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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우울증과 불안증이 극복된 후기(쓰다보니 길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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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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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난 이렇게 해서 극복해냈다~ 이런 내용은 아니고, 

그냥 그 시기의 내가 얼마나 힘들었던건지를 지나고와서 보니까 알겠더라고.

그래서 그거에 관한 소소한 후기를 써볼까해. 내 기억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ㅋㅋ


난 멀쩡한 고교생활을 보내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어, 

예술계열인데 예술계 전공은 주로 '과제를 받는다 ->그 다음주에 과제를 검사받고 그다음 과제를 받음->그 과제를 검사하고 그 다음 과제를 받음' . 이패턴이야.

한번이라도 안나가면 확 꼬이는거지 ㅋㅋㅋ. 과제를 안해서 수업 안가고싶어서 수업을 빠진다? 그러면 그 다음과제를 모르니까 다음수업도 나가기싫어지는 뭐...그런거 ㅋㅋㅋ

여튼 그때는 수업 몇번 빠지다가 다 던져서 전공 다 F받고 연속으로 학고 크리 뜨고 그랬음... 나약하고 무책임했지,.. 

난 그떄 내가 그냥 게으르고 의지박약이라고만 생각했어. 


여튼 그런 이유로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있어봤자 제적이었음) 잠깐 공시 준비하겠답시고 2달 고시원같은데 갔는데

학원을 단 하루 안나가고 2달동안 그 좁은 방에 누워만있었어ㅋㅋㅋ 밥도 2일에 한끼? 이렇게 먹고,.. 씻기도 4일에 한번 이렇게 씻은듯 ㅋㅋㅋ

집와서는 공부한답시고 도서관 왔다갔다 할때도 공부 한번도 한적 없고 하루종일 버스만 10시간씩 타서 창 밖만 봤어.


그 당시에 나는 거의 1년동안 문자, 카톡을 제대로 못읽었어.. (1~2주일에 한번 몰아서 읽음)

문자 알람이 띠링 울리면 왠지 내가 잘못을 혼내는 엄마의 문자이거나, 왜 학원을 안오냐는 학원의 문자이거나, 요즘 잘지내냐고 물어보는 동창일까봐, 왜 연락이 없냐는 동기일까봐. 그냥 못읽겠는거야. 핸드폰을 언제나 방해금지모드로 돌려놨었어. 당연히 인간관계도 거의 끊기고, 내 상황 아주 대충 아는 오래된 친구들 몇명이랑만 근근히 연락하는? 그정도였어. 누가 연락이 와도 다 씹고 잠수타고 ㅇㅇ.


그러다가 갑자기 불안증이 왔었어. 작은 스트레스에도 견딜수없는 불안이 덮쳐와서 제정신이기가 힘든거야.  갑작스레 불안상태가 되면 재밌는 웹툰도 영화도 아무것도 못보고 그냥 불안하다는 감정에 모든신경이 쏠려. 처음엔 하루에 한번씩 그러던게 일주일 지나니까 하루에 두세번, 한달쯤 되니까 1시간에 한번씩. 패닉이 오는거야. 불안감 잊으려고 술도 많이 마셧어 한달동안 매일 소주 한병씩 먹었다고 보면돼. 술 없으면 불안하고 엄마가 못마시게 하니까 몰래 마시고 그랬어 ㅋㅋㅋ 한달 가까이 인터넷도 못했어. 왠지 모르게 인터넷 하면 불안해질거같아서 ㅋㅋㅋ 결국 일상생활이고 뭐고 이러다 미치겠다는 생각에 엄마한테 다 얘기하고 나 정신과 좀 다녀오겠다고 했어. 


상담을 하니까, 의사선생님이 우울증을 오래 앓아서 불안증세가 오는거라고. 병원을 학교 다니기 싫다고 느꼈던 그때부터 왔었으면 훨씬 나았을거라고 하더라고.

그거 듣고 한말이 제가 우울증이라고요??그것도 몇년전부터?? 이거였어


난 죽고싶다는 충동, 자살충동을 느낀적이 없어서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거든.. 갑자기 눈물이 나지도않고, 막 너무 슬프고 그러지도 않았었어


왜냐면 그때의 나는 내가 이런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나처럼 살면 당연히 살기 싫지, 나같이 사는데 사는게 재밌으면 이상한거지, 나 같은 상황에 누가 오래 살고싶어?. 오히려 갑작스런 자살충동이 안드는거보면 나도 어지간히 지긋지긋하게 삶의 의지가 충만한가보다 ㅋㅋㅋ 이렇게 생각했었음 ㅋㅋㅋ 

대신 25살쯤 되면 죽어야지. 지금 당장 죽기는 아깝고, 25살에도 난 이러고 있을테니까 그때가서는 진짜 자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음. 근데 난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안했어... 먼가 당연히 나같이 아무것도 못해내는 사람이 오래살겟다는게 이기적인거 아닌가? 남한테 피해만될텐데? 이렇게 생각함. 


