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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탔는데 전역하는 군인들 한무더기랑 같이 4박 5일 보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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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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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인데 심심해서 글 끄적여 봄... 때는 2017년 7월 초중반이었던 것 같음


슴살 되고 나서 친구들이랑 러시아 여행 갔다 옴 블라디보스톡-하바롭스크-모스크바로 행선지 잡았는데 총 15일 정도의 여행 기간 중 서울~모스크바로 가는 8일 정도가 소요됐던 걸로 기억함 그중에 7일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 ㅇㅇ 아닌가 좀 헷갈리네 여튼 좀 걸림

첨에 여행 기획한 애 목표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는 거라서 필수로 끼워 넣은 거임 근데 열차를 예약하기로 했던 친구가 미루다가 늦게 예매하려고 보니까 1, 2등칸이 다 매진이 된 거임 맞나? 최소한 4명이 숙식할 자리는 없었음

3등칸도 자리가 별로 없길래 어쩔 수 없이 빈 곳 예매한 게 네 명이 마주보고 있는 자리가 아닌 

ㅇ ㅇ | | ㅇ

ㅇ ㅇ | | ㅇ

------------

ㅇ ㅇ | | ㅇ

ㅇ ㅇ | | ㅇ

대충 표현하자면 자리가 이렇게 생겼는데 오른쪽에 둘둘 있는 곳이 우리 자리였음 ㅋㅋ 저 가운데가 이동하는 통로인데 ㄹㅇ 빈약함

잠은 물론 저 좁은 데서 쪼그리고 잔 게 아니고 아래에 테이블 대충 정리하면 눕는 곳 되는데 위쪽에도 눕는 곳이 있음 한마디로 저 좁은 데서 1층 2층 나뉨

폰에서 사진 찾아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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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래 생김 ㅇㅇ 내리기 전에 찍은 거 첫 번째 사진이 우리 자리였음 ㅋㅋㅋ


우리가 열차 탑승한 지역이 저 시기에 좀 더웠는데 열차 탑승하니까 엄청 덥더라 창문도 4인석 쪽에만 조금 열리지 에어컨도 없어서 그야말로 찜통이었음 부채 들고 간 친구가 하나밖에 없어서 돌려가면서 부채질 함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함 제목에 쓴 얘기가 이제 나옴

진심 이 칸 처음부터 끝까지라기보단 젤 앞 자리 6석 빼고는 죄다 군인 무리인 거임 

우린 여기서 1차로 당황함 다 군복 입고 있길래 군인들이 집 가나?? 생각하긴 했음

그런데 아까 여기가 엄청 덥다고 했잖음 그래서 2차로 당황하게 되는 일이 발생함

이 남정네들이 너무 더워 놓으니까 하나같이 다 웃통이랑 바지를 벗는 거임 물론 완전 빤스는 아닌 사람도 있었는데 여튼...

웃통도 맨살 드러나게 다 벗었음 물론 다 그렇지는 않았는데 최소한 우리 주변엔 윗통은 다 벗음 ㅋㅋㅋ 오메

심지어 우리 옆에 계시던 한 분은 뒤태 자랑하시면서 엎드려서 자는데 빤쓰 엉덩이 부각이 너무... ㅠ 안 보면 되는 거지만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까 애써 외면해도 눈에 들어오는 게 민망하긴 하더라

음청 더워서 잘 때도 고생했는데 갈수록 점점 시원해지긴 했음 나중에는 춥더라


잠시 구조 설명을 하자면 3등석에는 샤워실이라는 곳이 없음 화장실 있고 세면대 하나 겨우 있을 뿐이라 5일 내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양치랑 세수만 겨우 하고 머리는 친구 한 명이 가져온 드라이샴푸인가 그걸로 대충 뿌리는 게 다였음

거기다 콘센트도 자리마다 있는 게 아니고 문쪽에 하나씩인가 있을 뿐이라서 거기서 보조배터리 충전시키고 자리에서 존버 타다가 적당히 시간 지나면 다시 가져와서 그걸로 충전시키는 방법밖에 없었음 도난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식사도 따로 제공되는 게 없어서 열차 타기 전에 마트에서 산 걸로 먹거나 역마다 내려서 그때그때 사는 방법밖에 없음 뜨거운 물 받는 곳은 있더라


여차저차 짐 정리를 하려는데 캐리어는 저 위쪽에 올려야 하더라고 그런데 너무 무거워서 낑낑대니까 한 명이 도와줬음 기억은 안 나는데 넘 고마웠다

이건 이 얘기 나와서 하는 여담인데 러시아 남자분들 많이 스윗하더라 여행하면서 계속 이동해야 하다 보니까 달리 짐 맡길 데도 없고 캐리어 끌고 낑낑대면서 돌아다녔는데 계단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세 번은 도움 받은 것 것 같음 ㅠㅠ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짐 들어 줄 때는 들고 튀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하긴 했는데 의심해서 죄송... 정말 쿨하게 들어만 주고 암 말도 없이 갈 길 가시더라... 감동먹음 ㅠㅠ

여기서 제일 압권은 여행 초반이었는데 웬 신사 한 분이 지나가다가 영어로 내 친구한테(지 몸뚱이 두 배는 되는 캐리어 들고 옴) '나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 < 라고 말하고 캐리어 대신 들어다가 계단 올라 주신 거... 심지어 잘생겨서 심장에 데미지 오조 오억볼트 입음... 다들 ㄹㅇ 차가운 도시의 마음만은 따뜻한 남자들이었음 

물론 재섭는넘들도 있었지만


아 그리고 러시아가 영어를 전혀 안 쓰다시피 하다 보니까 번역기는 필수더라

열차에서 나랑 대화 시도하려던 사람이 있었는데 도무지 말이 안 통하니까 서로 답답해하다가 번역기 돌리려고 했는데 한참 동안 데이터가 안 잡혀서 침묵의 바깥 구경을 하기를 어언 몇 분... 결국엔 포기하고 아쉽게 빠빠이 함 아마도 수영하는 거 좋아했다던 옆 칸의 훈훈한 친구 안녕...

