를 다 받는데 솔직히 나는 이게 정말 다 필요한가? 라는 생각도 하였다

그런데 다른 스탭들은 보험 회사 악랄한 것들 때문에 치료가 더 필요한 환자들을 이렇게 일찍 내보내도 되냐며 항상 안타까워했다

내 기준에선 넘나 보내도 되는데... 진작 보내야 되는데... 물론 내 기준은 재활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고 환자도, 환자 보호자 노릇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한국인 1의 기준이다 사실 이 부분은 되게 더 생각해봐야 할 지점인 것 같음 일단 나는 한국 병원에서 

어떤 기준으로 환자 재활을 더 하고 말고를 결정하는지, 입퇴원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1도 모르거든 

병원 입원이나 큰 병 걸린 경험이 나도 우리 가족도 아직까진 1도 없어서... 앞으로 살면서 어떻게든 겪게 되겠지만 


여기서 내 하루는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하는데 보통 점심 먹기 전 오전에는 ADL retraining 을 함

환자 1인당 작업치료에 할당된 시간이 1시간 반이라서 보통은 오전에 ADL 1시간, 오후에 기타 액티비티 30분 이렇게 함

환자에 따라 45분/45분으로 끊을 때도 있음 이 스케쥴은 치료사가 결정해서 하루 전에 스케쥴 표에 써두면

스케쥴러가 전체 일정을 조정해서 시간표를 짜줌 아침에 그 시간표 받아서 그것대로 각 방마다 들어가는 거


ADL retraining은 뭐 보통 safety 교육이고 뇌졸중 환자들의 경우 워커나 휠체어 쓰는 경우 많으니 mobility 교육도 ADL 하면서 같이 함

그리고 neglect 있는 경우 많으니까 compensation technique 교육도... 라고 쓰면 뭐 거창한데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님

대단한 게 아닌데도 되게 중요한 거라 꼭 받아야 하는 교육임 우리의 목적은 무조건 낙상방지!!!!!! 


그놈의 낙상 진짜... 근데 낙상 정말 미친듯이 위험한 거라 (나도 이 공부 시작하기 전엔 몰랐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fall prevention 강조하고 또 강조함 때문에 늘 gait belt 라고 환자가 베드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무조건 벨트 매주고 붙잡고 다녀야 됨

만약에 이거 잘못해서 환자가 넘어진다? 내 라이센스 잃을 수도 있는 아주 큰 실수라 무조건 벨트벨트벨트... 

어떤 환자들은 당연히 되게 귀찮아하고 싫어하고 솔직히 내 생각에도 멀쩡하게 걷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데

이게 병원 규정입니다 잘 설명하면 다들 알아들으시더라 


점심시간에는 밥 먹으면서 documentation 미친듯이 하고 오후에는 각 환자 컨디션에 맞춰서 치료하는데

swallowing 심하면 kinesiotaping도 하고 (우리는 splint는 잘 안 함 우리 실습 쌤이 스플린트 사용에 회의적인 쪽이라서, 나도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neuro-reeducation도 하고 TheraBand나 arm bike 이런 거 이용해서 가벼운 근력+지구력 운동도 하고 coordination 훈련도 하고 

safety education 추가로 필요하면 것도 하고 vision screening도 하고 뭐 이것저것 때에 따라...


나는 한국에서 작업치료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전혀 모르는데 여기서는 백프로 치료사 자율임

의사가 전혀 터치하지 않음 그냥 치료사가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함... 

근데 그 마음대로 한다는 게 사실 나한테는 제일 부담이었음

왜냐면 뭘 해야할 지 몰라! 차라리 증세가 심하면 할 게 많아서 괜찮은데 

high-functioning 환자들은 진짜 난감... 예를 들어 심장 수술 후에 산소포화도가 낮아서 들어오신 분은

진짜 좋은 분이었거든? 너무너무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할머니였는데 보행 능력, 인지 능력 모두 정상이었음

단지 산소포화도가 넘 쉽게 떨어져서 energy conservation 교육이 필요한 상태였는데 아니 자세 바꿀 때마다 심호흡 하시고

수시로 산소포화도 측정하시고 증상 셀프 체크 이렇게이렇게 하시고 집의 동선 이렇게 바꾸시고 무거운 거 들지 마시고

화장실에서 똥싸느라 힘줄 때도 숨 참지 말고 가늘게 숨 쉬시고 이런 거 가르쳐드리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어떻게 맨날 1시간 반씩 이걸 함? 할머니가 인지 능력 떨어져서 교육을 반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 개똑똑하셔서 한 번 가르쳐드리면 바로 잘 따라하시는데 도대체 더 뭐 할 게 없.... 

