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덬들아
나는 28살
오빠 30살로 우리 둘은 두살 차이가 나
어려서부터 오빠는 공부도 잘했고, 엄마아빠 기대를 한껏 받으며 자랐어
오빠는 정말 성실해서 사건사고 하나 없이 살았고..
항상 엄마가 사주는 옷 입으면서 개근상 타는, 오빤 정말 말 그대로 모범생이었어
그에 비해 나는 천방지축에 공부도 못했고.. 예체능이라 돈만 엄청 까먹었지
종종 학교도 빠지고 지각하고.. 엄마말에 대들고 반항하고 싸우고
교복도 줄여입고 메이커 옷 사달라고하는 흔한 등골브레이커였어ㅋㅋ...
그러다 우리가 성인이 되었는데
나는 용돈이 부족하면 내가 원하는걸 하고싶고 사고싶은 만큼
이것저것 알바를 해서 다 얻어내고 말았어
반대로 오빠는 돈이 부족하면 그냥 용돈 아껴서 안먹고 안사고 안하고 말았지
차라리 그 시간에 오빠는 공부를 했어
덕분에 나는 이것저것 알바 경험도 많고(알바왕 수준임)
여행도 많이 가보고(동남아부터 유럽까지 다 다녀옴)
덕질하면서 굿즈도 사고팔고 해보고
피부부터 시술까지 미용에도 관심 많아서 열심히 가꾸고 그랬는데
오빠는 그냥..
내가 볼 때는 정말 뭔 재미로 사나 싶게 조용히 살았어
친구 두세명이랑 붙어다니면서 공부하고..
알바도 안해봤고... 그랬지...
그러다 어느덧 오빠는 군대에 가고 나도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항상 오빠는 어려서부터 나한테 공부도 가르쳐주고
내가 바보같은 짓 하거나 하면 선생님처럼 알려주고 그래서 항상
오빠는 나보다 나은사람, 항상 나보다 더 앞선사람?
이런 이미지가 있었어
내게 오빠는 지금도 너무 어른같고 선생님같아
날 이끌어주고 도와주고, 오빠는 내가 뭘 물어보면 다 알거든!
그래서 항상 오빠 말은 다 맞는 것 같았어
근데 내가 먼저 취업을 한거야
물론 오빠는 공기업 준비 중이라 나보다 훨씬 높은 곳을 준비 중이긴 해
나는 그냥 적당한 곳 들어가서 다니고있는거긴 한데,
그래도 그동안 알바하고 여러가지 덕질하던 경력 살려서
전공과도 완전 무관한 곳에서 편하게 사무직 하고있거든
벌써 직장도 월급 점점 올리면서 세번이나 바뀌었어
그러면서 월급타서 엄마한테 생활비도 드리고,
나는 부모님 생신에 돈다발을 드린 적도 있고,
언제는 유행하던 돈케이크나 돈방석 이런거 만들어드린 적도 있고,
월급 모아서 엄마아빠랑 나랑 셋이서 해외여행도 가고 그랬어
근데 문득..
항상 나보다 앞서있다고 생각했고, 더 잘났다고 생각한 우리 오빠가
내가 엄마 생신에 돈 드리고 돈케이크를 해주고 이러니까
진짜 우리집안이 막 절대 그런 집이 아닌데
오빠가 갑자기 저녁먹다말고 자기 방으로 슥 들어가더라고???????
막 와하하 웃으면서 왁자지껄 사진찍고 영상찍고 그러고있는데말이야
그리고 평소엔 귀찮다고 해도 가족여행 잘만 따라다녔으면서
내가 돈 다 내서 가는거라해서 그런건지 이번 해외여행도
우리 셋만 다녀오라고 자긴 절대 안간다고 하고...
그래서 셋이서만 다녀왔어...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내가 지금 물론 오빠가 나중에 취업할 회사보다 훨씬 낮은 곳을 다니고 있지만
지금 오빠를 괜히 위축되게 하거나.. 작아지게 하는건 아닌지..
그런 걱정이 드는데 진짜 괜한 걱정일까........