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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qoo

그외 눈에 콩깎지 안 벗겨지는 팔불출 담임으로 살고 있는 중기
1,947 30
2021.12.02 21:57
1,947 30
안녕? 나는 초등교사덬이고 올해는 4학년 애기들을 맡았어
진짜 매년 내새끼들한테는 하트뿅뿅눈 되는 팔불출 담임인데 올해는 진짜 역대급으로 예뻐서
시간 가는 게 막 아까울 지경이야

어느정도냐면 발령나고 처음으로 방학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 ㅋㅋㅋ
(우리는 봄방학이 따로 없고 겨울방학을 늦게 하면서 그때 졸업식이랑 종업식을 해서
방학하면 애기들이랑 헤어져야 하거든 ㅠㅠ)

근데 진짜 우리 애기들을 만나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1.
맨날 나한테 편지 써온다?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좋아요♡
이런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받을 때마다 내 캐비넷에 붙여놓는데
이제 더 붙일 자리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원래 애기들은 이름 써서 내는 걸 맨날 깜빡해
그래서 이름을 안 써오면 개똥이부터 시작하거든 ㅋㅋㅋㅋㅋ

근데 2학기도 절반을 넘어가는 요 시기쯤 되니 두 명만 빼고 죄다 개똥이 향춘이 봉식이 등등이 되어있는 거야
그러고서도 툭하면 이름을 안 쎀ㅋㅋㅋㅋㅋ
그래서 개똥이가 되고도 이름을 안 써서 내면 꿀꿀 개똥이라고 부르겠다고 선포를 했어 ㅋㅋㅋㅋㅋ
그리고 바로 다음날 덕춘이가 또 이름을 안 써서 낸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꿀 덕춘아 안녕?"
했더니 질색팔색을 하면서 한 번만 봐달래 ㅋㅋㅋㅋㅋㅋㅋ

안돼. 안 봐줘. 돌아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날이 됐어.
학습지 나눠주다가 덕춘아~ 하고 부르니까 덕춘이가
"꿀꿀덕춘이인데요?"
지 입으로 그러는 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다음 날
"꿀꿀덕춘아~" 하고 부르니까
"꿀꿀♡"
하면서 나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빵터져서 한참 웃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3.
춘자는 춘자가 싫었나봐
쿠폰 20장으로 본명으로 돌아가기권을 사겠대
그래서
"쿠폰 20장 날리려고?" 했더니
"사실 우리엄마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애기들은 스티커를 참 좋아해
전에 간식 상자에 들어있던 별 거 아닌 스티커지만 애기들한테 갖고 싶은지 물어보니 너도나도 다 손을 들길래
뽑기로 뽑아서 주기로 했어
근데 개똥이(남자)가 [우리 공주] 스티커를 갖고 싶다는 거야. 자기 동생 주고 싶다고
개똥이의 고운 마음이 알고리즘의 신에게 닿았는지 우리 공주 스티커에 개똥이가 당첨이 됐어

그런데 한두달 시간이 흐른 뒤, 개똥이의 책상에 우리 공주 스티커가 여전히 놓여있는 거야
동생 준다더니? 하고 물으니 그냥 자기가 갖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개똥이는 개구쟁이야. 수업시간에도 엄청 까불까불거려.
그날도 수업시간에 또 까불락까불락 하길래
"조용히 하세요, 우리 공주♡" 라고 불러줬더니 애들이 빵 터지고 본인이 제일 좋아해 ㅋㅋㅋㅋㅋㅋ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똥이는 남자애기야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 "우리 공주 이리오세요" 하고 부르면 "네~~!!" 하고 신나서 대답하고 달려와 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난 공주니까 예뻐서 괜찮아♡" 라고 스스로 볼을 짚고 얘기하기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개똥이는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게 아니라 장난치고 싶은 거야 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러고 장난치고있는 것도 귀엽긴 정말 귀여워 ㅋㅋㅋㅋㅋ


5.
2학기가 되고나서 부터는 애들이 내년에 내가 몇학년을 맡을지 관심을 가지더라고
"선생님 내년에 5학년 선생님 하시면 안돼요? 또 우리 선생님 해주세요" 라길래
"선생님도 정말정말 그러고 싶은데 그건 선생님 마음대로 안돼 ㅠㅠ" 라고 하니
"그럼 누구 마음대로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교감선생님이랑 교장선생님이라고 말해줬더니 엄청 진지하게
그럼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부탁드리면 되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내가 가서 5학년 주세요 하고 싶어 ㅋㅋㅋㅋ 얘네 보내기 너무 아까워서ㅠㅠ



6.
위의 꿀꿀덕춘이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이마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다니는 거야
뭐라고 써있나 봤더니

4학년 ☆반
친구들 좋아요 선생님 좋아요
꿀꿀꿀꿀 덕춘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서 당장 사진 찍어뒀지만 애기 얼굴이 나와서 차마 올릴 수가 없는 게 안타깝다 ㅠㅠ
(그새 이름 쓰는 거 두 번 더 까먹어서 꿀꿀덕춘이에서 꿀꿀꿀꿀 덕춘이 됨 ㅋㅋㅋㅋㅋ)




사실 저거 말고도 매일 같이 사랑스럽고 귀엽고 빵터지는 일들이 생겨나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다 기억이 안 나네 ㅠㅠㅠ

그래도 우리 애기들 진짜 귀엽지?
실제로 보면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자랑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롱 때문에 갑갑한 학교생활을 하는 애기들이 안쓰럽고 짠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고 씩씩하게 자라주는 내새끼들이라 너무 고맙고 대견한 한해였어

마지막 날까지 최고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주고 웃으며 헤어지고 싶지만
보내면서 나는 눈물 날 것 같애 ㅠㅠ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이라도 덜 후회되도록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줘야지
먼 훗날 언젠가 우리 애기들이 오늘을 돌이켜봤을 때 그때 선생님이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행복했었다고 기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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