나중에는 그냥 할머니랑 인생 얘기 하고 그랬는데 와 씨 나 지금 할머니랑 얘기하고 돈받는 건가? (물론 실습생이라 돈 안 받지만 만약에 이게 내 일이라면)

싶어서 너무 죄책감 들었다... 그런데 우리 담당 쌤이 그것도 치료의 일종이라고 documentation 에는 education in anxiety reduction strategies 라고 쓰래... 

아니 ㄹㅇ 그냥 잡담했는데 무슨 불안 감소여... 불안은 할머니랑 얘기하면서 내 불안이 감소했는데 ㅡㅡ;;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스탭 회의에서 환자들에 대해 의견 교환하고 퇴원일 잡고 family education schedule 잡고 그런 거 함

저 환자 가족 교육이란 게 엄청 중요해서 퇴원하기 전에 반드시 family education 을 하루종일 해야 됨

예를 들어 집 앞 눈길에서 미끄러져서 뇌출혈 생겨가지고 수술한 할아버지 계셨는데 퇴원 전에 

나랑 우리 담당 쌤이랑 그 집을 방문했음 거기 아들이랑 할아버지 여동생이랑 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 분들한테 할아버지 상태랑 향후 통원 치료 계획이랑 낙상 재발을 위해 어떤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할아버지한테 집안 다 돌아다니게 하고 장애물 있는지 점검하고 장애물 있는 거 치우라고 가족한테 얘기하고 

화장실, 샤워 이용할 때 위험요소 뭔지 (이 때 낙상이 젤 잘 일어나니까) 예를 들어 변기가 너무 낮고 지지대가 없으니

high-rise commode 랑 safety bar 설치하라고 환자 가족한테 조언함 그걸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가족이 결정하지만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언이란 조언은 다 해야 되기 때문에... 그리고 지하에 세탁실이 있고 지하로 가는 계단이

위험하니까 가족한테 세탁은 할아버지 혼자 하면 안 되고 꼭 가족이 하거나 가족이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할아버지 혼자 사니까 위급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지 플랜 짜라 (아들이 씨씨티비 설치하고 이웃한테 부탁해서 시간마다 들여다봐준다고 함)

뭐 이런 것들 2시간 정도 교육함... home visit 은 모든 환자가 다 하진 않고 환자가 퇴원해서 집으로 가는 경우 (집으로 안 가는 경우가 더 많음)

+ 스탭 회의에서 필요성 있다고 결정 났을 때 함 나는 3달 일하는 동안 저런 home visit 은 네 번 정도 함 


여러 가지 배운 거 많고 느낀 바 크고 다 좋았는데 그래서 너는 앞으로 inpatient OT 할래?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실습 끝나고 학교로 돌아와서 다른 세팅 경험한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했는데 

나는 원래 outpatient OT (hand therapy) 별로라고 생각하고 그 쪽은 할 생각도 안 했는데 오히려 그 쪽이 더 맞지 않나란 생각도 함

inpatient OT 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환자 본인이 치료를 받고 싶어하든 안 하든 치료가 필요하든 안 하든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거...

outpatient 는 자기가 필요하지 않으면 아예 올 이유가 없으니 치료를 받고 싶은 + 필요한 사람들만 오잖아 


그리고 짧으면 몇 주, 길면 한 달을 매일매일 똑같은 환자와 1시간 반씩 대면하니까 뭐랄까 너무 환자한테 이입하게 되더라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그 사람의 일생을 (가족들까지) 다 알게 되고 현재의 우울, 불안을 넘 가까이서 보게 되고 

그게 나한테는 좀 힘들었다... 우리 담당 쌤은 이건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잘 다룰 줄 알게 되니까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리고 ADL 너무 재미없다... 차라리 neuro-education이 할 거 많고 다이내믹하고 더 재밌어보이는데 

뉴로 리햅에서 일해본 다른 OT쌤이 어후 거기 너무 힘들다고 말도 말라면서 손사레를 치더라


솔직히 실습 끝나고 OT 전반에 대한 회의 + 풀타임 직장인에 대한 현타가 빡 왔는데 이 생각은 안 하려고 노력 중이라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한 번 후루룩 써본 실습 후기 끝 

담 학기는 재향군인병원의 outpatient behavioral rehab 인데 거긴 또 여기와 완전 다른 세팅이라 

대체 내가 뭘 하게 될 지 뭘 배우게 될 지 아주 기대가 된다... 그리고 거기도 여기처럼 대부분의 환자들이 친절하고 

담당 쌤과 스탭들이 좋은 분이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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