여튼 병원에서 약 타먹고 불안감이 줄어든 대신 멍~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있었어. 

그러던 중에 친구가 자기 알바하는데 같이 할래? 이러는거야.

난 그전까지 알바 제대로 해본적이없었거든. 20살떄에는 다니기 급급하고 부모님도 알바할시간에 공부 해라 그러셔서 알바 한번도 안해보고, 그간 무기력하게 보낼때는 표면적으론 공부한다고 했었으니까..


여튼 그래서 나는 알바를 하게돼. 주5일 6시간씩. 처음엔 너무 무섭고 또 여기서도 내가 못하면 어쩌지? 여기서도 도망치게 되는거겠지? 이렇게 생각했었어. 그래서 알바 가기 하루전날까지 못한다고 할까 고민했었어. 


근데 생각보다 일이 쉬운거야. 그냥 하라는대로 하면 되고, 가끔은 잘한다고 칭찬도 받고. 그러니까 근 몇년간 한번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살아서 바닥을 쳤던 내 자존감이 조금 생기더라. 그래 내가 아주 인간쓰레기는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이 되더라고ㅇㅇ 매일매일 알바 갔다가 오는게 일과니까. 오늘하루도 쓰레기처럼 보냈구나 하는 자기비하도 안하게 되고... 알바 시작한지 3개월만에 약 끊었어. 


알바를 하면서 어느정도 인간관계에 용기가 생겨서 연락 끊긴 친구들한테도 연락을 보내봤어. 

잘지내? 하고.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다들 엄청 반가워 해주고 오랜만에 만나자고 호들갑도 떨어주고. 해서 사람들과도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나게됐어.

그러니까 사람이라는 존재에 깊은 믿음이 생겼어. 생각보다 사람들은 착하구나? 하는 ㅋㅋㅋ 그런 믿음. 내가 이렇게 인간관계를 방치했지만, 내가 다시 손내밀어도 쌩하지 않는구나 싶더라고.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두려움이 줄어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요령이 생기니 알바를 다른데로 옮기기도 했어. 거기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새로운 형태의 삶을 많이 마주하고, 그러니까 또 용기가 생겨서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


그래서 나는 2년만에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어. 이제 한달반인데... 여전히 나는 잘하지도 않고 나보다 어린애들 사이에서 전공을 듣고 있지만 예전이랑 참 다르다고 느끼는게. 예전엔 과제가 까일까봐 무서워서 학교 가기가 싫었다면 지금은 까이면 뭐 어떄.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 얼굴에 철판깔게 됐어. 


예전이라면 수업 전날 밤까지 과제를 못했으면 그냥 안하고 안나갔을텐데 지금은 밤을 새서라도 과제를 해서 가게돼. 결과물이 어떻든간에 ㅇㅇ

내가 아파서 수업을 못나갔으면 걍 교수님한테 못나갔ㅇ는데 과제 뭐였어요? 하고 물으니까 되더라고. 교수님 메일이 늦는다 싶으면 문자도 남겨보고, .. 예전에 나였으면 무서워서 못했을 일이지 ㅋㅋㅋㅋ 

근데 놀랍게도. 아무도 내게 뭐라하지 않더라. 교수님은 아팠었냐고 나를 걱정해주며 과제를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과제가 구리다고 까이면 수업 끝나고 용기내서 얼마나 구린지,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지 물어보면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아주 기꺼이 알려주시더라고. 과제를 심지어 미완해서 가져가도 죄송해요 ㅠㅠ 다 못했어요 ㅠㅠ 하ㅕ면 그랬냐고 하고 넘어가고. ㅇㅇ내가 좀 못해도, 못해가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거야. 


그러니까 알겠는거야. 그 당시의 내가 얼마나 아팠던건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던거지를... 그당시엔 그냥 내가 의지박약에 나약한 인간이라 그렇다ㅗ 생각했는데 그냥 그떄 나는 우울증이라서 그랬던거였어. 지금의 나는 우울증이 아니니까 이 모든걸 할 수 있는거고. ㅇㅇ 그냥 내가 나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던거야... 아파서 그랬던거지 .


여튼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봤어.. 노잼에 tmi가득한 개인사글이지만.... 여튼 지금의 나는 과제에 쩔어있고. 시험이 코앞이라 힘들고 또 정신을 완전히 차리진 못해서 ㅋㅋㅋㅋ 시험공부도 하나도 안해놓고 배째라 하고있지만. .. 학점이 이따위라서 졸업하면 뭘하고 살지 감도 안잡히지만 ㅋㅋㅋㅋ25살에 죽어야지 하는 생각은 안들어. 그냥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잘 못살면 어때? 하는 생각이 오히려 원동력이 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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