그런데 마침 내가 앉은 옆 자리 4인석에 영어를 좀 하는 군인 하나가 있더라 옆에서 친구 두 명이랑 막 대화하면서 놀고 있는 거야 근데 잘생김 ㅋㅋ 키 크고 비율 좋고 여튼 그 열차에서 제일 잘생김 여기 대부분이 잘생기고 최소한 훈훈하고 그렇더라 체격도 그렇고

여튼 영어라는 공통어 ㅋㅋ가 생긴 이후에는 소통엔 크게 문제가 없었던 걸로 기억함 빈약한 영어에 손짓발짓 다 쓰니까 소통이 잘 되긴 하더라 ㅋㅋㅋ 막 저녁에는 카드로 도둑 잡기 게임을 했는데 재미있었음 그러고 나서 러시아 카드 게임을 가르쳐 줬는데 영어로도 잘 안 되고 러시아어는 더더욱 우리가 못 알아듣고... 주륵 난 빠져서 구경만 하다가 해산함

옆 자리 4인석에 유독 존나 찝적대는 무례한 놈 하나가 있었는데 차차 무시하는 법을 터득함 지 가리키면서 보이프렌드 ㅇㅈㄹ 응안해


그 이후로는 몇몇이랑 많이 친해져서 서로 자국어로 단어 가르쳐 주기도 하고 서로 휴대폰으로 사진 보여주면서 얘기도 나누고 ㅋㅋㅋ 한번 말 트니까 어색하지도 않고 좋더라

예를 들어 분명 바이칼 호수를 지난 거 아는데 창 밖에 호수 보이는 거 가리키면서 여기가 사실 바이칼호야 ㅎㅎ 이런 시덥잖은 농담들 ㅋㅋㅋ 언어가 언어다보니까 알아듣기만 해도 까르르거리면서 놀았음

아까 말한 영어 할 줄 아는 잘생긴 친구랑은 특히 잘 놀았음 체스도 두고 야 근데 진짜 잘생긴 사람이 유머 감각도 좋고 친절하고 착하고 하는데 한 번 좋아 보이니까 다 귀여워 보이더라 잘생긴 게 최고야 짜릿해

그리고 또 영어 좀 할 줄 아는 친구가 옆옆옆 자리에서 우리 쪽으로 자주 놀러와서 같이 놀았음 이 친구한테는 특히 고마운 게 내가 좀 길게 정차하는 역에서 내리려다가 잘못 떨어져서 넘어짐... 발가락 겁나 아프게 부딪히고 허벅지 근육이랑 다 놀라서 걷지도 못하겠고 난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고 해서 울었는데 이 친구가 곧바로 나 안아서 자리까지 옮겨 주고 ㅠㅠ 힘들었을 텐데 넘 고마웠음

그리고 다들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더라고 98년생이 많았고 97 96 머 대충 이랬던 것 같음 


이게 처음에는 남정네들이 한무더기에 타자마자 훌렁훌렁 한 게 첫인상이라서 엄청나게 당혹스러웠지만 지내고 보니까 이만큼 좋은 경험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 그새 정 잔뜩 들어서 군인 친구들이 내릴 때 너무 아쉬웠고 그중에 특히 정든 친구 둘이랑은 인스타 친구 하고 하나랑은 메일 주소 교환함... 메일로 대화하던 친구는 얼마 안 지나서 끊긴 게 너무 아쉽지만 인스타 친구 하나는 여전히 연락함

아까 나 안아서 데려다 준 친구는 우리도 내려가는 줄 알고 먼저 내렸다가 먼가 다들 가족들 만나는 것 같은데 내려가기 뭣해서 열차 안에 있었더니 다시 올라와서 한 명씩 안아 주고 다시 내림 엉엉 군복 입은 모습 멋있더라 엉엉

횡단 열차 경험의 한 가지 오점이라면 내 친구가 군인들 내릴 때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점... 아마 도난당한 것 같은데 그것 말고는 정말 다 좋았음 그러니까 혹시나 3등석 탈 일 있으면 분실 조심해 잘 때도 다 개방돼 있어서 누가 훔쳐가도 아무도 몰라


군인 친구들 다 내리고도 이틀 정도를 더 갔는데 그동안 우리 주변 자리들은 사람들이 자주 바뀌었음 원래 이게 기본이라고 하더라 내가 겪은 게 특이 케이스였을 뿐...

확실히 사람들이 금방금방 바뀌니까 장점이라면 타국의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이라면 정이 좀 들라치면 빠바이 한다는 점

그리고 창문으로 풍경 구경하기에 완전 짱이라는 점 ㅇㅇ 창문이 막 깨끗하진 않은데 구경하기엔 충분했음


쓰다 보니까 사족들이 엄청 붙어서 생각보다 더 길어졌는데 너무 좋았던 추억이라서... 후기의 결론은 정말 좋았다고 한다 끗

밑에는 도중에 잠시 내린 역 사진 하나 첨부함 러시아 건물 짱 예쁨gNj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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